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쓸었을까
온형근
나뭇잎 그냥 떨어지지 않더라
여름 태풍 때 몰려다니다 남은 비바람
숲 능선 움푹 팬 늘씬한 능선에 붙잡혀
숨 고르며 한 점의 바람도 입김도 삭아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듯 누웠더니
가을 선선한 바람 촉발하는 기미에 합류
미처 털지 못한 숲을 온전히 거둔다.
산길은 층층 쌓인 낙엽으로 발에 치이고
사라진 길의 평면은 시끄럽게 파헤쳐 분간 어려운데
며칠 새 환하게 맨얼굴 드러낸 오솔길은
고른 치열로 긁어 댄 빗자루 자국으로
완이재에서 산목재까지 누구였을까
보이지 않는 시간에 누가 쓸었을까
활짝 열린 숲으로 내려다보는 호수 편안하다.
-2022.11.22.
작가의 한 마디
여름 태풍에 시달리던 비바람이 숲 능선을 휘감는다. 숨을 고르며 누워있던 나뭇잎들이 가을 바람에 숲을 가득 메운다. 낙엽의 산길은 어지럽게 흩어져 구분하기 어렵다. 며칠 새 환하게 드러난 오솔길에는 누군가 쓸고 간 빗자루 자국이 선명하다. 완이재에서 산목재까지 밤사이 쓸고 간 이가 궁금해지는 풍경이다. 그 덕분에 숲이 활짝 열리고 호수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