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지금 전부 야당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합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해 나오는 보도를 두고는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했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윤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 언론은 현대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기본 요소”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 독재의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는 징표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보기에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요? 조선시대 왕조의 정당성을 찬양하며 왕들의 공덕을 기렸던 노래인 용비어천가처럼, ‘윤비어천가’식 보도를 해야 하는 걸까요?
괴벨스라 불리는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다
현정부의 잘못된 언론관은 언론 장악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실 소속이었던 이동관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어요.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의 위원장 자리에 현 정부 대통령실 인사를 직행시킨 최초의 사례가 만들어졌어요.
특히 이동관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KBS, MBC, YTN과 같은 공영방송의 사장 및 이사들을 끌어내리고 낙하산 인사를 앉혔던 MB정부의 언론장악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거든요. MB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건들에는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언론인들을 ‘좌편향’으로 몰아 퇴출시키고, ‘문제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의 방송 장악 공작을 벌인 실태가 담겨 있는데요, 이 문건들의 요청자와 배포처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적혀있습니다. 당시 홍보수석실을 이끌던 사람은 지금의 이동관 방통위원장이죠.
정부 비판 보도 삭제 지휘 이력, 이것이 방통위원장의 전문성?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삭제하거나 내용을 수정시켰다는 정부 문건들에도 홍보수석실이 보고자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방통위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정부 비판 보도 삭제를 지휘하는 업무가 거론되자, 이동관 위원장은 ‘스핀닥터의 역할 중 하나’였다고 답했어요. 스핀닥터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람,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을 정책으로 구체화함은 물론 정부
수반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역할까지 하는 정치 전문가 또는 홍보 전문가’를 뜻합니다.
총선 앞두고 언론 요직 ‘연쇄 날림’
언론장악과 선전·선동의 전문가인 나치 독일의 괴벨스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비판받는 인물을 방통위 위원장에 임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언론 지형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동관 위원장 임명 건 외에도 KBS 남영진 이사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광복 방송통신심의위원이 해임·해촉된 일이 최근 석달 새에 연달아 일어났어요. 이렇게 ‘날린’ 자리는 친정권 성향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죠.
MB정권의 낙하산 인사이자 노조 탄압으로 비판 받았던 김재철 MBC 사장 시절, 홍보국장을 맡았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방통위원으로 내정됐고 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글을 SNS에 퍼오는 등의 활동으로 논란이 됐던 차기환 변호사가 방문진 보궐이사로 임명되었습니다. 또한 연합뉴스에서 보도 공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편집총국장제를 무력화시켰던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이 미디어재단 TBS 이사장 자리에 앉았고, MB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YTN 언론인들의 해직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YTN 경영기획실장이었던 류희림 전 YTN플러스 대표가 방심위원으로 위촉됐어요.
정순신 아들 학폭 캐낸 KBS, ‘바이든=날리면’ 보도한 MBC 경영진 교체 임박?
언론사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직에 친정권 인사를 노골적으로 앉히면서 입맛대로 언론사들을 길들이려 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나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어요. 검사 출신으로 윤정부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했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을 단독 보도했던 KBS를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으로 이미 흔들고 있죠. 윤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한 MBC에는 소송을 걸고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들의 탑승을 배제했어요. ‘공영방송 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가 이동관 방통위를 이용해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의 경영진 선임 권한을 갖고 있어요. 정부·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2명의 위원으로 방통위가 구성되는데, 다수결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영방송 경영진으로 앉힐 수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죠. 현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들에서도 계속 지적돼왔던 문제예요.
정부의 방송 장악 막을 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는 다수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정당이 공영방송 이사를 일부 추천하면서도 미디어 관련 학회나 시청자 단체, 방송 전문가 직능단체 등으로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여 정치권이 추천한 이사들이 소수가 되도록 하는 법안이 대표적이에요.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출할 때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죠.
올해 5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47위를 기록했습니다. 1년만에 4단계 하락한 순위였어요.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성명을 두번이나 낸 바 있어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탄압이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죠.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단시간에 추락해버린 언론자유도를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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