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저고리 숲정원
온형근
뜨거우니 모시저고리를 챙겨 부채질을 했다.
느티나무나 팽나무가 정정하면
바람도 그늘 찾아 귀신처럼 알아채고 불어온다.
정정한 것이 머무는 곳이니 우주의 정자
대서 지난 숲그늘은 미세하여 정지된 숨을 쉬고
어깨 출렁대며 앞 뒤 찰랑대는 겨드랑이에서
모시저고리 바람 인다.
엊그제 잘생긴 산초나무 만나기 전이었지
만개하여 군락으로 처져 피는 누리장나무
꽃 속에 머금은 검은 보랏빛 영롱을
참나리 꽃 피고 지고, 지고 지고 하다가
산초나무 줄기에 다닥다락 돋은 철갑가시처럼
모시저고리 펄럭이는 등골로 따갑도록 땀가시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