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마당
온형근
산길, 오솔길, 송간세로를
마당 쓸 듯 선명한 빗자루 자국 파임
뉘라서 싸리비 굵기를 골 패도록 시전했을까
밟혀서 단단해진 길바닥을 긁어내는 존재감
매일 지나면서 그이의 공덕을 가늠한다.
신탁이 아니고야 신출귀몰의 빗자루질을
갈수록 소롯길이 조금씩 넓어 보이는 것도
좌우로 휘두르는 빗자루의 원지름 커져서일까
혼자 쓸다 한 사람이 늘었을까
서리 내린 날이나 눈 내린 날 미끄러질까 봐
가을바람에 휩쓸린 낙엽 뭉쳤을 때 곤두박질 마라고
쨍쨍한 가을볕 날카로운 햇살 뚫은 정갈한 빗질 자국
대체 누구의 눈부신 소행이란 말인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으니
지상을 딛고 사는 이 아니라는 증좌
금방 숲에서 인기척 하나 스치는 맨발
-2023.10.18.
작가의 한 마디
산길, 오솔길, 송간세로에 선명한 빗자루 자국이 남아있다. 누군가 싸리비로 길을 쓸고 간 흔적이다. 단단해진 길바닥을 긁어낸 존재감을 느낀다. 매일 지나며 그 공덕을 가늠해본다. 신출귀몰하는 빗자루질이 신기할 따름이다. 길이 점점 넓어 보이는 건 빗자루의 폭이 커졌거나 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리 내리거나 눈 올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낙엽 뭉쳤을 때 넘어지지 말라고 쓸고 간 흔적이다. 대체 누가 한 일일까.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숲에서 스칠 것 같은 맨발의 인기척.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