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온형근
외롭다고 괴로운 건지
아무도 탓하지 말라 설계된
지독하리만큼 저린 협착의 나날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강 건너가는 나룻배 잠깐 쳐다보듯
문득 서녘으로 빠알간 석양을 걷다 듣는
딱따구리 신갈나무 쪼는 둔탁한 독경처럼
어쩌지 못하는 것
번연히 알면서도
때 되면 구겨 넣듯
아쉬우면 숲길을 투덜 거닌다.
눈 뜬 게
자욱한 숲길이었건만
빗자루 자국 선명하다.
불 나간
형광등 갈지 못해 어두운 나는
주섬주섬
숲길로 나서면서 동트는 광경에 새어 드간다.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