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심도
온형근
유월 중에서도 드문 날이 그늘 깊은 날이다.
깊다는 말이 우물이나 보조개 정도였을까
숲길이 깊어지는 건 그늘의 심도이다.
그늘 1과 그늘 10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1에서 10으로 놓고 견줄 수 없기에 새로 정한다.
그늘의 도수를 마이너스 5에서 플러스 5로 한다면
이건 지반을 뚫고 천착하는 그늘의 무게감이 드러난다.
아 숲이구나 숲길이네. 아 그늘 깊다.
일 년 중 가장 깊은 그늘이니 마이너스 5를 부여한다.
아까 뒷동네 길 따라 심긴 느티나무의 그늘에서
머뭇대며 지나던 발걸음 놓쳤던 귀책 사유도 이와 같았다.
작가의 한 마디
유월 초입이다. 숲길을 걸으며 그늘의 깊이에 주목한다. 우물이나 보조개 같은 일상의 깊이와 달리 숲길이 깊어지는 건 그늘 때문이다. 그늘의 깊이를 수치로 표현하고 싶어 마이너스 5에서 플러스 5로 정한다. 이는 그늘의 무게감을 드러낸다. 일 년 중 가장 깊은 그늘을 만나 마이너스 5를 부여한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망설이다 지나친 순간의 아쉬움도 그늘의 깊이와 맞닿아 있다.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