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방 탐승
온형근
접안接岸에 이르러서야
선명한 폭포 줄기가 어둠을 환하게 밝힌다.
봉래 해넘이 무지개는 영롱하게 물줄기 흔들고
짙은 송림은 오른쪽 물보라에 실려 신선의 풍채로 거닌다.
용암 절벽이 왼손을 흔들며 해안선 따라 바다로 흘려든다.
갈 수 없으니 아득하다고 고단한 육신을 탓하나
눈 뜨고 크게 마주하여 환하게 웃으려고 했을까
너와 정나의 지난한 이야기 정방에 다다라
왁자한 물줄기 뭉치로 쏟아지는 저 시원함에
뱃머리는 정방을 비껴 타원을 긋는데
풍악은 멈추고 고개를 외로 꼬더니 보이지 않는 곳
폭포의 깊게 팬 주름 사이로 유하주 권한다.
그제야 인동덩굴과 찔레 선선히 눈에 들어와
다정큼나무 꽃향 사방 흩뿌리고
보랏빛 멀구슬나무 곳곳에 만개한
먼나무 빨간 열매의 짙은 녹음에 벙글듯 물든다.
*流霞酒 유하주 : 신선(神仙)이 마신다는 좋은 술의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