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에서 산방을 보매
온형근
제주 산방을 송악산 분화구에서 불 때
바람 부는 언덕에서 입방아처럼 나부껴 휘날리는
마라도와 가파도에 절로 손 흔들었지
형제섬 아래 아들섬이 있다는 말은 그곳을 떠난 뒤에야 안다.
산방 굴사 큰 입 벌려 용머리해안 간추리나 했더니
송악산 둘레길 돌고 나서야 그게
용머리해안, 형제섬, 송악산
그리고 한숨 돌려 가파도와 마라도로 두루 이어져
산방의 입김이 훅 뿜어지는 것을
시야 가린 안개 뿜고 거둬가는 것으로
송악에 앉아 산방의 입 벌린 굴사窟寺를 뚫어지게 본다.
용머리 들썩들썩 머리 몇 번 휘두르더니
두꺼비 먹잇감 낚아채듯
바닷물 일렁이며 들썩일 때마다
섬도 산도 산방의 숨결에 사라지고
나타나는 찰나의 숨바꼭질 거듭한다.
살아있으니 일렁일 때 꿀렁대고
숨결에 귀밑머리 붉게 타오른다.
푸른 바람 가파도의 보리 물결 흔들리는 소리
송악산 해안 동굴 때리는 외마디에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