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 수루 원림 거닐다
온형근
환한 달 바다와 하늘이 하나의 색으로 닿을 때
수루 앞바다로 성을 수시로 쌓고 허물었다.
학이 날개를 펼쳤다 접는 모습은 꿈인지 생시인지
학익진은 한산의 뛰어난 풍광에 숨는다.
수루 앞두고 작은 섬 해갑도에 올라 갑옷을 벗고
큰 숨을 내쉰 것은 아직 잘 모르는 일일 테지
오목한 바다를 좌우로 내다보는 그리움은 멀다.
마루 바닥으로 낮게 떠오르는 달빛이 그렁하다.
맑은 날에는 눈부시도록 출렁이는 푸른 물결에
흐리고 편치 않은 수루에 앉아 알 수 없는 것들
물길의 깊이를 헤아리느라 모골이 오싹하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느라 퉁소를 청하고 시를 쓴다.
질투와 공명에 휩싸였던 강박은 한산 바다에 묻고
삼도수군통제사의 전투 명령의 첫마디를 세운다.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고요하고 무겁기를 산과 같이 하라"
싸움은 망동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중함이다.
삼군을 통틀어 지휘하라는 통제영의 공무는
어느 순간 내 스스로를 다스리는 제약이 되어
슬픔을 돌아볼 틈 없이 들어서는 고독으로
편안했거나 위태로웠던 순간마저도 억누른다.
기슴이 미어지는 슬픔마저도 오늘은 맑다며
제승당에서 한산 바다로 향한 수루에 정좌한다.
의항선착장으로 수상보트 미끄러지는 시선을 따르니
한산정 건너 활시위 날아가는 과녁이 간결하다.
환한 달 바다와 하늘이 하나의 색으로 닿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