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Vermouth(이하 베르무트)는 칵테일을 사랑하는 애호가에게 친숙한 재료이다. 맨해튼, 불바디에, 네그로니,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칵테일에 들어가는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칵테일을 깊이 사랑하는 애호가들은, 레시피에 들어가는 제품을 하나하나 바꿔가며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르무트는 유독 다른 스피릿과 리큐르에 비해 취급하기가 어렵다. 와인이라는 특성상, 개봉하는 순간부터 산화되기 시작하여 맛이 변하거나 향미가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르무트을 소비할 때, 항상 구매하던 것만 구매하거나 여러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한 개씩 개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이런 스터디 자리를 만들게 되었다.
이번 시음회는 Sweet Vermouth(이하 Vermouth Rosso) 8종을 버티컬 테이스팅하면서 향미를 분석하고, 클래식 칵테일로 사용했을 때 어떤 퍼포먼스를 보이는 지 논의하였다.
§1. 베르무트에 대한 사실들
- 베르무트란?
베르무트는 아페리티프(Aperitif)이자 향을 첨가한(aromatized) 강화(fortified) 와인이다. 아페리티프(Aperitif)의 의미는 식사 전에 마셔 식욕을 자극하는 쌉사름한 단맛(Bittersweet)을 지닌 식전주를 의미하며, 향을 첨가했다(aromatized)는 것의 의미는 와인에 향미를 더하는 식물성 성분을 주입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강화(fortified)는 브랜디 등의 증류주를 첨가하여 도수를 높인 것을 의미한다.
베르무트의 어원은 쓴쑥을 뜻하는 독일어 'Wermut(웜우드)'의 프랑스식으로 변형된 ‘Vermouth’ 이다. 쓴쑥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처음에는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전주로 더 인기를 얻게 되었다. 16세기 독일에서도 쑥을 넣은 강화 와인이 존재했지만, 베르무트라는 이름으로 상업화가 시작된 것은 이탈리아의 피에몬테에서 처음이며, 16세기 이전에는 쑥 이외의 다른 식물을 사용한 와인도 있었다.
- 베르무트의 시작과 발전
최초의 상업용 베르무트는 178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Antonio Benedetto Carpano)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카르파노는 와인 가게에서 일하며 지역 허브와 다양한 향신료를 혼합하여 주정강화와인을 만들었고, 이를 ‘Wermut(웜우드)’라고 명명했다. 당시 카르파노의 베르무트는 토리노 귀족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Savoia 공국의 통치자 카를로 알베르토가 이를 식전주로 즐기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로 인해 베르무트는 토리노와 그 주변에서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고, 카르파노의 성공은 다른 많은 생산자들이 베르무트 생산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베르무트의 이름이 살짝 바뀌었는데, 사보이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이때부터 독일어 ‘Wermut(웜우드)’에서 ‘Vermout(베르무트)’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프랑스 샹베리(사보이) 지역과 리옹/마르세유 지역, 스페인 북동부 도시 레우스로 이탈리아 스타일의 전통적인 베르무트가 퍼져나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웨스턴 드라이’ 스타일이라 명칭한, 쓴 쑥을 쓰지 않는 비전통적인 방식의 베르무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헤레즈(Jerez)의 셰리주에서 이런 스타일의 베르무트를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 베르무트의 국가별 명칭
스페인의 베르무트는 Rojos(로조)라고 칭하며, 현재 한국에 수입되는 제품은 없다. 특히 스페인의 베르무트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산에 비하면 맛이 더 부드럽다고 하며,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은 베르무트를 식전주나 페어링으로 많이 마신다고 한다.
프랑스 베르무트는 Rouge(루즈)라고 칭하며, 한국에 수입됐던 프랑스 스위트 베르무트 중에는 돌린 루즈가 유일하다. (현재는 담당하는 수입사가 없는지, 국내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탈리아와 미국은 동일하게 Vermouth(베르무트)라고 칭한다. 이탈리아 베르무트는 몇몇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되지만, 미국에선 수입된 제품이 없다.
- 베르무트의 규정
유럽에서는 EU규정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Artemisa(쑥)
- 완제품의 최소 75%는 EU 와인 규정에 따른 와인이어야 한다.
- 알코올 도수는 14.5% vol.와 22% vol.사이여야 한다.
또한 베르무트에는 5가지의 스타일에 대한 규정이 존재한다.
- Extra-dry: 설탕 함량이 30 g/L 미만이고 최소 알코올 함량이 15% vol. 이상
- Dry: 설탕 함량이 50 g/L 미만이고 최소 알코올 함량이 16% vol. 이상
- Semi-dry: 설탕 함량이 50 ~ 90 g/L 사이
- Semi-sweet: 설탕 함량이 90 ~ 130 g/L 사이
- Sweet: 설탕 함량이 130 g/L 이상
다만 이는 EU에서 정한 최소의 규정일뿐이지, 미국은 별개의 규정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토리노, 프랑스의 베르사유, 스페인의 레우스와 헤레즈에서 생산하는 베르무트는 각기 다른 세부 규정을 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음에는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의 베르무트만을 비교시음했기 때문에, 토리노 지역의 세부 규정 역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 75%는 와인(피에몬테산 화이트 와인)이어야 한다.
- 알코올 도수는 16% vol.와 22% vol.사이여야 한다.
- 피에몬테산 Artemisia Absinthium(쓴쑥, 웜우드)은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인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구분 할 수 있는 색상과 맛을 기준으로 Sweet Red(Rosso), Sweet White(Bianco 또는 Blanc)와 Extra-dry의 분류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 베르무트의 스타일
규정과 함께 스타일 역시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크게 이탈리안 스타일과 프렌치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각 스타일의 더욱 세부적인 정보는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라.
※스페인의 베르무트 스타일은 보통 Rojos로 일관되며, 크게 세분화된 분류가 없으므로 제외하였다.
- 베르무트의 제조방법
레드 베르무트(Rosso 또는 Rouge)는 발효중인 화이트 와인에 주정(숙성되지 않은 브랜디나 사탕무 증류 알코올)과 설탕이 추가되며, 이때 허브, 향신료, 꽃, 과일 등의 에센스도 함께 첨가된다.
화이트 와인은 대체로 양조했을 때 중성적인 특성을 가지는 지중해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트레비아노(Trebbiano Toscano), 픽폴(Picpoul), 비앙케타(Bianchetta), 카타라토(Catarratto), 클레레트 블랑쉬(Clairette Blanche), 말바시아(Malvasia), 여러 종류의 모스카토(Moscato), 콜롬바드(Colombard)등의 포도 등이 사용된다. 때로는 소량의 포도가 미스텔(발효되지 않은 포도즙) 형태로 추가되기도 하는데, 이는 완성된 제품에 신선함과 과일향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
주정은 주로 발효된 포도나 포도 찌꺼기를 증류해서 만들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과일 찌꺼기나 밀과 같은 곡물로 만들기도 한다.
첨가물은 Artemisia Absinthium(쓴쑥, 일명 웜우드)과 Mugwort(쑥의 일종)이 주된 향료로 사용되며, 쓴맛은 키나나무 껍질(Cinchona bark)에서 나온다. 참고로 이 키나 껍질은 퀴닌(Quinine)을 추출하는 데 사용된다. 쑥(Wormwood), 키나나무 껍질(Cinchona Succirubra bark) 외에도 안젤리카 뿌리(Angelica root), 용담(Gentian root), 고수, 생강, 홉, 감초(Licorice), 마조람, 장미, 오레가노, 타임, 카다멈, 계피, 아니스, 정향(Star Anise), 코리앤더, 오렌지 껍질, 자몽 껍질, 엘더플라워, 생강, 라벤더, 육두구(Nutmeg), 사프란(Saffron), 바닐라와 같은 수많은 향신료와 허브가 생산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허브와 향신료는 베르무트에 첨가될 때 다양한 방식으로 첨가되는데, 증류주에 허브를 인퓨징한 후에 와인에 첨가하는 방식, 증류주를 만들때 허브를 넣고 증류한 다음 베르무트에 첨가하는 방식, 와인과 증류주를 합친 결과물에 첨가하는 방식 등이 있다.
레드 베르무트의 색깔은 허브와 향신료에서 기인되기도 하지만 주로 캐러멜 색소가 착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맛을 내는 데는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사탕무 설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탕수수 설탕이나 농축된 포도즙을 사용하기도 한다.
§2. Vermouth Rosso 8종 테이스팅 노트
*시음에 참가한 인원의 이니셜을 각각 직접 작성한 노트 뒤에 C, K, W로 표기하였다.
마티니 社
- Martini Rosso
- 와인: Trebbiano of Emilia Romagna, Catarratto of Sicily, etc.
- 부재료: Cretan dittany, Artemisia, Rosa Gallica, Gentian, etc.
- 도수: 15% vol.
- 설명 : 1863년 알레산드로 마티니와 루이지 로시가 아스티 피에몬트에서 만든 베르무트이다. 1860년대의 오리지널 레시피로 만들어졌으며, 그 이후로 전체 레시피를 아는 마스터 블렌더는 단 8명뿐이다. 이탈리아 허브, 세이지, 세이보리, 디타니, 쌉싸름한 우드 향을 사용한 와인을 블렌딩한다. 카라멜을 첨가하여 색을 내며 140-150g/L의 설탕을 함유하고 있다.
- 테이스팅 노트: 강한 용담향, 건포도와 프룬, 입 안에서의 달달함은 적음, 워터리한 질감, 사과 식초, 산화된 레드와인 (C) / 드라이하며 화사한 인상, 꿉꿉한 용담, 사과식초, 졸인 베리 (K) / 매우 가벼운 바디감이지만 용담의 쓴맛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말린 베리 향이 풍부하지만 약간 밝은 산미도 느껴진다. (W)
- 총평: 단순하며 직관적이고 용담 특유의 향이 특히 강하다. (C) / 용담의 다크초콜릿 같으면서도 한약 같은 향미에 거부감이 없다면 좋은 가성비의 베르무트. 특히 다른 베르무트와 섞어서 쓸 때 맛의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 용담의 향을 가향할 수 있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K) / 가장 친숙한 스위트 베르무트이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며 괜찮은 음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바디감이 가볍고 쓴맛이 있어 밸런스를 맞추기 까다로운 베르무트이기도 하다. (W)
친자노 社
Cinzano Rosso
- 와인: 미공개
- 부재료: Artemisia, Cinnamon, Cloves, Citrus, Gentian, etc.
- 도수: 15% vol.
- 설명 : 친자노는 1757년에 이탈리아 알프스의 허브를 사용하여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자세한 레시피는 비밀이지만 마조람, 타임, 야로우를 포함한 35가지 재료를 사용한다고 알려진다. 이 베르무트는 생산 이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며 토리노의 베르무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 테이스팅 노트: 카다멈, 정향, 리치 시럽, 레몬 제스트, 직관적인 단맛 (C) / 부드러운 맛, 카라멜. 마티니보다 당도가 높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적게끔 밸런스가 잡혀있다. (K) / 오렌지 껍질과 같은 매우 달콤하고 밝은 시트러스 제스트 풍미가 느껴진다. 쓴맛도 균형이 잘 잡혀 있지만 매우 달콤하다. (W)
- 총평: 스위트 베르무트라고 하면 표준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다 있는 듯 하다. (C) / 클래식 위주의 사용은 좋으나 작은 육각형과 같은 느낌이라, 특정한 방향성을 잡고 레시피를 개발할 땐 조금 아쉽게 느껴질지도. 다른 베르무트와 섞었을 때 사교성이 좋아서 베이스로 잡기 좋다. (K) /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스위트 베르무트이다. 단맛과 쓴맛이 균형 잡혀 있어 음료를 만들 때 매우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맛이 강하고 뚜렷한 풍미가 없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W)
1757 Vermouth di Torino G.I Rossorino G.I Rosso
- 와인: 미공개
- 부재료: Artemisia, Cloves, Nutmeg, Cinnamon, Licorice, etc.
- 도수: 16% vol.
- 설명 : 친자노 1757은 2015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1757년 토리노에서 사업을 시작한 창립자 지오반니 지아코모와 카를로 스테파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탄생했다. 피에몬테산 원료를 사용한 고급 베르무트 컨셉으로, 병에 개별적으로 번호를 매겨 한정적으로 생산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쑥의 쓴맛과 바닐라 향이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 테이스팅 노트: 진피, 팔각, 웜우드, 포도 착즙주스 (C) / 진중하고 차분한 인상, 크게 달지 않으면서 적당한 바디감이 기분좋게 마시기 좋다. (K) / 매우 풍부한 바디감, 과즙이 풍부한 베리류, 계피, 감초, 가을 향신료의 풍미. 또한 일반 친자노 로쏘에 비해 달콤하지만 더 균일하다. 향신료 풍미도 더 복합적이다. (W)
- 총평: 한방차의 느낌이 생각보다 강하다. 쿰쿰하면서도 섬세한 향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건. (C) / 니트로 먹기가 좋다. 다만, 캐릭터가 섬세하여 너무 강한 재료들과 붙이면 묻히기 쉬워 보인다. 칵테일로 쓴다면 자기주장이 크지 않은 재료들과 조합하면 좋은 칵테일이 만들어질 것 같다.(차 종류나 룩사르도 비터 등) (K) / 일반 친자노보다 약간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상당히 완성도 있는 제품이며 특히 차갑게 식힌 후에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칵테일에 사용하기에는 니트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지만, 클래식 칵테일에 사용했을 때에도 충분히 좋은 맛을 낸다. 시음 후에도 계속 니트로 마시게 된다. 정말 훌륭하다. (W)
코키 社
Cocchi Storico Vermouth di Torino
- 와인: Moscato of Asti
- 부재료: Artemisia, Cinchona, Bitter Orange, Rhubarb
- 도수: 16% vol.
- 설명 : 코키 베르무트사는 1891년 줄리오 코키에 의해 만들어졌다. 코키는 피에몬테 지역이 베르무트의 왕국으로 알려진 이유가 바로 코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줄리오 코키는 원래 토스카나 출신의 페이스트리 셰프로서 아스티 마을로 사업장을 옮겼다. 그는 아스티에서 발견한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에 관심이 많았다.
- 그 중 코키 스토리코는 인기가 많았던 오리지널 레시피이며, 특징은 베르무트의 산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병과 (열기 힘든) 뚜껑을 사용하였다는 점에 있다. 원료는 아스티산 모스카토 와인과 현지산 + 수입산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며, 주된 향미는 쑥, 기나나무, 비터 오렌지 및 루바브가 있다.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에 생산이 재개되었다.
- 테이스팅 노트: 직관적인 용담, 카카오닙스, 시트러스 오일, 장미수 (C) / 카카오닙스, 기나나무 껍질, 루바브, 약간의 시트러스 (K) / 카카오 닙스 향과 루바브 향, 시트러스 풍미가 느껴진다. 균형과 단맛이 매우 매력적이다. (W)
- 총평: 생각보다 다양한 향이 잡힌다. 클래식 칵테일에서의 다양한 변주가 기대됨. (C) / 드라이한 밸런스가 인상 깊다. 친자노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사용하되, 좀 더 복합적인 향미를 가미하고 싶을 때 친자노 대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꽉 찬 육각형 같다.(K) / 시음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실망시키지 않았다. 훌륭한 올라운더이며 바디감과 풍미가 좋아서 사람들이 안티카 포뮬러의 대안으로 추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르무트를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제품이다. (W)
Cocchi Dopo Teatro Vermouth Amaro
- 와인: Moscato of Asti
- 부재료: Artemisia, Cinchona, Quassia Wood, Rhubarb
- 도수: 16.5% vol.
- 설명 : 줄리오 코키의 두번째 오리지널 레시피. ‘도포 테아토르’의 의미는 ‘극장이 끝난 후’이다. 피에몬테에는 극장을 나간 후 레몬 제스트를 곁들인 차가운 베르무트 한 잔을 즐기는 관습이 있다. 그 관습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맛은 베르무트보단 아마로에 더 가깝다. 바롤로 치나토 와인을 기반으로 쑥, 루바브, 소태나무, 천심련, 기나나무로 향을 냈다.
- 테이스팅 노트: 강한 퀴닌, 스타 아니스, 가당 오렌지 주스, 탄탄한 구조감, 벨베티한 질감 (C) / 퀴닌, 오렌지 제스트, 한약재 같은 나무향, 전반적으로 비터스위트 (K) / 오렌지 시트러스, 오크, 루바브의 쌉싸름한 퀴닌 풍미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W)
- 총평: 베르무트 아마로를 표방하는 만큼 좀 더 쓴내가 강하나 베르무트라는 정체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권장 시음법으로 오렌지 제스트에서 오일만 뿌려서 니트로 먹는 것을 추천하는데, 굉장히 잘 어울렸다.(C) / 니트나 칵테일 두 모두 음용하기 좋다. 베르무트 아마로이기 때문에 푼테메스와 비슷한 포지션으로 여겨지는데, 푼테메스보다 무게감이 낮고 향미의 방향이 오렌지와 퀴닌쪽으로 치우쳐있어 푼테메스와 차별점이 있다. 푼테메스처럼 다른 베르무트와 블렌딩하여 향미를 추가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지만, 푼테메스를 쓸때보단 양을 증량해도 괜찮을 것 같은 인상. (K) / 코키 스토리코 베르무트에 비해 바디감과 풍미가 더욱 풍부하다. 이러한 특성 덕에 니트로 마시기 좋은 편이나, 칵테일을 만들 때에는 다른 재료를 압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음료에 더 많은 바디감과 강렬함을 원한다면 이 제품이 제격일 것이다. (W)
카르파노 社
Carpano Classico Rosso
- 와인: 미공개
- 부재료: 미공개
- 도수: 16% vol.
- 앞서 베르무트의 역사 파트에서 소개한 최초의 상업용 베르무트를 후대가 재현한 베르무트이다. 주 재료는 이탈리아 남부, 피에몬테의 모스카토 와인을 베이스로 하여 시칠리아 화이트 와인, 태운 설탕, 피에몬테 산맥의 허브, 이국적인 향신료(주로 쓴 쑥)를 첨가하였다. 주요 풍미는 스파이스, 감귤, 쓴 쑥이다.
- 테이스팅 노트: 용담, 민티, 풀, 레몬그라스, 거친 질감 (C) / 오렌지 제스트, 다소 쓴맛, 무난한 밸런스 (K) / 기존 베르무트에 비해 허브와 플로럴 향이 강하다. 스피어민트, 시트러스 제스트가 밝은 베리와 함께 어우러진다. (W)
- 총평: 그래시한 노트들이 잘 느껴졌다. 비슷한 향미를 가진 라이 위스키와 같이 사용하였을때 시너지가 돋보일 듯 하다. (C) / 쉽게 어떤 칵테일과도 잘 어울릴 듯 한 인상. 특히 뒤쪽의 화한 느낌이 살짝 있어서, 친자노 로쏘를 쓸 때 특유의 끝 맛(워터리하고 비릿하게 느껴지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K) / 풀과 같은 풍미가 더 강하여 이전에 마셨던 다른 베르무트와 비교된다. 바디감도 괜찮아 칵테일에 잘 어울린다. (W)
Punt e Mes
- 와인: 미공개
- 부재료: Artemisia, Quinine, Orange peel, etc.
- 도수: 15% vol.
- 설명 : 1870년 어떤 주식 중개인이 카르파노 와인 가게에서 동료들과 주가가 1.5포인트 상승한 것에 대해 토론하다 평소에 마시던 베르무트에 “쓴 맛을 반 정도 더 넣어줘”(푼트 에 메스)라고 말한 데에서 기원 한다고 전해진다. 캐치프레이즈는 “단 맛은 1포인트, 쓴 맛은 0.5 포인트.” 로마냐, 풀리아, 시칠리아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에 40가지 이상의 허브(주로 오렌지 껍질과 퀴니네)와 향신료를 첨가하여 만든다.
- 테이스팅 노트: 날카롭고 매운 향신료들, 아니스, 엄나무, 감초, 강한 쓴맛 (C) / 꿉꿉한 노트, 약재의 쓴맛, 동물에서 나는 꼬순내, 높은 당도와 바디감. (K) / 대단히 씁쓸하다. 강렬한 허브 쓴맛과 시럽 같은 단맛이 느껴진다. 시트러스 제스트도 느껴지는데, 오렌지보다는 더 날카롭고 레몬 향에 가깝게 느껴진다. 용담의 쓴맛과 루바브도 느껴진다. 마지막에 당밀이 약간 남는다. (W)
- 총평: 전반적으로 향미가 강하고 날카롭지만 유니크한 포인트가 있는지는 느껴지는 바가 없음. 다른 스위트 베르무트로 대체하기 쉬워보임. (C) / 베르무트보다는 아마로에 더 가까운 맛. 그냥 마실 때는 거친 느낌이 적잖이 있다. 칵테일로 쓸 때는 푼테메스는 단일로 쓰기보단 다른 베르무트(특히 화사한 느낌의 베르무트)와 섞어서 쓰는 것이 좋고, 묵직한 바디감, 비터함, 당도를 더해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편이 좋아보인다.(K) / 달콤한 베르무트보다는 아마로에 가깝기 때문에, 응집된 풍미와 쓴맛이 느껴진다. 다른 스위트 베르무트 레시피에 푼테메스를 1:1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지만, 베르무트끼리 블렌딩하거나 소량을 킥으로 추가하면 풍미와 강도가 정말 높아질 것이다. (W)
Antica Formula
- 와인: White wines of Romagna, Puglia, Sicily
- 부재료: Vanilla from the tropical regions, Saffron, Wormwood, Burnt sugar
- 도수: 16.5% vol.
- 설명 : 1786년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의 베르무트 레시피를 재현한 제품이다. 2001년 니콜로 브랑카 백작은 카르파노 회사를 인수한 후 오래된 문서를 분류하고 있었다. 여기서 안티카 포뮬러의 레시피를 발견하고 이를 재현했다. 주 재료는 로마냐, 풀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며, 부재료로는 바닐라빈, 사프론, 웜우드(쓴쑥), 태운 설탕등이 있다.
- 테이스팅 노트: 오크, 웜우드, 생 타임과 오레가노, 땅콩, 마카다미아 넛의 고소함, 포도 군내, 짚단, 바닐라 빈, 데메라라 설탕, 카라멜화된 양파 (C) / 바닐라 빈, 카카오닙스, 당도와 바디감 모두 높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짐. (K) / 강렬한 바닐라, 견과류, 우디함. 건포도와 당밀. (W)
- 총평: 향미의 복잡도나 완성도가 매우 높으면서도 마시기 쉽다. 달면서도 우아한 바닐라 빈이 베이스에 깔려있고 견과류, 허브, 브라운 컬러 향조 등 다양한 특징이 잘 곁들여져 있어서 기분 좋은 한 잔이 될 수 있다. 칵테일로써의 확정성도 훌륭하다. 다른 베르무트와의 비교가 미안해지는 수준. (C) / 극찬을 아낄 수 없는 베르무트. 그냥 마셔도 좋고, 단일로 써도 좋고, 다른 베르무트와 섞어도 안티카포뮬러의 존재감이 살아있으면서 다른 베르무트의 빈 맛들을 채워주기도 하고, 존재감 강한 재료들과 같이 둬도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다. (K) / 모두가 좋아하는 달콤한 베르무트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풍미와 바디감이 매우 풍부하다. 그러나 큰 문제는 가격이 매우 비싸고 한국에서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특히 현재). 개인적으로는 강렬한 바닐라 향 때문에 제대로 균형 잡힌 음료를 만들기가 까다롭다 생각한다. 다만 안티카 포뮬러의 명성과 인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이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 (W)
§3. 강평
C:
8종의 스위트 베르무트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는 자리 자체가 생겼다는 것이 영광이다. 베르무트는 장르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닌이상 사실 제품별로, 브랜드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크게 체감했다. 오히려 칵테일로 사용하기 보다는 아페리티프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제품(1757 Vermouth di Torino G.I Rosso)도 있었던 반면 철저히 칵테일로써 해석해야 좋은 인상(Martini Rosso)이 드는 제품도 있었다. 내가 칵테일로써 원하는 또는 원하지 않는 향미가 있다면 신중히 베르무트를 선택해야함을 결론짓겠다. 다만 미리 제품들을 개별적으로 시음하고 구매하기는 힘든 것이 베르무트라는 주종의 특징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테이스팅 노트를 남겨두는 바이다.
K:
앞선 정보와 노트들을 통해 우리는 베르무트에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며 그 재료들이 향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특히 향신료의 종류를 공부하고 그 향신료를 쓴 베르무트들을 마셔보면서, 웜우드(Wormwood), 모그워트(Mugwort), 용담 뿌리(Gentian root), 기나나무(Cinchona)와 같이 향미에 크게 영향을 주는 향료들을 분리해보는 경험들이 인상 깊었다.
또한 각 베르무트로 칵테일을 타보는 실험을 함으로써 우리는 베르무트를 선택할 때 본인의 의도에 맞게 베르무트를 구매하여 레시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해보진 않았지만) 맨해튼에 바닐라와 카카오닙스, 용담뿌리의 향미를 의도적으로 주기 위해 안티카 포뮬러와 마티니 베르무트를 섞어 넣는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베르무트끼리 블렌드하거나 재료 간의 조합을 고려할 때 우리의 실험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록들이 점점 쌓임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지는 좀 더 명확해지고, 칵테일의 레시피를 변형하고 창조하는 바텐더들의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을 기대해본다.
한편, 이번 스터디에서 이탈리안 베르무트만 다룬 점은 아쉽다. 프랑스, 스페인, 미국에도 다양한 베르무트들이 있을 텐데 국내에 수입되는 것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이런 베르무트들을 구할 기회가 있다면, 또 다른 스터디를 열어보고 싶다.
W :
이번 시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스위트 베르무트 카테고리에서 이탈리아 로쏘만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스페인 로조(Rojos)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 같고 프랑스 베르무트인 돌린 루즈도 손에 넣지 못했다.
이탈리아 로쏘 중에서도 만치노 로쏘는 주문이 늦어져 수령받지 못했다. 또 다른 훌륭한 비교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위트 베르무트를 시음하고 그 맛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감사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친자노 1757이었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코키 스토리코 베르무트이다.
마티니 로쏘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시장에는 다른 베르무트도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베르무트를 시도해보는 것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다행히도 대부분 가격이 그렇게 비싸진 않다.
Ref) 1.https://www.diffordsguide.com/bws/1252/vermouth/history
2. https://www.diffordsguide.com/beer-wine-spirits/category/52/vermouth
3. https://m.blog.naver.com/krjackey/220873143269
4. https://en.wikipedia.org/wiki/Moscato_d%27Asti
5. https://m.blog.naver.com/genzer/221846434614
6. https://namu.wiki/w/%EB%B2%A0%EB%A5%B4%EB%AC%B4%ED%8A%B8
7. https://en.wikipedia.org/wiki/Artemisia_absinthium
8. https://en.wikipedia.org/wiki/Cinchona
9. https://en.wikipedia.org/wiki/Mugwort
10. https://en.wikipedia.org/wiki/Punt_e_Mes
11. https://spiritskiosk.com/antica-formula-carpano-verm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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