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에 들어간 탄소는 얼마? 탄소국경세가 시작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또 다른 말로는 탄소국경세라고 하죠. 요새 이 탄소국경세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EU) 역외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EU로 수출될 경우 해당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인데요. 우리나라에서 EU로 수출하는 많은 물품들의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되고 있어 어마어마한 세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약 5309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하는데요. 이후 탄소국경세 적용 품목이 확대됨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주시할 만큼 그 여파가 클 것이라고 하는 탄소국경세. 이번주 미션100은 곧 도입될 탄소국경세와 우리나라가 마주한 문제점을 알아봤습니다.
시행까지 1~2년 남았다, 발등에 불 떨어진 우리나라 기업들
EU는 2024년부터 수출품의 배출량을 작성하여 보고만 하는 ‘배출량 의무 보고 기간’을 거쳐, 2025~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24년 초에 시행되는 배출량 의무 보고기간 동안 EU 지역에 물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현재 탄소국경세가 적용되는 업종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이후 점차 확대될 예정)은 수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한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중소·중견 기업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당장 제출해야 할 배출량의 계산 방법도 모르는데, 이후 규제가 확대되면 얼마만큼의 손실이 발생할지도 예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탄소국경세를 얼마나 내야 하길래 기업들의 걱정이 큰 걸까요?
EU 배출권거래제와 연동되는 탄소국경세,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
탄소국경세는 EU의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이하 EU ETS)와 연동되는 제도입니다. EU 역외기업들이 역내로 특정 품목을 수출할 때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 수단은 배출권이고, 배출권 가격은 EU ETS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업은 배출량 1톤당 1개의 탄소국경세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해당 기업이 자국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했다면, 그 배출권의 가격만큼 EU 탄소국경세가 저렴해집니다.
엄청난 배출권 가격 차이, 탄소국경세 부담도 커져
그렇다면 여기서 EU와 우리나라의 배출권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의 배출권 가격에 따라 EU에 내야 하는 탄소국경세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와 EU의 배출권 가격 차이는 약 14배의 차이가 납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엄청난 금액의 세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연합(EU), 미국(캘리포니아),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12만원이 넘으며,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1만원 이하(지금은 9000원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후에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출권 가격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해야 할 탄소국경세 역시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가격 차이의 원인은 기후위기 인식에 있어, 가격의 신호기능 회복해야
EU와 우리나라 간의 배출권 가격 차이가 큰 원인은 정부의 기후위기 인식에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2020년 초중반까지 우리나라와 EU 간의 배출권 가격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1년 EU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며 배출권의 가격 차이가 커졌다고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 목표를 높이면 이에 맞춰 기업들이 할당 받는 배출권의 양도 적어져(공급 감소), 배출권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EU와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정부의 기후위기 인식이 약해 배출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유럽의 기업은 배출권의 절반 이상을 유료로 할당 받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 기업은 배출권의 90%를 공짜로 할당 받습니다. 또한 느슨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배출권 시장에 공급이 넘쳐나 가격이 떨어질 유인도 없습니다.
많은 연구자 및 시민단체들은 원가를 정상적으로 반영해서 가격의 신호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가격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어 그때그때 반영한다면 기업들은 이에 맞춰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는 겁니다. 조금씩이라도 EU와 미국의 배출권 가격 수준에 맞춰야 기업의 타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한국과 달리 유럽, 미국은 높은 비중의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배출권 제출 의무를 가진 기업은 배출권을 경매로 구매해야 하며, 배출권 경매 수입은 정부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 등의 사업에 사용된다.
기후위기 여파는 코 앞에, 우리도 미래 대비해야
탄소국경세를 시행하는 지역은 유럽 뿐만이 아닙니다. EU의 탄소국경세에 이어 ‘미국판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청정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이하 CCA)’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법률안은 민주당이 발의했지만 공화당의 지지를 받은 초당적 법률안이기 때문에 올해 미국 대선으로 공화당 행정부로 바뀐다 해도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과 유럽의 탄소국경세가 시행되면 우리나라 기업이 받는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고장난 배출권거래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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