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원림 미학

모시저고리 숲정원

조원동 원림 미학.027

2025.07.27 | 조회 131 |
from.
茶敦온형근
월간 조경헤리티지의 프로필 이미지

월간 조경헤리티지

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모시저고리 숲정원

온형근

 

 

 

뜨거우니 모시저고리를 챙겨 부채질을 했다.

느티나무나 팽나무가 정정하면

바람도 그늘 찾아 귀신처럼 알아채고 불어온다.

정정한 것이 머무는 곳이니 우주의 정자

 

대서 지난 숲그늘은 미세하여 정지된 숨을 쉬고

어깨 출렁대며 앞 뒤 찰랑대는 겨드랑이에서

모시저고리 바람 인다.

 

엊그제 잘생긴 산초나무 만나기 전이었지

만개하여 군락으로 처져 피는 누리장나무

꽃 속에 머금은 검은 보랏빛 영롱을

참나리 꽃 피고 지고, 지고 지고 하다가

 

산초나무 줄기에 다닥다락 돋은 철갑가시처럼

모시저고리 펄럭이는 등골로 따갑도록 땀가시 맺는다.

 

 

시작 메모 펄펄 유난한 대서의 아침을 숲정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모시저고리 한 벌을 챙겨 입는다. 여전히 자연스러운 통기성이 몸을 감싼다. 이렇게 입고 정자나무인 느티나무나 팽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제 길을 찾아온다. 쏴아쏴아 불어오는 소리가 귀에 가득한다. 신비로운 일이다. 정적에 잠긴 숲은 아주 미세한 떨림으로 숨 쉰다. 모시저고리가 바람을 품고 펄럭인다. 겨드랑이로 스며드는 시원함에 몸이 반응한다. 뭐라고 말을 거는지 알 필요는 없다. 누리장나무 군락을 만난다. 꽃은 늘어져 처진다. 군락으로 무리지어 볼만하다. 겸손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다 검은 보라빛 열매가 맺힐 것이다. 참나리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시간의 흐름이 꽃잎에 새겨진다. 산초나무 앞에 멈춰 선다. 원줄기를 빼곡히 둘러싼 가시들이 철갑처럼 단단하다. 등골로 흐르는 땀방울이 따갑다. 산초나무 줄기의 철갑가시가 내 등골로 돋아난다.

 

"정정한 것이 머무는 곳이니 우주의 정자 The place where righteousness resides, the pavilion of the universe"

모시저고리 숲정원
모시저고리 숲정원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월간 조경헤리티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다른 뉴스레터

© 2025 월간 조경헤리티지

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뉴스레터 문의namuwa@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