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처음 만났을 때와 헤어질 때의 인사가 같다는 건 우리 만남과 헤어짐이 늘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겠죠.
다시 묻고 싶습니다. 안녕, 하신가요?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지 않아도 지금 그 곳에서 당신이 평안하고 무탈하길 바랍니다.
어쩌면 ‘나’와 ‘당신’이라는 잊혀진 수많은 이름을 거슬러 처음 존재했던 ‘우리’도 그랬을 겁니다. 우리로 살아낸 시간의 내용이 어떤 모습이든지 관계의 시작과 끝은 서로가 잘 있길 바라는 동일한 마음이었겠죠.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우리 맞닿은 삶을 생각하다 문득 궁금합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감히 헤아려보면 어떤 날은 일상의 사소한 행복에 벅차기도했을 것이고, 또 어떤 날은 답을 찾을 수 없는 삶의 물음이 울음으로 차올라도 쉽게 내뱉을 수 없었을 겁니다. 종잡을 수 없는 시간을 꾹꾹 눌러 담고서야 간신히 오늘의 삶을 흘려보냈겠죠.
이제서야 무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당도한 편지의 내용 앞에 삼켰던 마음이 불거져 늘어놓게 됩니다.
당신이 불특정 테러라고 칭했던 편지는 굳어있던 제 삶을 어디론가 납치했습니다. 회색 빛 도시의 풍경을 한순간에 전환시킨 초록빛 공원처럼 말이지요.
무용한 아름다움. ‘쓸모’를 찾아 헤매인 오랜 삶의 방황을 어느덧 찬란하게 만들어 준 친애하는 침략자의 속삭임. 우리가 주고 받은 대화는 쓸모없다 여겼던 마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합니다. 대체 어디다 써먹을까 부질 없어도 그 자체로 어여쁜 삶의 조각들. 나와 당신의 무용한 삶을 반드시 지속시켜야 할 명백한 의미입니다.
모든 것이 각져버린 네모난 세상 안에 갖혀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편지를 빌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기를 쓰고 잊으려했던 쓸모 없는 마음들이 우연히 발견한 도심 속 싱그러움처럼 우리의 삶을 찬란하게 만들 것이라구요.
얽히고설킨 나뭇가지에 하늘 바라볼 수 없어도 햇살은 기어코 내리쬐어 눈이 부셔요. 이처럼 모든 상황과 환경이 꼬여 이루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막막해도 반드시 존재하는 희망은 당신께 손 내밀어 삶을 나아가게 만들거라 확신합니다.
제가 받았던 한없이 다정한 침략자의 서신처럼. 그 마음에 동화되어 무용한 아름다움으로 납치된 가녀린 인질의 응답처럼.
그러니 오늘은 , 부디 안녕하십시오.
당신의 진정한 평안을 바라는 말을 에둘러 전합니다.
다시 뵙는 그 날까지 그렇게
부디, 안녕하십시오.
추신. 치열하게 삶을 지키며 문학으로 그 의미를 위무하는 당신의 시간이 제겐 결코 하찮지 않음을 전하고 싶어요. 당신의 하루를 즐겁게 읽으며 답신을 기다립니다.
2023.6.3
회색 도심 속 싱그러운 여름 안에서
이광연 드림
<비틀거리고 있습니다>는 매주 월요일 친애하는 당신을 찾아갑니다. 광연과 해경이 주고 받는 편지 속 친애하는 당신의 삶에서 부디 안식을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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