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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학원을 함께 다니던 친구들과 제주도에 갔다. 제주도는 하늘이 푸르르고 고도가 아주 높아 마치 알프스 같다. 우리는 야외에 차려진 긴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 독일어학원 학생들 말고도 낯선 사람들도 함께 섞여있다. 나는 Y(예술가의 꿈이 있는 친구지만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다.)와 마주 앉는다. 어쩐지 우리 식탁 앞에는 삶은 고둥이나 오이같은 소소한 음식이 차려지고 옆에는 비싼 참치회같은 음식들이 놓여있다. 나는 같이 나눠 먹자며 옆 자리 것을 뺏어오고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음식을 옮겨오는데 나 빼고 어학원 친구들과 D(대학교시절 절친, 함께 예술활동을 했으나 현재 예술심리치료사로 활동함)끼리 투어를 다녀왔다고 한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엄청 좋은 곳에서 예쁘게 사진을 남겨 질투심이 느껴진다. Y는 뭔가 평소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있던 장소가 혁오와 롤러코스터 앨범 자켓의 장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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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중국 장가계인지 낯선 외국땅 여행을 왔다. 난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중이다. 예전에 아이돌 준비를 하던 친구에게 우연히 연락을 하고 답장이 온다. 보이스 피싱 사기를 당해서 아이돌 준비를 그만두고 곧 결혼을 한댄다. 얼굴도 단정하니 승무원 같이 어여쁘지만 순진한 구석이 있는 친구였다. 다른 친구들이 그 소식을 듣고 놀라워 한다. 얘기를 하는 도중 창밖으로 난 바다로 기지개를 뻗었는데 친구들은 내가 떨어질뻔 한줄 알고 놀라한다.

혁오HYUKOH와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의 프로젝트 앨범: AAA]
혁오(오혁, 임현제, 임동건, 이인우, 객원 멤버 정크야드JNKYRD)가 타이베이에서 결성된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 (Kuo-Hung Tseng, Hung-Li Chen, Shao-Hsuan Wang, Tsun-Lung Lo, Hao-Ting Huang)와 프로젝트 앨범 [AAA]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는 2023년 5월부터 약 1년간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가 가평, 서울, 제주 등지에서 매달 긴밀히 함께하며 공동 창작한 8곡이 담겼다.
프로필 촬영은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 멤버들이 우주를 여행하는 ‘음악 유랑단’이라는 설정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얼핏 잘 꾸려진 음악단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무언가를 잃어버린듯 온전하지 않고, 흡사 지구에 불시착한 패잔병 무리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낯선 주변을 함께 살피고, 임시 거처를 정하고, 다시 노래와 연주를 시작하는 유랑단의 모습은 마치 이번 앨범 제작기를 은유하는 듯 밝고 모험심 넘친다. - AAA 앨범 소개문 및 Sunset Rollercoaster Facebook page에서 발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와 균형
유달리 전세계적으로도, 또 레터를 발행하는 편집자의 삶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던 8월이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고지를 향해 올랐고 또 오르고 있을 지금 꿈에 등장하는 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꿈에 등장하는 산은 의식의 성장, 고차원적 자아(Self)의 실현, 그리고 정신적 변형을 상징하는 강력한 원형(Archetype)입니다. 국내인지, 외국인지 모를 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 예술가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외국에 나와 있는 저의 상황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제가 독일로 오기 직전에 속해있던 그룹(어학원 학생들과 가까운 친구들)과 여전히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중심인물들(Y,D,아이돌을 준비하던 친구)은 이상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간 사람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술가의 꿈을 쫓는 저는 꿈 속에서 그들과 좀 더 감정적으로 밀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삶은 고동과 오이 그리고 비싼 참치회도 대극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동과 오이는 아주 소박하지만 제가 즐겨먹는 음식들이고 비싼 참치회는 가격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좋은 음식이지요. 그리고 비싼 음식을 제 앞으로 옮겨옴으로써 식탁에 앉은 다른 사람들에게 탐탁치 않은 시선을 받습니다. 융(Carl Jung)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꿈속 음식은 물리적인 섭취를 넘어, 외부에 있는 에너지나 지식을 내면으로 받아들여 나의 일부로 만드는 ‘정신적 동화와 통합’을 뜻하는 핵심 상징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넘어 '좋아 보이는 음식'을 적극적으로 가져오는 모습은 제가 독일에서 이루고 싶은 예술가적 지위나 경험에 대한 욕망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엿보입니다.
그 와중 저의 절친인 D는 어학원 학생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그것을 담은 멋진 사진을 본 저는 질투와 소외감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고동과 오이 대신 '좋아 보이는' 참치회를 가져오는 행위, 즉 외부 욕망의 충족에 집중하기 보다는, 대학시절부터 품게된 작가의 꿈을 위해 어학 공부에 임하고 있는 현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메세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자각함으로써 Y와는 더욱더 친밀해지는 감각을 느끼고 푸르고 높고 아찔하기만 했던 산은 마치 혁오와 롤러코스터의 앨범에 나오는 산처럼 감각적인 장면으로 치환됩니다. 남들이 가진 멋진 예술에 한눈을 팔지 않고 진짜 내가 있어야할 곳을 깨닫는 순간 역설적으로 예술적 감각이 실현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 꿈에서는 아이돌 준비를 했으나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결혼준비를 하는 친구가 등장합니다.
가능성으로 충만했던 초등학생 시절, 아이돌을 준비하던 친구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삶의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꿈 속에서 저는, 그 친구의 소식을 듣고 놀라워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그런 선택을 하게된 친구의 삶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창밖을 향해 몸을 뻗어 기지개를 켜는데요. 그 행위에 친구들은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바다라는 가능성, 무의식,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몸을 확장시키는 행위도, 꿈에 대한 신뢰를 잃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모두 타인의 기준에서는 그저 뜻밖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두 꿈을 연결지어 본다면 내가 좋아하는 고동과 오이, 남들이 좋다고 하는 비싼 참치회 그리고 안정적인 삶을 선택한 친구, 기지개를 키며 펼쳐보지 못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나. 이렇게 연달아 등장하는 대극의 이미지들이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삶을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 8/1 꿈 | 8/8 꿈 | 공통된 심리적 주제 |
|---|---|---|
| 내가 좋아하는 고동·오이 | 내가 연락하는 어린 시절 친구들 | 내가 원래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던 것 |
| 비싸서 좋아 보이는 참치 |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결혼 | 외부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 |
| 옆자리 음식을 가져옴 | 창밖으로 몸을 뻗음 | 경계를 넘어 더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욕망 |
| 사람들이 탐탁지 않아 함 | 사람들이 떨어질까 걱정함 | 타인의 시선과 판단 |
| 친구들이 나 없이 좋은 곳에 감 | 친구가 나와 다른 삶을 선택함 |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 |
| 질투 | 놀라움/충격 |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는가?” |
이번 호 <어젯밤 꿈속에 나는나는>에서는 한 주 동안 연달아 꾼 비슷한 배경의 꿈을 연결하고 서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나의 무의식을 풀어나가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과도기를 거치고 평범해보이는 하루 속에서도 치열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유독 짙은 자국을 남긴 여름이 떠나가고 우리는 '어떤 나'를 찾아가고 있을까요. 그럼 길었던 9월호를 마치며, 10월호에서 봽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