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풍경을 거닐다

7월 말, 케이티 위즈 파크

詩境.019

2025.07.28 | 조회 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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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敦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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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7월 말, 케이티 위즈 파크

온형근

 

 

 

야구 경기 있는 날 운동장을 가로질러 퇴근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함성의 파고에 발 맞추어 걷는다.

원형 경기장 바깥에서 우렁찬 울림은 준수하다.

 

저 안에서 내지르는 소리는 측정이 어렵겠으나

갑자기 찢어질 듯 고음이었다가

목울대 촉촉해져 묵직한 떨림이었다가

아쉬움 그득한 탄식이었다가 한숨일지도

 

빈틈없이 가득찬 KT-삼성의 8회 말쯤이었으니

터져 나오는 탄성과 아우성이 번갈아 폭발하는 즈음에

주차된 자동차 틈을 어찌 뚫을까를 가늠하다

아차! 창문 내린 뒷좌석 그윽한 눈망을과 마주한다.

 

진돗개 바른 자세로 창밖 내다보며 흐트러짐 없다.

소리 지르는 열린 돔 안을 그리워하듯 고개는

어둠 깔리는 한 방향만 쳐다보는 열린 차창 너머로

바깥에서도 1회 초의 시작은 떨림이었겠으나

8회 말인 저 안, 몰입의 흥분을 삭히는 시간은

또한 얼마나 아득하여 안팎이 서로를 궁금해할까

 

내내 자꾸 뒤를 돌아보며 하얀 몸짓을 보다가

망원렌즈에 잡힌 경기장 흥분 도가리를 보다가

 

 

시작 메모 7월 말 무더운 저녁, 퇴근길 발걸음이 야구장을 가로지르는 코스로 나선다. 조금 가까이 다가서자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함성의 파도가 나를 휩싼다. 원형 돔 안에서 흘러나오는 열정의 소리들이 발걸음에 리듬을 만든다. 주차장 가득 차량의 틈 사이를 헤매며 길을 찾는다. 예상치 못한 시선과 마주한다. 진돗개의 고요한 눈망울이 나를 바라본다. 그 개는 야구장을 향해 한 방향만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저 안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자세로. 8회 말의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어떤 경계 위에 서서 서로를 궁금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진돗개의 시선 속에서 그리움의 본질을 본다. 망원렌즈로 담아내고 싶은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7월 말, 케이티 위즈 파크
7월 말, 케이티 위즈 파크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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