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른 군대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이죠. 최근 들어 전 세계가 이상기후 현상을 직접 체험하며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폭염과 한파,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는 더 심해져 우리의 경제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개하지도, 감축 노력도 전혀 하지 않는 한 분야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입니다. 군 관련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하자, 각국은 군 관련 온실가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주 미션100은 각 나라들이 말하기를 꺼려하던,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러시아를 넘어선 군 온실가스 배출량, 왜 숨기고 있는 걸까?
전 세계의 군대를 하나의 국가라고 보면 군대의 탄소배출량은 얼마나 될까요? 영국의 한 시민단체인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는 전 세계의 군 관련 탄소배출량을 분석했습니다. SGR은 전 세계 군대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4위라고 발표했습니다. 군 부대가 사용하는 전기와 열에너지가 충격적일 정도로 많으며, 훈련이나 전투에서 사용하는 탱크, 전투기 등 역시 에너지 효율이 좋지 못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천조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국방부는 단일 기관 중 전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기도 하고요. SGR은 이조차 군의 특성상 알 수 없는 정보가 많아 과소 측정된 수치일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SGR의 과학자들은 군대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가가 군 관련 온실가스에 관한 정보를 숨기고 있으며, 감축 노력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각국은 왜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기 꺼려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기후위기 관련 국제협약에서 군사부문에 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1997년, 전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체결한 교토의정서는 주요 국가들(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선진국과 OECD 회원국 등)에게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군사부문은 제외되었죠. 군의 병력과 무기수, 전력사용량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이후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군사부문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가 아닌, 각국이 자발적으로 보고하자고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대다수의 국가는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 군비지출 9위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 역시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지침에 따라 군사부문은 온실가스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습니다. 환경부는 ‘국가 안보, 국방과 직결되는 시설’일 경우 목표관리 대상시설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국방비 지출이 항상 10위권 안팎에 드는 한국. 과연 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21년 발표된 한국 국방부 연구용역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8만톤 CO2eq(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이라고 합니다. 이는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이하 공공부문목표관리제)’ 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2020년 전체 배출량 370만 톤CO2eq 보다 많은 양이기도 합니다. 공공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사 부문이 제외된 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조차 밝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더욱 미비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해외도 군 관련 온실가스 정보 공개에 고심 중
해외 대다수의 국가들 역시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입니다. 2022년 분쟁과 환경 관측소가 전 세계에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상위 20개 국가의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스라엘, 브라질, 튀르키예, 이란, 폴란드 등 8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수의 국가가 군사부문 온실가스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조금씩 공개하고 있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일랜드와 일본, 뉴질랜드는 모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군사 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자국 국방부 보고서에는 군사 부문 배출량 일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대학과 시민단체 등의 연구에서 군사부문 배출량을 분석 및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 역시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군사 부문 온실가스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에 정보 공개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 안보에 위협?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파괴?
온실가스 배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군 역시 감축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군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를 사용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군사 장비가 낡고 연비가 낮아 효율이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쟁과 군사적 충돌은 한편으론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국가 안보도 중요하지만, 이상기후 등 기후위기 역시 우리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군사 부문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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