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우로 비닐하우스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이 씨가 기르던 수박들이 죽어버렸습니다. 이 씨는 여름만을 기다리며 정성스럽게 수박을 길렀지만, 폭우로 인해 이제 한 해 농사는 다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이 씨는 “키우던 수박과 애호박 등이 다 물에 젖어 썩었다. 농사를 지을 땅에도 물이 들어가서 한 달은 말려야 한다. 새로 농사를 지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이 씨처럼 농작물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농민들은 입을 모아 “앞으로 이러한 피해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하는데요. 왜 농민들의 피해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유독 농민에게 혹독한 폭우와 폭염
날마다 심해지고 있는 폭우와 폭염. 그런데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유독 농민들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번 여름, 길었던 폭우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일부 시민들은 저번 여름보다 내린 비의 양이 적어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충청, 호남, 영남 등 농촌이 많은 지역의 상황은 수도권과 다르게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우로 인해 피해를 본 농경지 면적이 3만 4500ha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19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농민들이 키우던 가축 역시 약 83만 마리가 폐사되었으며, 낙과, 유실 혹은 매몰된 농경지, 농업시설 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강해짐에 따라, 농업인들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의 재정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폭우가 끝나고도 폭염이 예고되어 있어 이번 여름은 농민들에게 유난히 혹독한 계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폭염과 폭우의 강도는 농촌 지역에서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농촌은 이상기후에 대응할 인프라가 부족해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상습 침수지역의 배수 용량이 부족하거나 배수로 정비가 안 되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높은 비용을 들여 설비를 구입하거나, 장시간의 작업이 필요한데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이러한 예방 작업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농촌은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고령 농업인이 많으며, 농업의 특성상 야외에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각종 제도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농업인들, 국가 지원 절실해…
날마다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로 인해 매년 큰 규모의 피해를 입지만, 농업인들은 각종 제도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태풍, 우박 등 자연재해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을 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농업인들은 국가가 규정한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자연재해로 인해 과일이 떨어지면 피해 정도에 따라 50~80%까지 차등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땅에 떨어진 과일은 썩은 정도와 무관하게 시장 판매가 어려워 보험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배 농사를 하는 김 모씨는 “손실 측정 시 상처 난 과일은 갈아서 음료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가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보험이 실효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주위 농민 대부분이 보험에 들지 않고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농작물도 다수 있어 가입을 꺼리게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작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대상 농작물은 총 67개 품목입니다. 그러나 블루베리 등 최근 인기를 끌은 몇몇 농작물은 보험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폭우로 쉽게 고장이 나는 농업 기자재, 열풍기, 건조기, 선별기 등 역시 보험의 보장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폭우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지만, 농업인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받는 것도 쉽지 않으며, 지정되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한참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위해서는 피해 산출액이 정해진 기준을 넘어서야 하는데 도로, 건물 등의 공공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의 경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재난기간에 발생한 피해금액에는 농작물·동산 및 공장의 피해금액은 제외한다”고 돼 있어 농작물·가축·농기계 손상 부분은 피해 집계액에 산정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재난지역에 선정되더라도 국세 납부 예외, 지방세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 건강보험·전기·통신·도시가스 요금·지역 난방요금 감면 등 12가지 혜택을 추가로 받지만, 정작 피해가 큰 농업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지원은 거의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만 땜질식 처방을 내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이상기후와 싸우고 있는 농업인들을 구하라
날이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해지고 있는 지금, 누구보다 큰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농업인들이 있습니다. 국가의 보호가 없다면,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받는 농업인들이 다수입니다. 폭우와 폭염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뜨거운 날씨에 야외에서 농작물을 기르다 병이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농업인들의 피해는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업인들이 받은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쌀밥과 수박, 상추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격이 여름만 되면 급등하며, 한 해 농촌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수 백에서 수 천억원의 재정이 사용됩니다. 정치권은 앞으로 있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큰 지원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지만, 국가 재정을 이유로 땜질식 처방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농민들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농업인들을 구하기 위해 국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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