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나이트오프의 <잠>이란 노래를 좋아해요. 거기에 이런 가사가 나오죠.
"모두 보고 싶다."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언제였을까. 나는 아득해집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다음 날이 돼서야 퇴근을 해요. 모두가 바쁜 얼굴, 지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할 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사뭇 다른 리듬으로, 그들이 밀고 들어오는 문 바깥으로 깡총하고 빠져나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잠에 드는 것뿐입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고민도 꿈도 없이. 착실하게 잠에 드는 것뿐입니다. 물론 이런 순환이 영원한 것도 아니에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이런 일, 이런 환경도 다 추억이 될 겁니다. 나는 그래서 희미하게 지내고 있어요. 조금은 내려놓고 지내고 있어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참아요. 꼭 만나서 할 이야기가 산더미이지만, 꾹 참고 있어요. 그 사람은 내가 여전히 열심히 시를 읽고 쓰고, 또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해대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쓰러져 아침을 맞을 거라고 믿고 있겠지만. 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시를 읽고 쓴 지가 언제였더라, 생각하면 나는 다시 아득해집니다. 곧 신춘문예를 준비할 때가 오네요. 창밖으로 도착한 겨울의 문면을 애써 외면한 채, 종이에 코를 박고 무언가 오길! 기다려야 하는, 삼류영화보다 지루한 시간이 다가오네요. 나는 쓰지 않을 테지만, 보고 싶은 모두들 파이팅. 나는 자고 있어요. 눈을 떠도. 밥을 먹어도. 실은, 자고 있는 거예요. 당신도 깨울 수 없는 잠을.
가끔 깊은 잠에 들면, 아무리 울어도 모른답니다.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이름모를 부채감에 대해, 아무리 울어도 괜찮답니다. 그러니 어서, 자요. 나처럼.
2023.09.12.
자는
김해경 드림
김해경과 이광연 작가의 편지, 매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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