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기스탄의 염주비둘기
온형근
레기스탄 숲 속에서 염주비둘기
멀고 느리다.
아주 천천히 길고 낮게 늘어지면서
'열중쉬어'
조원동 원림의 멧비둘기처럼 바쁘게 다그치며
구슬프거나 공기의 진동에 슬픔의 가락을 수놓는
'전체차렷'은 아니다.
둘은 멀거나 가깝다.
새벽에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두면
기다렸다는 듯 유럽칼새와 염주비둘기가
침대 모서리까지 와서 지저귄다.
가끔은 충직한 그리스인들의 마라칸다를 건너
사마라칸트의 고적을 지켜내는 소리란 이런 거라고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들었던 멧비둘기 소리처럼
묵직하다는 건 멀고 다가서는 건 느리다.
그렇다면 멧비둘기 초정밀 정교한 금박은
사마르칸트 염주비둘기와 경주 멧비둘기가 서로
향수를 건드리는 암호로 위안을 나누었던
먼 그리움이 느리게 이녁을 넘나드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