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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슬립] 뉴스레터에서는 작은 조직의 성장 콘텐츠를 다룹니다.
작은 조직 인터뷰는 업종별 작은 조직 대표/리더를 직접 인터뷰하며 느낀 인사이트를 전하는 정기 콘텐츠입니다. 주로 사업의 성장과정, 조직/직원관리, 협업업무 환경, 성장동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나눕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세상을 더 성장시키는 무기 연구소, 초인 마케팅랩의 윤진호 대표님입니다. 윤진호 대표님은 CJ, 디즈니, GFFG를 거치며 마케터로서 무기를 성장시켜왔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각 조직별로 일하는 방식, 프리워커로 독립한 과정, 작은 조직의 마케팅까지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윤진호 대표님의 이야기,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초인마케팅랩 소개
일의 기술을 넘어 '일의 의미'를, 마케팅 스킬을 넘어 '마케터의 성장'을,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의 무기'를 만듭니다.
CJ, 디즈니, GFFG를 가족에 비유하자면
Q. CJ, 디즈니, GFFG 거쳐왔던 회사들마다 잘한다는 기준이 다를 거 같아요. 어떠셨어요?
각각의 조직을 비교를 하자면 가족으로 비유를 들면 이해하기 편하더라고요. CJ ENM는 CJ그룹 안에 4천 명의 임직원이 있는 조직이잖아요. 제가 있었던 CJ ENM도 대기업 계열사잖아요. 큰 대가족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대가족인 만큼 사람이 많죠. 그래서 일을 좀 쪼개서 할 수 있죠. 누구는 화장실 청소에 누구는 마당을 쓸어 누구는 부엌을 맡고. 쪼개져 있는 일을 잘하면은 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안에서 아이들이 많다 보니까 엄마, 아빠의 이쁨을 받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죠.
이와 다르게 디즈니는 작은 핵가족이었어요. 아이가 한 명, 두 명인 거죠. 이 아이가 마당도 쓸고 부엌도 청소하고 창고도 정리하면서 다양한 걸 해야 하죠. 정신은 없지만 한편으로 경쟁이 덜하죠. 아이가 8명 있는 집이랑 한두 명 있는 집이랑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은 다르잖아요.
GFFG는? 스타트업을 추구하다 보니까 이사를 매일 다니는 그런 가족 같은 느낌이었어요.
Q. 디즈니가 일하기 가장 안정감이 있었을 거 같아요.
‘이 사업체가 없어질 일은 없겠구나’라는 걸 안정감으로 쳤을 때 디즈니는 제일 묵직했죠. 100년 된 회사가 지금 갑자기 없어질 일은 없을 거잖아요. 디즈니 IP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거니까 그런 면에서 안정감은 있었어요. 반대로 GFFG에서는 먹고 마시는 F&B 산업이잖아요. 스타트업의 기질을 갖고 있다보니 폭풍 성장할 수도 있고 확 꺾일 수도 있고요. 그런 변동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차이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했지만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제일 많았던 회사는 GFFG였던 것 같아요. 저녁 11시, 12시까지 일했죠. 디렉터를 했지만 실무형 디렉터이기 때문에 업무를 내려주고 보고받고 평가하고 이런 역할만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직접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고 뛰면서 다른 것도 챙기는 역할이었어요.
Q. 집필하신 [마케터의 무기]를 읽으면서 첫 직장이었던 CJ에서 어떤 걸 느끼셨는지가 궁금했어요. 좋은 기획안이 있더라고 대기업 특성상 설득하는 과정이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CJ ENM 안에서도 tvN에 있었어요. tvN 조직문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기존에 있는 공중파는 선후배 서열 등이 명확해요. 작은 방송사 같은 경우는 체계는 없고 사람이 많은 경우가 많고요. tvN에서 일해보니 CJ 안에서도 좋은 인력과 구조, 문화를 가지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다른 방송사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면 그다음 마케팅이 따라오는 구조였다면 tvN에서는 마케터에게도 중간 기획 과정에 참여하거나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하거나 의견을 주는 등 협업 과정이 잘 됐었어요.
Q. tvN의 조직문화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제도적으로 깔린 장치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사람 때문이죠. 인력 구조 자체가 섞여 있었어요. 공중파에서 오신 조직장, 공채 신입사원, 경력직까지 섞여서 마치 미국 같은 나라 같았어요. 수많은 이민자,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미국만의 고유 문화가 만들어진 것처럼 다양한 배경의 팀원들이 섞여서 좋은 문화가 형성됐어요. 좋은 결과가 계속 터지며 몇 년간 쭉 성장할 수 있었던 건 tvN 문화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디즈니라는 시스템안에서 일하는 방식
Q. tvN에서 디즈니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tvN에서는 제가 프로젝트의 핵심 콘텐츠를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만들어진 콘텐츠를 가지고 ‘방송을 보게 한다’는 구조 안에서 마케터로서 영역이 한계가 있었어요. 프로젝트를 1, 2, 3을 해도 비슷한 일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디즈니에서는 캐릭터 IP 마케팅를 하게 되었는데, 프로젝트가 열려 있었어요. 디즈니 IP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좋아하게 하는 일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바뀐 거죠. 전에는 ‘1, 2, 3, 4중에 뭐 할래?’였다면 지금은 ‘주관식인데 뭐 할래?’ 인 거죠. 그게 저한테 맞았던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패션을 중심으로 어느 브랜드랑 풀어낸다, 이번에는 리테일 공간과 대규모로 협업한다.’ 이런 식으로 매번 컨셉을 바꿔갔죠. 진행과정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디지털, 인플루언서 등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 오너십도 저에게 있었고요. 저한테는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죠.
Q.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나요?
킥오프부터 4, 5개의 에이전시와 내부 팀을 다 아우르는 프로젝트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이죠. 그래서 마케터라기보다는 PM (Project Manager)에 더 맞았던 거 같아요.
Q. 리더로서 당연히 부담감이 있잖아요. 예산, 기간이 소요되는데, 거기에 맞춰 KPI가 다 잡혀 있을 텐데 그런 부담감이나 책임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나요?
저 같은 경우는 하루아침에 프로젝트 리더를 맡을 기회가 왔었어요. 제 위에 두 분이 계셨거든요. 부장님과 차장님과 함께 세 명이서 함께 일하는 구조였는데 두 분이 나가시게 되었어요. 이사님 밑에서 3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됐죠. 그때 맡은 프로젝트가 겨울왕국2 였어요.
전사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였어요. 이 프로젝트 하나에 몇 년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려면 사람이 필요하죠. 그런데 디즈니에서는 하루아침에 사람을 뽑는 게 어려운 조직이거든요. 핏이 맞은 사람을 찾고 조직문화에 적응하려면 오래 걸려요. 자연스럽게 제가 하루아침에 PM이 되었어요. 제가 원한 게 아니라 무조건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Q. 어떻게 초인님만의 방식으로 프로젝트 성과를 만드셨나요?
다행히 이전에 차장님, 부장님과 일하는 구조에서 디지털 영역을 많이 강화했어요. 디지털을 무기로 계속해왔었죠. SNS 혹은 인플루언서 콜라보 이런 쪽이 제 전문 영역이었었어요. 그러다 프로젝트 총괄까지 하면서 외부 업체나 브랜드 딜까지 맡은 거죠.
프로젝트를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부딪히면서 했어요. 결국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몇 달 시간 동안 예전보다 두 배로 일하면서 한 세네 달 정도 지내다 보니까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어요.
Q. 하나의 통일된 콘셉으로 계속 유지하는 게 디즈니에는 중요한데 그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 건가요?
그렇죠. 컨트롤 타워 역할은 마케터가 해요. 예를 들면 이번에 마블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이번 콘셉트의 뭐고, 어떤 메시지를 전할 거고 파트너사는 누구랑 갑니다’를 정하는 거죠. 이제 그 컨셉을 가지고 세일즈 담당자분들은 핏이 맞는 패션 브랜드랑 협상해서 제품화하는 역할 하는 거고요. 비주얼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팀에서는 컨셉에 맞는 비주얼과 패키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프로젝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총괄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빨리 가야지 vs 빨리 갈 필요는 없어
Q. (디즈니에선)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구조였나요? 상사분의 의사결정에 따라가는 구조였나요?
그 사업부의 헤드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시죠. 그리고 디즈니는 기본적으로 빠른 것을 추구하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지금 이걸 해서 1을 얻고 안 얻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본질적으로 100년간 이어온 자산 가치를 잃느냐, 안 잃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거기에 위배되면 안 된 거죠. 가이드가 진짜 단단해요. 담당자도 그렇고 외부 제품 파트너사도 그렇고 모두가 가이드라인과의 싸움을 해요. 가이드라인 안에서 풀어가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오래 걸려요.
Q. 실무자 입장에서는 빨리빨리 해주길 원하잖아요. 일이 빨리 되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었을까요?
두 가지 역할을 했어요. 이게 상충하는 건데 파트너사나 마케팅 파트너사가 하는 일에 가이드를 잡아주는 역할, 그러니까 감시자의 역할을 하게 되죠. 반대로 제가 하는 프로젝트를 저 역시도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하죠.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고, 누군가에게 컨펌을 해줘야 하는 두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었어요.
디즈니 구조를 알면 처음부터 설계를 잘해야 해요. 기간도 이 구조에 맞게 짜고 파트너사에 안내도 명확하게 하고요. 그 구조를 잘 짜는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Q. 반대로 GFFG는 완전히 달랐을 것 같아요.
여기서는 사람이 핵심이죠. 전에는 시스템적으로 어느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포지션이 있다는 게 중요한거지, 어떤 사람이냐는 중요한 게 아닌 거예요. 이를테면 싱가포르에 있는 누구에게 이걸 컨펌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그 누군가는 바뀔 수도 있는 거죠. 디즈니는 그렇게 시스템 안에서 일을 했다면 GFFG는 구조와 시스템보다는 기준이 사람이죠. 장단이 있어요. 속도는 빠르지만 때론 일관성이 달라질 수 있죠.
Q. 구조와 시스템을 경험하면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제일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그거였어요. 주요 의사결정자 중에 한 명으로 왔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왔기 때문에 시스템화, 구조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물론 하면서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구조적으로 디즈니는 IP라는 걸 만들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영화든 게임이든 뭐가 됐든 IP로부터 오랜 시간 이익을 만드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퀄리티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죠. GFFG는 달랐어요. 사업구조 자체가 먹는 거잖아요. 그날의 매출, 그날의 손님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거예요.
기업 구조와 기업 문화라는 것은 오늘, 내일이 아니라 짧게는 반년 뒤 길게는 1년 뒤, 10년 뒤를 보고 하는 거잖아요. 그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죠.
Q.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기존에 일을 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선 기존에 일을 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어려워요. 저는 외부인이다 보니까 더 좋은 방향성으로 바꾸면서 가려고 하죠. 그런데 그것이 기존에 일했던 사람들과 기존에 일했던 방식에서 봤을 때는 낯선 거죠. 기준이 ‘이걸 하면 뭐가 더 좋아지나요’가 아니라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었는데요’로 되는 순간에 접근법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때 느낀 것이 있어요. 새로운 시스템에 새로운 사람이 탔을 때는 잘 나아 갈 수 있는데 ‘새로운 시스템에 기존 사람이 탔을 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구나’였어요.
Q. 디즈니에서는 반대로 외부자인 에이전시와 성과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브랜드사에 따라 성과를 위해 갑질 아닌 갑질을 하기도 하고요. 대표님은 외부 에이전시와의 협업에 있어,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성격이 완전히 다르죠. 내부적인 팀원과는 소통이 중요했다면 외부적인 에이전시하고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했어요.
먼저 아웃풋 전에 인풋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아요. 저도 독립해서 인하우스에 있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 한가지가 있어요. 기업 내부, 인하우스에서 업무를 의뢰하는 그 인풋이 완성도가 낮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뭘 원하는지, 언제까지, 얼마의 예산으로 할 것인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한번 제안해 주세요.’ 이런 경우가 많아요. 인풋이 비어있는 거죠.
‘디즈니에서 좋은 평가,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것은 명확하게 오더를 준다’는 거였어요. 인풋을 줄 때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를 가지고, 왜(목적, 목표)에 대한 것만 명확하게 주면 아웃풋이 훨씬 더 올라갈 수가 있거든요. 거기서 아웃풋이 부족하면 다른 파트너를 찾아가면 되는 거고 좋으면 같이 가면 되고 부족하면 끌어올리면 되는 건데 나의 인풋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Q. 에이전시와 브랜드사는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 보니 목표치 설정을 할 때 괴리감이 있잖아요. 에이전시와 어떻게 하면 윈윈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을 수 있을까요?
같이 찾아가야죠. 세일즈팀 목표는 매출 같은 수치로 명확했지만, 마케팅적으로 목표가 열려 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를 뭐로 할 것인지부터 만들어야 했어요. ‘적당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잡고 달성했어요’라고 끝낼 수 있는데 그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어떤 걸 목표로 할까요? 디지털 도달일까요, 아니면 팝업 방문객일까요?’를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했어요. 결국 프로젝트를 실제로 실행하는 분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목표 설정을 이렇게 잡았어요. 적당히 해서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꿈도 아니라 진짜 열심히 해서 간신히 닿을까 말까 하는 정도의 느낌을 구간으로 정해서 가는 거죠. 대략 80%에서 100% 사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도로요.
그리고 다들 일이 바쁘니까 인풋은 생략하곤 하는데 저는 항상 맥락을 시작할 때 많이 이야기했어요. 이게 왜 시작이 됐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미에 대해서요. 이런 맥락 설명에 따라서 시작점이 달라지더라고요.
돈보다 중요한 동기부여는?
Q. 회사 다니다 보면 빌런도 있고 귀인이 있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요?
디즈니에서 5년간 함께 일했던 상사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전까지 저한테 상사는 컨펌하기 위한 존재, 평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관리자의 역할이었거든요. 이분은 달랐어요. 딱 붙어서 일을 하면서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도 느끼고요.
당연히 때로는 힘들게 하는 존재이기도 했었으나 저를 신뢰하고 제가 한 프로젝트를 샷 아웃 해주시고 상을 받게 해 주셨어요. 저는 저 스스로 잘 내세우지 못하는 마케터였었는데 그 분이 샷 아웃 해주시면서 ‘상사는 내 일을 빛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경험했던 것 같아요. 상사를 무기로 잘 활용하면 내 일도 빛날 수 있구나라고 하는 걸 그때 알게 됐죠. 5년의 시간 동안은 결국 중요한 건 신뢰고 서로의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Q. 관리자로 오래 있다 보면 직원의 입장을 모르니까 신뢰를 주는 걸 잘 못해요. ‘신뢰받는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말이죠. 어떨 때 ‘신뢰받는다’는 느낌을 받으셨어요?
저의 성향을 유심히 보시고 파악을 하신 것 같아요. 이 친구는 기존과는 새로운 걸 하려고 하는구나를 보신 거죠. 안정 지향적인 분들 같은 경우는 ‘기존에 했던 거 하세요.’ 이럴 수 있잖아요.
그분은 제 가능성을 봐주셔서 기획을 올리면 ‘오케이, 그대로 갑시다’라고 믿고 맡겨주셨어요. 당연히 컨펌해 주셨으니, 성과든 어떤 존재감이든 뭐든 해서 계속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그분이 길을 열어주시면 저는 가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반복이 되면서 신뢰가 쌓였었던 것 같아요.
Q. 반대로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당연히 있었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셨나요?
보통은 결과 안 좋았으면 추궁을 하고 질책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 ‘왜 안 됐을까요? 뭐가 문제였죠?’ 이렇게 접근하셨어요. 담당자의 실패라고 프레임을 누군가는 씌울 수도 있겠죠. 그런 방식이 아니라 ‘레슨런’을 강조했어요. 잘 된 것은 왜 잘 됐는지, 안 된 것은 왜 안 됐는지에 대해서요. 함께 그런 문화를 만들어 갔었어요. 잘 됐든, 안 됐든 프로젝트 끝나면 모두 모여서 회고하는 식으로요. 시작할 때는 모두 모여서 킥오프를 하고 끝날 때는 모두 모여서 레슨하는 문화를 같이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Q. 기억에 남는 (조직 내) 빌런도 있을까요?
저를 많이 힘들게 했지만, 한편으로도 보고 배울 게 있는 빌런이 있었어요.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괴롭게 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게 미워지고 싫어지잖아요. 그렇지만 이 두 개를 분리하는게 좋아요. 그 사람과 잘 맞지 않는 것과, 인간적으로 힘들게 하는 미운 감정은 별도 구분하는 거에요. 감정은 분리하고 해야 할 것은 제가 부족한 부분과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의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그 사람이 잘하고 있는 것 중에 나 자신이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로부터 채울 수 있죠. 그렇게 구분하니까 미워하고 괴로운 감정과 일로서 그 사람의 경험을 채워가는 걸 구분지울 수 있게 되더라고요.
Q. 디즈니에서 외부 에이전시를 다루는 것과 GFFG에서 내부 팀을 관리하는 건 차원이 다를 거 같아요. GFFG에선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어요?
디즈에서는 외주사를 동시에 한 4~5개의 외주사를 관리했어요. GFFG에서는 외주사는 없고 모든 일을 인하우스로 일하니 일의 방향이 달랐죠. 하나씩 성장을 시켜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디즈니에서 일주일이 GFFG의 하루 같았거든요.
Q. 빠르게 일을 쳐내야 하니까 직접 나서서 할 건지 팀원을 믿고 기다릴 것인지 괴리가 있잖아요. 어떻게 하셨나요?
중요도가 높은 최우선 순위 프로젝트는 제가 리드하고 그 밑단에 있는 세컨티어의 프로젝트는 구성원에게 맡기면서 이원화했어요. 가장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는 제가 리드하면서 속도와 퀄리티를 높이고, 기타 프로젝트는 믿고 맡겨서 직접 해보면서 자기주도를 키울 수 있게요.
Q. 결과물이 대표님 기준보다 못 따라오잖아요. 같은 메시지라도 피드백을 어떻게 주냐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이는데 대표님만의 커뮤니케이션, 피드백 방식이 있으세요?
중간에 알게 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바로 ‘1on1을 많이 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에요. 함께 모여서 미팅을 많이 하고 논의도 많이 하지만 그런 시간들은 주로 프로젝트와 논의에 관한 내용이잖아요. 구성원 개인의 성장을 맞춤형으로 만들어가는 부분이 모여서 하는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반대로 30분~1시간씩 시간을 내서 한 명씩 얘기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솔직히 얘기하게 되어요. 그 과정에서 신뢰도 쌓을 수 있더라고요. 1on1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어요.
Q. 업무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시기였잖아요.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1on1을 하셨을 거 같으신가요?
네, 그래야 됐었던 것 같아요. 보통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9시간 있다면 보통 9시간을 꽉 채워서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운동하고 나서 좋은 컨디션, 맑은 정신으로 일하면 나머지 8시간이 훨씬 더 능률이 오를 수가 있거든요.
오히려 조직이 단단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어진 9시간이 있다고 한다면 1시간이나 2시간을 나머지 시간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때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마케터 초인으로 독립하기까지
Q. 결정적으로 대표님만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하신 제 큰 계기나 이유가 있으실까요?
일단은 저는 마케터다 보니까 공급보다는 수요를 따라가거든요. 고객과 고객이 원하는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수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유튜브도 해보고 팟캐스트도 했는데 다 잘 안 된 거예요. 수요 발견이 안 됐기 때문에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하고 경력을 쌓았죠. 그러면서 글쓰기를 했는데 수요가 발견이 되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 글을 쓰기 시작하고 강연하게 된 거죠. 회사원으로서 컨설팅이나 외부 일은 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기회들이 계속 생겨났죠. ‘세상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수요가 있구나’라는 걸 발견하고 그때부터 새로운 일의 영역을 키우기 시작했었어요. 퇴사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6~9개월 정도 시간동안 빌드업을 했죠. 회사 일은 일대로 하면서 강연을 하고, 커뮤니티에 함께하고, 글 기고도 하고요. 그러면서 ‘마케터 초인’이라는 캐릭터가 생겨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저의 길을 가게 됩니다.
Q. 독립하고 나선 어떤 게 힘드셨어요?
‘스타트업’이라고 했을 때 지금 시대 사람들이 이제는 스타트업이 어떤 조직인지 알잖아요. 빠른 성장을 추구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회사구나. 사실 스타트업도 10년 전에 스타트업이라고 했으면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과 차이를 몰랐을 거예요.
지금 ‘프리워커’라는 개념이 그런 것 같아요. 프리워커라는 개념이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는 개념이지만 그게 ‘프리랜서’, ‘자영업자’와 무엇이 다른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프리워커는 프리랜서와는 또 다른 형태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자체가 하나의 사업체가 되는 거잖아요. 스스로 배우고 알아가는 데 시간이 걸렸고 또 아직은 세상에 비슷한 모델과 케이스가 별로 없어요. 주위가 깜깜하죠. 그것들을 하나씩 비춰가면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루 사이에도 잘 될거라는 마음이었다가 금방 또 ‘길이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해요. 하루에도 여러 번씩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순간들이 처음에는 가장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며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Q. 저도 퇴사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어떤 고민을 하든, 괴로움이 오든, 일이 잘 안 풀리든 일단 한다’에요. 감정은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심리적으로 업될 수도 있고 다운될 수도 있는데 정해 놓은 할 일은 일단 다 한다는 주의에요. 마음이 꺼졌을 때도 10의 일 있으면 10을 해야 하는 거고, 기분이 좋을 때도 10의 일이 있으면 10을 해야 하는 거죠. 괴로움이 와서 멈춰버리는 순간이 되면 진짜 이대로 이 배가 그냥 가라앉아버릴 것 같거든요. 일단은 하면서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노를 젖는 게 일단 중요해요. 감정이 올라왔다 내려간다 하는 것을 일을 한다, 안 한다로 연결하면 위험한 것 같아요.
Q. 앞서 말씀해 주셨던 프리워커라는 단어가 낯선 분들이 많은데요, 대표님 생각하는 ‘프리랜서’랑 ‘프리워커’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프리랜서’는 어딘가에 선택을 받아야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존재예요. 어떻게 보면 갑과 을이라는 게 존재하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랜서를 바라볼 때 ‘갑’이거나 ‘파트너’라고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잠깐의 시간동안 피고용주의 입장이 되는 거죠.
프리워커는 자신의 영역이 명확한 ‘파트너십’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자신의 전문성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그 능력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파는 거죠.
그리고 ‘프리랜서’는 ‘워커’인 것 같아요. 프리랜서라고 하는 사람의 영역이라는 게 딱 정해져 고유의 영역이 있잖아요. 반면에 ‘프리워커’라는 건 그 형태가 ‘딱 어느 뭐만 합니다’가 없어요. 예를 들면 프리랜서는 명확한 업무 영역이 있다면 프리워커 분들한테는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영역이 있더라고요. 상대가 원하는 것에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모델이 가능한 거죠. 파트너에 맞춰서 ‘변형 가능한 모델, 확장 가능한 형태’가 프리워커랑 프리랜서의 차이인 것 같아요.
Q. 현재 혼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가요? 개인이 아닌 회사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혼자서 일하지만 각 프로젝트마다 ‘파트너’들이 존재해요. 예를 들면 어떤 프로젝트를 벌였는데 그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이랑 SNS 담당의 역할이 필요해요. 사람을 채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걸 잘하고 있는 누군가와 파트너십을 맺어주면 되는 거죠.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어요.
커뮤니티를 할 때 커뮤니티를 도와주는 운영 파트너가 존재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디자인과 SNS를 해주는 파트너가 존재해요. 각각의 일마다 파트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GFFG에 있을 때는 내부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하고 안에서 전부 다 하는 구조였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디즈니와 같은 모델을 하고 거죠. 혼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여러 명의 파트너사와 함께 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기획과 범위가 제 시간과 에너지를 넘어가게 되면 그때는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순간이 오겠죠. 결국에는 그때가 되면 규모의 확장이 될 수 있겠죠.
Q. 현재 대표님에게 제일 큰 화두, 키워드가 궁금해요!
키워드는 ‘확장성’이에요. 성장을 지원하는 시간,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성장을 지원하는’이 저의 메시지이자 상품이고 브랜드인데 마케팅 안에서만 두면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어느 순간 마케팅을 떼고도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장성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마케팅이 아닌 다른 것, 예를 들면 ‘비즈니스 글쓰기’같이 말이죠. 본질을 키우면서 확장을 탐색하는 두 가지가 저의 가장 큰 키워드인 것 같아요.
작은 조직의 마케팅
Q. 책에서 마케터는 ‘A부터 Z까지 여정을 이제 기획하는 역할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리소스가 한정된 작은 조직 입장에선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소개팅을 예로 들어볼게요. 소개팅이라는 게 남녀의 시장이잖아요. 요즘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많이 노출하는 거에 좀 급급한 것 같아요. 후킹 메시지에서 눈에 띌 만한 거에 빠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나를 잘 꾸미지 않고 매력도 없는데 소개팅은 많이 한다고 무조건 사람을 많이 사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의 매력도가 중요하잖아요. 누군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근데 본인이 가진 서비스나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 시대가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고 구매 전환이 되지도 않잖아요.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어서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을 고르는 시대이기 때문에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한 고민과 매력 포인트를 잘 잡아서 문장화시키는 게 중요해요. 그 과정 없이 어떻게 하면 노출을 더 하지, 어떻게 하면 더 이걸 푸시해서 더 많이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한 알리는 거에 너무 꼼꼼한 것 같아요.
소개팅을 많이 하느냐, 어디 가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죠. 먼저 어떻게 하면 매력을 가꿀 수 있을지, 내 브랜드 서비스, 내 매력을 좋아할 만한 사람은 누구일지 이런 식으로 먼저 접근하면 한두 번만 만나도 바로 연애에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 자신을 정의를 해보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대표님께서도 외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처음 기획 단계가 제일 중요하겠네요.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브랜드사, 스타트업 분들부터 해서 소상공인 분들까지 있어요. 고민하시는 영역이 뭘 팔고 싶다, 어떤 제품을 하고 싶다, 뭘 하고 있다는 건 있는데 스토리로 만드시는 걸 어려워하세요.
왜 이걸 시작했고,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걸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대기업 위주 시장이라 작은 조직 내 그 시장은 비어 있더라고요. 작은 기업의 스토리, 작은 기업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이 많이 없어요.
지금 찾아주시는 많은 고객사 분과는 우리 브랜드를 스토리화, 문장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 스토리를 토대로 가장 핵심 타겟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채널 채널을 선정하죠. 그리고 그 채널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해요. 요즘 사업가 대표님, 직원분들은 ‘요즘에 유튜브 뜨고 있으니, 우리도 유튜브 하나 파보자. 일단 만들어봐. 뭐라도 올려봐’ 이런 접근이 많아요.
그 시작을 왜 해야 하나요? 여기 가면 누구를 만나야 하나요? 그럼, 무엇을 전달해야 하나요? 등 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고 무엇을 할지부터 탐색하는 거죠. ‘메시지’와 ‘고객’, 그걸 잇는 매력적인 ‘스토리’ 그게 핵심입니다.
Q.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하려면 힘든 게 스토리를 잡는 거 같아요. 스토리텔링을 잘하기 위해 어떤 연습을 하면 좋을까요?
이 브랜드가 어디서 시작이 됐고 어디서 왔는지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봐요. 보통은 창업한 지 몇십년 된 회사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가 10년 이내, 10명 이내이거나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요.
우리 사업이 왜 시작이 됐고 시작 단계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지 안에 많은 힌트가 있는 것 같아요. ‘더 싸요, 더 예뻐요, 더 기능이 많아요’는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이지 않아요. 이걸 ‘우리는 어디서 시작이 돼서 오게 되었어요. 이거 하면서 이런 과정을 겪었어요.’처럼 성장 과정을 매력적으로 전달하면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움직이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완벽하게 잘 갖춰져 있는 신화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고 있고 뭔가 마음을 끌게 하고 저 과정을 응원하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게 잘 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공감이 되거나 한편으로 어디선가 충분히 겪어봤거나 지켜보았을 것 같은 과정들이죠.
때로는 약점이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때로는 힘들었던 시간이 또 무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근데 잘 된 결과물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작은 브랜드가 이렇게 좋은 원천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해보세요. 찾아보세요’ 하면 다 찾으실 줄 알았는데 작은 기업 대표님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15년 동안 그 일을 해왔다 보니까 스토리를 끄집어내는 게 기술자처럼 돼 있는데 그분들에게는 그게 어려웠던 거예요. 지금은 이게 내 역할이구나 싶어서 그분들 이야기로부터 브랜딩을 잡고 스토리를 만들고 문장으로 만드는 것을 함께 해나가고 있죠.
Q. 작은 기업, 스몰 브랜드도 콜라보레이션을 요즘 많이 하잖아요. 대표님이 생각하기에 성공적인 협업의 조건이 있을까요?
제일 좋은 건 둘 다 만족하며 뭔가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제가 대부분 했던 마케팅 콜라보는 다 그런 형태였었고 지금도 그 DNA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얼마의 돈을 받고 얼마의 일을 해드립니다’가 아니라 상대방의 리소스와 저의 역량을 맞교환하는 거에요. 저는 그 리소스 이상의 가치를 드리고 파트너는 리소스 이상의 가치를 가져가는 게 콜라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항상 장기적 관점으로 봐요. 지금도 작은 협업부터 큰 협업까지 계속 다음을 생각하며 가고 있어요. 그 이유가 하나의 콜라보를 할 때 초반 빌드업에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명확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요. ‘일단 해보고 생각하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딱 들어봤을 때 파트너도 저도 모두가 명확하고 제3자가 봐도 명확한 구조와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고민을 계속하면서 그 모델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애매하면 취소가 아니라 ‘미래로 보내놓자’ 생각해요. 그럼, 그 타이밍에 필요한 순간에 연결이 될 수도 있어요. 미래에 ‘좋은 타이밍과 순간이 오겠지’ 생각하고 무기고에 넣어놓죠.
윤진호 대표님과 나눈 3가지 인사이트 요약
- '빨리빨리'가 중요하지 않은 디즈니
- 마블 시리즈부터 픽사 애니메이션까지 엄청난 IP를 자랑하는 디즈니에서는 빨리 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빠른 의사결정과 속도보다는 100년간 이어온 가치를 잃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내부 가이드라인 안에서 업무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 이것이 디즈니 일잘러의 조건입니다!
- 에이전시와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 에이전시와 브랜드사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 있다보니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게 쉽지 않은데요, 윤진호 대표님은 에이전시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풋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가 왜 시작됐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맥락을 전달함으로서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 작은 조직 마케팅,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 소개팅이 성공하려면 무작정 많이 나가는 것보다 그 전에 나를 잘 꾸미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해요. 스몰브랜드도 마찬가지에요. 왜 이 브랜드를 시작했고,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지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요. 힘들었던 시간, 한정된 리소스 등 약점을 무기삼아 스몰브랜드만의 이야기, 성장과정을 스토리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작은 조직인터뷰] 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
🎙 추후 연재 예정 인터뷰예요!
#12 방구석 1인 마케터에서 강남 사옥을 짓기까지, 트렌드헌터 정영민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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