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가 된 서울, 재난은 불평등했다’
작년 8월, 서울이 물바다가 될 정도로 큰비가 쏟아졌던 것을 기억하실 거예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도로가 물에 잠기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꼼짝없이 있던 곳에 갇혀야만 했죠. 모든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의 규모는 똑같지 않았어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 환경이 비교적 괜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집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천장과 바닥이 눅눅해지고 누수가 발생하는 정도였지만,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많은 양의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 큰 피해를 입었어요. 심지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죠. 반지하에는 노인과 어린아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이 살아 피해는 더 컸다고 해요. 그런데 올해 여름 서울에서 불평등한 재난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의 불평등한 재난은 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올해도 물폭탄, 떨고 있는 반지하 주민들과 상인들
올해 화제가 되었던 마이크로소프트사(社)의 날씨 예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해당 날씨 예보에서는 올 7월 서울은 단 2~3일을 제외하고 모든 날이 비가 올 것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어요.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노아의 대홍수냐”, “7월에는 밖에 나가서 놀기는 글렀다” 등의 반응을 보였죠. 날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상청은 즉각 방송을 통해 “이러한 예보는 단순한 예측치이며, 맞을 확률이 굉장히 적다”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예측한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6~8월은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잇따른 비 소식에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상가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반지하 원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폭우로 집을 정상화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동작구에서 양말과 속옷 장사를 해온 B씨는 “지난해 빗물에 젖은 양말과 속옷을 열심히 빨아 다시 팔아보려고 했지만, 곰팡이가 슬어 팔지도 못하고, 한 해 장사를 다 망쳤다.”고 하소연했어요. 폭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아 뾰족한 수가 없이 올해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고 해요.
취약 계층을 위해 대책 마련 중이라는 서울시, 미흡하다는 비판 쏟아져…
작년과 같은 역대급 폭우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서울시 역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해요. 서울시는 지난 12일 폭우 대책을 위한 설명회를 열고 '풍수해 대책 추진사항'을 발표했어요. 우선 당장 다가올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반지하에 물막이판과 개폐형 방범창 등의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해요.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시 내에 있는 반지하를 없애기 위해 반지하를 매입하고, 반지하 주거민들의 주거상향을 위해 공공·민간임대주택 입주, 보증금 및 이주비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놨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이상의 침수 피해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 나가갈 것이라고 발표했죠.
그러나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여기저기에서 서울시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요. 우선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하겠다는 침수방지시설의 실적은 전체 대상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죠. 동네마다 상황이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40cm 크기의 물막이판이 설치되어 방지시설을 설치하나 마나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설치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반지하 퇴출을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정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에요.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8월 이후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23만 7,000 가구 중 지상층으로 이주한 가구는 겨우 2,250가구(공공임대주택 입주 1,280가구, 월 20만원씩 최대 2년간 바우처 지원으로 이사한 가구 970가구)였어요. 이는 전체 반지하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에요. 반지하 매입도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고요. 서울시는 서울주택공사를 통해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건물을 사들여 새로 짓거나 비주거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5월 말까지 매입이 완료된 주택은 3,450가구 중 98가구로 겨우 2.8%에 그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서울시에게는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여요.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신규 지원 물량을 대폭 깎은 것이 대표적이죠. 보도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은 올해 약 17만 호에서 내년 약 10만 5,000호로 6만 5,000호 정도나 빠지고, 공공임대 관련 예산 규모 역시 6조원가량 줄었어요.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부족하고, 바우처나 지원 금액도 적은 상황이어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상으로 올라갈 방법이 거의 막혀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취약 문제를 해소해 줄 가장 근본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목숨과도 연결된 취약계층의 주거 기본권, 반드시 지켜져야…
폭우와 폭염 등 재난으로 인해 주거 기본권을 지키는 일은 이제 단순한 거주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어요. 정부와 서울시는 유일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물막이판 설치에 열을 내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에요. 침수로 인한 피해 규모와 확률을 줄여줄 뿐이죠. 이러한 단기 대책보다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제대로 된 환경에서 거주할 경제력이 부족한 주거 취약계층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최소한의 보금자리가 필요해요. 취약계층의 주거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폭우와 폭염은 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도 있어요. 안정적인 삶터가 목숨과도 연결된 만큼, 주거 기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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