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항상 내 맘 같지 않아서 속상하고, 그래서 가끔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상한 일. 올해 코로나 때문에 그 산업이 많이 망가졌어요. 도저히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아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자꾸 망설이고 고민하면서 괴로워하는 건 사실 제가 너무 너무 잘하고 싶기 때문이래요. "그럴 수 있다"고. 생판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해 받는 기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애매한 다짐을 하면서 살아가요. 그래도 최근에는 너무 잘하고 싶어서 멈추게 된 다른 것들까지 돌아볼 힘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매일 일상을,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상한 머릿속의 소리를 적어내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잘 써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자 그 루틴이 싹 사라져버렸어요. 쓰지 않고 살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걸 느꼈고요. 한 치 앞도 모르는 2020년의 컴컴한 터널을 지나 자세히는 몰라도 어쨌든 빛이 보이는 2021년의 시작점 앞에서 이대로 있지만은 않을 거라고 다짐하며 이런 저를 받아줄 만한 글쓰기 모임을 찾아보다가 월간 사생활을 발견했어요.
저는 내향인인데 사람을 좋아합니다. 집에 혼자 있는 게 제일 좋지만 그럴 때도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게 좋습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데 잘 모르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재밌어요. 그래서 각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글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저만의 이야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떠오르는 소소한 기억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무언가 나눌 수 있다면 나누고, 굳이 거창한 것을 하지 않아도 적당히, 느슨하게 연결된 모임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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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영
말하기와 듣기를 동시에 좋아하기가 쉽지 않은데 멋있어요. 요새는 말하기는 과잉인데 듣기는 멸종해가는 슬픈 시대죠. 모쪼록 원하는 바를 얻어가시길 기원합니다. 너무너무 잘하고 싶어하는 일도 꾸준히 성취해나가셔요. 화이팅!
JR
말하기가 과잉이라는 얘기에 너무 동감합니다. 모두가 불안하고 외로워서 그런걸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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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
쓰지 않고 살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걸 느꼈고요. 저는 이 문장이 와닿아요. 반대로 다시 쓰기 시작하니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하게 되더라고요. 대면하지 못 하지만 느슨하게 연결 된 우리가 좋습니다. 앞으로 기대할게요!
JR
맞아요! 사소한 일부터 다시 쓰다보면 또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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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생활
잘하고 싶은 마음과 욕심에 좌절하던 시절이 저 또한 있었습니다. 지금은 내려놓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욕심이 마음 한 켠에 있음을 저는 압니다. 내색하지 않을 뿐, 다들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있다고 전 생각해요. 다만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어서 나름의 노력과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님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다른 필요한 게 무언지 여전히 찾는 중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다함께 나누고 싶어요. JR 님의 글을 읽고 저와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R
이제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결국 잘 살아보려는 의지라고 믿고 있어요. 비슷한 마음을 읽어주시고 함께하게 되어 참 좋아요. 쭈-욱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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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작가님, 글 잘 읽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사셨고,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있길 바란다는 문장에서, 햇살을 담고 넘실거리는 바다가 떠올랐어요. 그런 바다를 보면, 개인적으로 저는 마음이 편해지는데, 편안한 글이였어요.반갑습니다^^
JR
느슨하다고 해서 끈끈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믿어요. 편안한 글이라니 기쁘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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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트루
JR님이 가진 그 고유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누구와도 똑같지 않을 거에요. 모두에게 글로서 들려주신다면 저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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