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믹소사이어티입니다. 이번 글은 카르파노 베르무트 세미나를 진행 한 후 작성한 레포트로, "카르파노 베르무트 3종 니트 시음 및 칵테일 시음"에 대해 다룹니다. 저희 팀과 주최 행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번 글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직전에 업로드한 칼럼, 이탈리안 스윗 베르무트 8종 비교 연구에서 이어집니다. 따라서 해당 칼럼을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더하여 해당 행사는 카르파노 베르무트를 협찬해주신 "메타베브 코리아"와 저번에 이어 흔쾌히 바 공간을 빌려주신 "Bar Hansbarrel"이 없었다면 개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면을 빌려 다시금 감사를 표합니다.
목차
- 카르파노 브랜드 및 라인업 소개
- 베르무트 및 칵테일 시음
카르파노 브랜드 및 라인업 소개
- 브랜드 히스토리
카르파노 브랜드의 역사는 위를 참고하면 좋다.
- 카르파노 라인업 소개
프라텔리 브랑카 디스틸러의 카르파노 베르무트 라인업은 총 5가지이다.
- 카르파노 클라시코
- 카르파노 푼테메스
- 카르파노 안티카 포뮬라
- 카르파노 비앙코
- 카르파노 드라이
각 라인업에 대한 정보는 위의 자료를 참고하면 좋다. 이중 이번 시음회에서 다룰 라인업은 카르파노 드라이, 비앙코, 안티카 포뮬라 총 3종이다.
베르무트 및 칵테일 시음평
카르파노 드라이 베르무트는 2014년 새롭게 출시한 신제품으로, 프렌치 버무스의 샴베리 드라이(Chambery Dry/Extra-Dry) 스타일로 만든 베르무트이다. 주요한 향미는 졸인 과일, 레몬 오일, 허브(코리엔더, 캐모마일 등), 약간의 미네랄로 다소 산뜻하고 향긋한 캐릭터를 갖는다.
시음평은 다음과 같다.
카르파노 드라이 베르무트에 대한 선호도 평균은 4점으로, 편차는 3점에서 5점으로 높지 않았다. 단맛과 감칠맛의 경우 평균 3점대로 높은 편이었다. 떫거나 쓴 맛은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적다고 평가하였으나, 신 맛은 1점부터 5점까지 매우 편차가 컸다.
개별적인 평가를 취합하였을 때 공통적으로 '레몬필' 늬앙스를 많이 언급하였으며, 단맛과 감칠맛을 공통적으로 언급한 사람이 많았다.
이후 카르파노 드라이베르무트를 칵테일로 해석하기 위해, 드라이마티니 레시피를 사용하였다.
드라이마티니를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클래식 스타일의 칵테일이자, 드라이 베르무트 칵테일로서 매우 대중적이다.
- 베르무트와 기주의 간단한 조합으로, 각 재료의 캐릭터가 매우 잘 드러나는 칵테일이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Dry Martini:
Gordon's London Dry Gin 60ml
Carpano Dry Vermouth 12.5ml
Angostura Orange Bitter 2 dash
우선 고든스는 단 맛이 거의 없고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그러면서도 상쾌하고 깔끔한 여운을 가져 마티니에 적절하다 판단하였다. 특히 카르파노 드라이의 주 재료인 코리앤더 씨드와 레몬 오일과 같은 보태니컬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고든스를 사용하였다.
카르파노 드라이는 드라이 버무스 중에서 플로럴하면서도 산뜻하고 향긋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어, 마티니에 사용했을 때 올리브와 노일리프랏을 넣은 오일리한 마티니에 비해 레몬 필을 넣어 좀 더 산뜻하고 플로럴한 스타일의 마티니로 만들 수 있었다.
오렌지 비터는 전반적인 캐릭터가 너무 시트러스하고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향미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시음평은 다음과 같다.
마티니는 대체로 평균 선호도가 3.5점으로 높은 편이었으나, 마티니 레시피의 특성상 매우 호불호가 갈렸다.(1점~5점) 향미에 대해선 단맛은 많이 죽고 쓰고 떫은 맛이 많이 올라왔다고 평가하였다. 한편 감칠맛은 여전히 잘 살아있다고 평가하였다.
개별 평가를 취합하였을 때, 잔당감이 없고 깔끔하다, 레몬필 늬앙스가 난다, 고든스의 시트러스함이 강조된 느낌이다, 온도가 올라갈 수록 점점 달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카르파노 비앙코는 프랑스 베르무트의 샹베리 블랑 스타일을 차용하여 만든 비앙코 베르무트로, 20세기 초 처음 이탈리아 생산자들의 수출 상품의 다각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카르파노 비앙코는 엑스트라 드라이와 스위트 사이의 세미-스위트의 포지션으로, 그냥 마셨을 때 너무 달지도 너무 드라이하지 않아 샴페인처럼 그냥 마시기에도 좋고, 탄산수나 칵테일로 탔을 때도 매력을 보이는 베르무트이다.
주된 향으로는 백색 계열의 꽃, 시트러스, 바닐라, 허브(코리앤더 씨드, 쑥, 계피, 코코아, 아몬드), 와인과 미네랄을 꼽을 수 있으며 맛을 보았을 때는 부드러운 단맛으로 시작하여 복합적인 허브와 향신료의 쌉쌀한 맛, 멜론, 청사과, 열대과일, 건살구나 건포도 등의 과일 풍미, 깔끔한 미네랄리티가 특징이다.
시음 평은 다음과 같다.
비앙코 베르무트의 평균 선호도는 3.75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다만 선호의 편차는 존재했으며, 특히 높은 단 맛에서 선호의 차이가 발생하였다. 향미에 대해선 높은 단맛과 감칠맛, 약간의 산미, 낮은 쓴맛이 특징이었다. 떫은 맛의 경우 낮은 편이었으나 사람마다 약간의 편차를 보였다.
개별 평가를 취합하였을 때, 시트러스, 부드러운 잔당감, 와인의 감칠맛을 언급한 인원이 많았다.
이후 카르파노 비앙코를 칵테일로 해석하기 위해 창작 칵테일 레시피를 사용하였다.
창작 칵테일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비앙코는 비교적 역사가 짧아 클래식 칵테일이 몇 개 없다.
- 대중적인 레시피가 많지 않다.
- 앞뒤로 제공된 칵테일이 도수가 높아 전환하는 느낌이 필요하였다. 또한 비앙코의 성격도 그런 쪽에 더 맞았다.
따라서 클래식 레시피를 사용하기보단 Second Serve와 Vatican City라는, 모던 클래식 레시피를 변형한 Net Point라는 창작 칵테일로 재해석하였다.
칵테일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Net Point라는 이름을 짓게 된 연원에 대해 알아보자.
이 칵테일의 주된 틀은 세컨드서브 레시피이다. 그런데 세컨드서브는 테니스용어로, 이 용어의 의미는 첫 번째 시구를 실패했을 때 얻는 두번째 시구 기회를 뜻한다. 이때 선수들은 넷 포인트를 따기 위해 넷 플레이를 자주 시도하기 때문에 넷 포인트로 이름을 지었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Net point :
Carpano Bianco 30ml
Freshely-squeezed Lime 30ml
Amaro Montenegro 30ml
Simple Syrup 20ml
Soda on top
이 레시피는 스즈와 블랑 베르무트를 사용하는 바티칸 시티와 피노쉐리와 몬테네그로를 사용하는 새컨드서브에 영감을 받아, 두 레시피를 합친 레시피이다. 비앙코와 라임, 시럽을 섞어 당과 산의 비율을 조정하였고, 아마로 리큐르인 몬테네그로를 추가하여 비앙코의 씁쓸한 복합미를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소다를 조금 넣어 청량감을 더하였다.
넷 포인트에 대한 선호도는 평균 4.25점으로 높았다. 향미에 대해선 라임의 영향에 의해 대체로 신 맛과 감칠 맛이 올라오고 단 맛과 떫은 맛은 약간 가라앉았다. 한편 다른 향미들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개별적인 평가를 취합하였을 때, 산미와 감미가 잘 어울린다, 세컨드 서브와 달리 바디감이나 단 맛이 강해졌고 직관적인 포도향미가 느껴진다고 평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안티카 포뮬라이다. 안티카 포뮬라는 이탈리아 베르무트 중에서도 Rosso alla vagnilla라는 스타일로 만들어진 베르무트이다. 이것의 말 뜻은 '바닐라를 첨가한 로쏘 베르무트'이다.
이런 베르무트 스타일답게 재료로 Romagna, Puglia, Sicillia 산의 화이트 와인, 피에몬트 알프스 산의 쓴 쑥(Wormwood), 타히티, 마다가스카르, 파푸아뉴기니의 최고급 바닐라빈, 이란의 사프론이 들어간다.
호화로운 재료를 반영하듯, 향에서도 고급스럽고 풍부한 바닐라가 느껴지며, 말린 과일, 오렌지 껍질, 스파이스(계피, 정향, 샤프란, 팔각 아니스 등), 코코아/초콜릿, 우디한 느낌이 난다. 맛에서는 풍부하면서 자연스러운 단 맛과 균형잡힌 쌉쌀함이 느껴지며, 끝 여운으로 비강을 가득 채우는 바닐라 향과 코코아, 커피, 복합적인 향신료가 일품이다.
시음 평은 다음과 같다.
선호도의 경우 평균 4.38로 매우 높았으며, 편차 역시 3점에서 5점으로 일관된 선호를 보였다. 한편 대체로 다섯 개의 향미가 매우 짙은 편으로, 특히 단맛과 감칠맛이 높게 나타났다. 그 외의 맛들도 꽤 높은 편이며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개별 평가를 취합한 결과 비터(쓴 맛+허브맛), 오렌지, 높은 바디감, 높은 잔당감, 바닐라가 공통적으로 언급되었다.
이 베르무트를 사용할 레시피는 맨해튼이다. 맨해튼을 고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클래식 칵테일로, 스위트 베르무트 칵테일 중에 인지도가 높다.
- 기주와 베르무트라는 간단한 조합으로, 베르무트의 성격을 잘 나타내기에 좋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Manhattan :
Michter's US1 Single Barrel Straight Rye 50ml
Carpano Antica Formula 20ml
Angostura Aromatic Bitter 2-3 dash
믹터스 라이를 선정한 이유는 맨해튼에 적합한 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성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다른 재료에 묻히지 않는 적당한 밸런스가 있는 것이 가장 컸다. 믹터스 라이와 안티카 포뮬러의 조화도 주목할만 하다.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바닐라, 캐러맬과 같은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에 뒤쪽으로 갈 수록 라이 특유의 스파이스(계피, 클로브, 넛맥), 과일류의 노트(오렌지 껍질, 말린 자두 등)와 오크, 견과류의 복합미(아몬드, 헤이즐넛)이 있는데, 이러한 기주의 특성들이 안티카 포뮬러의 바닐라, 스파이스, 코코아와 같은 달고 부드럽지만 복합적인 향미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맨해튼의 경우 평균 선호 점수는 3.25점으로 평균적인 점수였다. 특히 선호 편차가 1점부터 5점으로 다양하였는데, 편차의 원인은 쓴 맛과 단 맛의 수용 정도 차이로 추정된다. 다일루전이 다소 부족했다, 일체감이 아쉬웠다는 의견도 존재하였다. 향미의 경우 평균 3점 이상의 높은 감칠맛과 쓴 맛, 신맛과 단맛을 제외한 향미의 높은 편차(1~5점)가 주목할 점이다.
개별 평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비터함, 라이 특유의 건초, 허브, 호밀, 오렌지가 언급되었다.
결론
카르파노 베르무트는 어떤 베르무트인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786년부터 이어온 베르무트의 근본이다, 사교성이 높아 이런저런 칵테일로 잘 쓰일 수 있다, 그냥 마셔도 맛이 훌륭하다 등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카르파노 베르무트를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믿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바텐더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안티카 포뮬러의 예를 들어볼까? 니콜로 브랑카 백작이 2001년 안티카 포뮬러 레시피를 찾기 전까지 잊혀져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안티카 포뮬러는 1786년 시작된 카르파노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그 품질을 입증하며 우리의 앞에 와있다.
실제로 그냥 마셨을 때나 칵테일로 타서 마셨을 때나 항상 좋은 맛을 냈고, 또한 좋은 맛을 내는데 필요한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일상처럼 곁에 두고 마실 수 있는 베르무트를 하나만 고르라면, 그것은 분명 카르파노 베르무트이리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