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의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
온형근
시압바자르 시장으로 가다가 제일 먼저 잔디밭을 쫑쫑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 안하무인이다.
사람 알기를 그러려니 삼는지 눈치커녕
동네 나들이 나온 허튼 노년이라 이미 간파한 듯
레기스탄에서 타슈켄트로드 마로니에 그늘로 걷다 보면
비비하눔 사원의 15세기 모스크 조차
아침 이른 시각에 나서더니 한낮의 관수로
부풀어 오른 잔디 지면에 주둥이를 코 박는다.
그 갈색 주둥이 너무 선명하여 노랑부리라 해도 되겠다.
그뿐이랴!
아리랑 지나 샘크래프트 수제 맥주 찾아 나서던
레기스탄 사원을 지나는 저녁나절 놀은 깔리는데
짜게 먹은 갈증은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가 더 급한지
스프링클러 공중 관수 사정거리를 종종거리며 따라나선다.
협착 심하여 쪼그릴 때는 그와 눈도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