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싸우는 노동자들

미션20🚩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2023.07.24 | 조회 1.7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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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 씨가 사고 전날 가족에게 남긴 메시지. 출처: CBS 김현정의 뉴스쇼
동호 씨가 사고 전날 가족에게 남긴 메시지. 출처: CBS 김현정의 뉴스쇼

 

4년 전 코스트코에 정규직 캐셔로 입사한 스물아홉 살 동호 씨. 동호 씨는 묵묵히 자기 일을 도맡아 하며 성실했던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그는 갑자기 주차와 쇼핑카트를 관리하는 사원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는데요. 동호 씨는 회사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했지만, 12시부터 밤 9시까지 묵묵히 카트 200여 개를 옮기며 일했습니다. 그는 폭염주의보가 발생할 정도로 뜨거운 날씨와 냉풍기 하나 없는 야외주차장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매일 17~26km를 이동해야 했는데요. 그러던 지난달 카트 관리 업무를 맡은 지 2주 만에 동호 씨는 일하던 주차장에서 쓰러져 숨을 거뒀습니다. 최근 많은 정치인들이 동호 씨가 일하던 코스트코에 방문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호 씨처럼 폭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왜 재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지, 노동자들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날씨는 이상해지는데, 법은 나 몰라라… 노동자만 피해 보는 이상한 구조

“역대급 폭염이 온다, 올해도 최고 온도 갱신, 폭우로 인한 손해액은 수백억 원”. 올 여름철도 이상 기후 소식으로 신문이 가득 찼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수 역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0년 온열질환자 수는 1078명으로 하락세를 보였다가 2021년 1376명, 2022년에는 1564명이 발생했습니다. 끝날 줄 모르는 무더위에 현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인원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모씨는 “날씨는 더워지는데 쉴 수 없어 죽을 것 같다. 위에서는 기한을 맞추라고 닦달하고, 작업장에는 제대로 된 냉방장치도 없어 땀이 한 바가지다. 더워서 조금만 쉬었다 하자고 이야기하면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합니다. 김모씨처럼 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건설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작업장 대부분이 휴게실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절반 이상이 실외의 간이천막이나 컨테이너 형태에 불과하며, 그중에는 선풍기 등의 냉방장치도 없고, 세면장을 갖추지 못한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호 씨가 일했던 코스트코는 쉬는 시간이 3시간당 15분이었는데, 그마저도 휴게실이 5층에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더운 작업장에서 쭈그려 앉아 쉬는게 나았다고 합니다.

 

정부에 폭염 대책을 촉구하는 건설노조. 출처: 전국건설노동조합
정부에 폭염 대책을 촉구하는 건설노조. 출처: 전국건설노동조합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동 환경, 무엇 때문일까요? 폭염이 심해짐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폭염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용자는 작업장 내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휴식을 비롯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체감 온도에 따른 적정 휴식 시간을 보장할 것도 명시해 두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상황에서 노동자를 매시간마다 10~15분 쉬도록 해야 하며, 폭염특보(38℃ 이상)가 발생했을 때에는 2시에서 5시까지 작업을 중지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강제성이 있는 조항이 아닌 단순한 권고사항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코스트코에서 일하다 사망했던 동호 씨나 건설 현장의 김모씨처럼 폭염 속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식 기준을 마련해 놨으나 이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식 기준을 마련해 놨으나 이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출처: 고용노동부

 

 

폭염 시 휴식 의무화를 통해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해야

폭염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하루라도 빨리 휴식을 보장하여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켜야 합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기록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피해 받은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에 작년 미국은 “온열질환으로부터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폭염 시 노동자 보호 대책이 건설현장 규정으로 법제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2005년 폭염종합대책의 발표 이래 지난 18년 동안 폭염 시 작업 중지는 오로지 권고로만 규정되어 있는 것과 대조됩니다.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만으로는 노동자들을 폭염으로부터 완전히 지킬 수 없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폭염 시 휴식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나, 작업을 중지하는 법안, 폭염·한파 작업중지 명령 시 임금을 보전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안들은 기업의 경영에 지장이 간다는 이유로 혹은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중단되었습니다. 앞으로 폭염과 폭우, 한파 등의 이상 기후가 심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법은 아직도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더운 폭염이 더 많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기 전에 노동자들의 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CBS. 2023. "땡볕에 수백개 카트 밀다 숨진 아들, 4만걸음... 회사는 외면 3주째"

Los Angeles Times. 2023. "Dangerous heat wave during ‘hot labor summer’ — how picketing workers brave the sun"

경향신문. 2022. "무더위 속 쓰러지는 노동자들···건설노조쉴 곳 없다인권위 진정"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 "올 여름철 온열질환자 1564지난해보다 13.7% 증가"

세이프티뉴스. 2022. "[해외 소식] 미국 하원윈원회, 온열질환으로부터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안 추진"

프레시안. 2018. "13년째 권고만? '폭염 시 작업 중지' 강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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