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이 존재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이 영화 추천해. 반전이 정말... 대단해." 라는 말을 하는 순간, '이 영화에는 반전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스포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그냥 "이 영화 봐! 정말 재미있어!" 와 같은... 얕은 - 초딩스러운 표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요.
같은 맥락에서, 저는 지금 웹툰 한 편을 소개하고 싶지만 - 그 이름을 밝힐 수는 없어요. 왜냐면 지금부터 해당 작품의 결말을 적당히 모호하게 서술할거라서요. 이 내용을 읽은 뒤, 해당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을거예요. 결말을 이미 다 알고 보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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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 푹 빠져서 읽은 웹툰 하나. 총 150화정도가 되는데요. 편당 길이가 꽤나 긴 편임에도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주인공은,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 못하는 천재 과학자입니다. 그렇기에 그 시간을 돌리고, 또 돌려요. 수백억번 돌리고 있습니다. 이 집착은 광기로 이어지지요. 점차, 주변 사람들이 이 광기를 인지합니다. 주인공이 시간을 계속해서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 갈등이 시작되는 내용입니다. 매우 잔인한 묘사도 많아요.
제가 이 웹툰에 감정이입하게 된 이유는, 주인공에게서 저를 봤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요. 창업 팀에 속해서 매일밤 - 저를 포함한 팀원 4명이 밤을 새가며 이런저런 서비스를 만들어서 돈을 벌었는데요. 제대로 씻지도 못해 꾀쬐쬐한 넷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돈을 벌면 그 돈으로 치킨을 시켜먹고. 돈을 벌지 못하면, 다른 동아리방에 놀러가서 빵 얻어먹으면서 버틴다거나...
'길바닥'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숙 비슷하게 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확실히 젊었네요. 지금 이 타이핑을 하면서... 저는 해맑게 웃고 있답니다.
당시에 정말 행복했거든요. 나머지 3명에게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직업이라면, 평생 행복할 것 같다." 라는 말도 반복했어요. 정말,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입니다.
지금은 넷이 모두 흩어졌지요. 저는 뭐, 이렇게 살고 있고. 다른 한명은 에어비엔비를 20개정도 돌리고 있고요. 또 하나는 SBS피디, 다른 하나는 배달의 민족을 다니고 있어요. 연락은 자주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텐션은 당연히 아니지요. 가끔 많이 그리워요.
2년 전에는, 나라님과 기획한 오프라인 데일리 단체 강의를 마치고요. 다들 집에 돌아가시고, 뒷정리를 한 뒤에 - 지하철역으로 가야 하는데요. 비가 오더라고요. 둘 다 우산이 없어서 대충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큰 박스를 찢어 우산 대용으로 사용하면서 역까지 갔어요. 머리가 다 젖어도 표정은 밝았지요.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떠올려낸 지식'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분들에게 전달하면서 살아가는 삶. 그리고 내 일에 공감해주고 - 나와 함께해주는 사람의 존재.
직업만 보면... 불안정하고, 조울증 걸리기 딱 좋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하다. 과분할 정도로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그래서 저는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이 되더라고요. 미친 것 같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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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자 맥락은 다르더라도 저처럼요. '털어버리지 못하는' 시간대가 존재할거예요.
이를 겨냥한 비즈니스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레트로 마케팅이 대부분 이런 목적이긴 하지요. 당시의 분위기 - 고증살린 장소를 마련하는 방식이요. 하지만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돈이 많이 들잖아요), '우리만의 추억'이라기보다는 '세대의 추억' 느낌이지요. 범위가 넓어요.
이보단... 제가 해보고 싶은건, 역시나 글쓰기입니다. 저는 글 덕후니까요.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추억들. 만약 제가 편지로 옮겨, 당시 팀원 - 혹은 나라님께 보내드리면 다들 글을 읽으며 당시를 떠올릴겁니다. 편지에는 '어느정도 미화된 상태로 과거로 돌아가는' 힘이 있지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제 편지를 읽으며 배시시 웃음을 지을거예요. 답장도 꽤나 성의껏 오겠지요. 아니면 약속을 잡는다거나. 전화가 걸려 올 겁니다.
이 작업을 왜 하냐면요.
글을 못 쓰는 사람들에게 '내 글을 통해 누군가를 감동시킨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제 글에 대한 평가가 박해도 별로 상처받지 않아요. "하하 그러시군요." 라고 이야기하고 털어버릴 자신이 있어요. 제 글에 자부심이 있다기보다는, '타인의 평가'에 대해 큰 의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요즘은 그래요. 강해졌나봐요.
하지만 아직 본인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분들은, 내 글을 공개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시지요. 그런데 제가 위에서 말한 내용의 글을 작성해서 -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보낸다면 어떨까요. 반응이 좋을 확률이 매우 높지요.
받아본 이의 행복한 리액션.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글쓰기' 경험치가 하나 쌓이게 됩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꼭 열어볼거예요. 그런데 이 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이 방식을 따라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별 것 아니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테지만, 저는 그럼에도 권해보고 싶어요.
작품 이름이 궁금하신 분들은 디엠이나 뭐 아무렇게나 제게 연락을 취해주세요. 알려드릴게요. 제게 있어선, 근 10년간 본 작품 중 가장 인상깊었어요.
초반부는 정말 허접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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