‘차라리 벌금을 내겠다?’ 무신사 직원들이 분노한 이유
최근 국내 패션업체 ‘무신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들을 화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어요. 무신사가 사원들에게 약속했던 직장어린이집 개설을 백지화했거든요. 무신사 직원들은 과거 채용 과정에서 사측이 어린이집 개설 계획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무신사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어요.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무신사 임원인 A씨의 발언이었어요. A씨는 온라인 회의 도중 회사의 어린이집 조성 계획이 백지화된 것과 관련해,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벌금을 좀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요. 어린이집이 개설된다고 해서 입사한 무신사 직원들은 방송 및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분노와 허망함을 표출했다고 합니다. 이번 주 미션100은 무신사의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결정이 바뀐 배경에 대해 살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벌금이 얼마 길래? 법 무시하는 거대 기업의 배짱
‘어린이집을 짓는 것보다 벌금 내는 것이 더 싸다’라는 무신사 임원의 말. 사실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직장어린이집 제도가 생겨난 배경부터 알아봐야 해요.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및 양성평등 정책 확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형 보육서비스 제공 등을 이루어 내기 위해 매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이행 실태조사’ 결과와 직장어린이집 미이행 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있어요. 여기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기업이란 상시 직원이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 직원이 300명 이상인 사업장이에요. 만약 설치 의무를 어기면 1년에 두 차례, 매회 1억원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합니다. 총직원 수가 1500명에 가까운 무신사는 법에 의해 직장어린이집을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기업에 해당되고요.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의 어린이집 설치 이행률은 매우 높아졌어요.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직장어린이집 미이행 기업 명단’ 역시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고요. 그러나 여전히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미이행 기업도 있었어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사업장 가운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곳은 27곳이나 된다고 해요. 이 27곳의 기업들은 법에서 정한 명단공표 제외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제외한 사업장들입니다. 명단공표 제외 사유에는 세 가지가 존재하는데요.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이 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중인 경우 ▲사업장 상시근로자의 특성상 보육수요가 없는 경우 등입니다. 명단 제외를 원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직장어린이집 명단 공표심의위원회’에서 미이행 이유도 소명해야 합니다.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할 시에는 명단공표에서 제외되지 않고요.
무신사의 경우 명단 공개 대상이지만, 지난해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수립하여 건축비용의 일부를 집행 중’에 있어 예외 사항으로 인정되어 1년간 명단 공개 대상에서 유예되었다고 합니다. 무신사 직원들이 주장한 ‘과거 채용 과정에서 사측이 어린이집 개설 계획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가 사실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내용이에요. 그러나 이후 무신사는 앞서 본대로 어린이집을 짓지 않는 걸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에 따라 무신사가 개설하기로 한 신사옥 내 직장어린이집은 사무공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결정이 바뀐 이유, 결국에는 비용 문제로 추측되고 있어요. 어린이집 설치와 운영비용은 연 1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직장어린이집을 백지화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10억원의 운영 비용보다 1억원 내의 이행강제금이 더 낮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러한 추측에 대해 무신사 측은 “올해 상반기 보육 대상 자녀가 있는 직원 93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했을 때 입소를 희망하는 직원이 7명이었으며, 다음 연도 수요 희망자도 적었다’고 하며 비용 문제가 아닌 수요 문제를 원인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직장어린이집 개설을 철회한 결정이 잘못됐다’라는 의견이 있어요. 정부는 어린이집 설치를 위해 시설전환비 명목으로 3억원 내에서 소요비용의 6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육 교사와 조리원들, 원장에 대한 인건비 지원도 있습니다. 비용이 발생하나 정부의 지원 역시 존재하는 것입니다. 또한 당장 직장어린이집의 수요가 부족하더라도 개설 후, 수요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만약에라도 어린이집을 희망하는 직원이 적어진다면 지역사회에서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고요.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모든 어린이집 유형(법인·단체 등 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등) 중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4.35점으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미국 석학이 놀란 배경에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놀라는 위 장면은 인터넷에 빠른 속도로 퍼지며 유명해졌어요. 그런데 올 2분기의 합계출산율은 그보다 더 낮은 0.7명을 기록했죠. 전국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1년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저치라고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을 꼽고 있어요. 그리고 여성의 경력 단절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육아였고요(육아(42.8%), 결혼(26.3%), 임신 및 출산(22.7%)). 이러한 배경하에서 무신사는 대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들었습니다. 정부 역시 직장어린이집 조성 계획을 취소한 무신사 측에 재검토를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결국 무신사의 대표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무신사의 대표는 오는 18일부터 영유아 자녀를 두고 보육 수요가 있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탁 보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해요. 직장어린이집을 위탁 보육으로 대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결국에는 안 짓겠다는 거네, 그러니까 출산율이 이 모양 아니냐,” “벌금보다 영업정지를 때려야지”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의 의견처럼 우리나라의 저출산의 원인은 사회의 육아 환경이 미흡한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육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꼭 필요합니다. 이제는 기업이 단기적인 비용보다 육아 등 사회의 전체적인 이익을 통한 장기적인 이익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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