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드리운 한벽루
온형근
금빛 병풍은 물속에 잠겨 차고 푸른데 누각은 홀로 묵향을 품고 주인으로 섰다.
제일강산 읊던 만고청풍 현판 위로
맞바라보던 바위샘의 맑은 물이 아쟁을 연주하고
푸른 기왓장을 넘나드는 바람굴의 찬 바람
금병산의 능선과 배 띄운 청초호를 덧그린다.
술잔에 차오르는 절반의 달그림자는
겹겹이 쌓인 글자의 향기를 드리운다.
다녀간 그대의 풍류는 뱃머리에 앉아
악공의 피리에 맞춰 지긋이 일렁일 때
한벽루의 깃발이 춤추며 너붓거린다.
강 건너 빈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상실이 빚어낸 산천이 그대를 앞장서서
거문고 소리는 강물에 나날이 차오르고
잃어버린 정경이 남아있는 풍광이 되어
이토록 깊고 시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벽루에 올라 비로소 안다.
가장 완전한 풍경은 스러진 과거가 아니라
그리움을 딛고 새로운 눈썰미를 가꾸는 깨달음,
모자람 없는 애정은 절반의 기억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가장 완전한 풍경은 스러진 과거가 아니라 그리움을 딛고 새로운 눈썰미를 가꾸는 깨달음, 모자람 없는 애정은 절반의 기억으로 충분하다는 것을The most perfect scenery is not the faded past, but the realization of cultivating a new eye for detail by overcoming longing, and that half of the memory is enough for complete affec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