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현대인처럼,
저도 틀리지 못했어요. 내가 실수하거나 내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늘 전전긍긍 두려워했어요. 남들 앞에서 틀리는 상상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곤 했어요.
그런데 그랬던 저도
최근에는 사람들 앞에서 틀리면서도 편하게 하하 웃을 수 있게 됐거든요. (민망함을 이기려는 억지웃음이나 자조가 아니었어요!) 그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바로 취미로 다니고 있는 발레 학원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발레 학원에서는
이론 수업이 없어요. 어차피 말로 설명해 봐야 첫날부터 완벽하게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든요.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몸을 쓰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일단 어설프게나마 따라 하면서 발레에 필요한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도록 하는 것인데요. 저는 늘 틀리지 않을 최소한의 기본기를 쌓은 후에야 실전에 들어가던 사람이라...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 발 로마에 왔으니까 로마 법을 따라야죠.
그런데 역시나
새 동작을 배울 때마다 고역이었어요. 워낙 '동작을 보고 바로 따라 하는 능력'(a.k.a 안무 따는 능력)이 바닥이라, 선생님이 휘리릭! 한두 번 보여주신 것만으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초반엔 클래스에서 저만 덩그러니 고장 나 있던 적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일단 해 봐라, 머리로 생각하면 박자를 놓치니까 일단 최대한 따라 해 보고, 틀리면 그때 다시 고쳐주겠다'고 하셨어요. 정말 따뜻한 독려지만 그 말을 처음 들은 제 마음은 '네?! 틀릴 걸 알면서도 일단 틀리라고요🫢?!'였어요 ㅎㅎㅎ
그런데 그렇게 오래된 두려움도,
훌륭한 선생님과 여러 작은 시도들로 서서히 바뀌더라고요. '난 저거 못 해! 분명 망할 거고 X망신당할 거야!' 하는 두려움의 비명이 잦아들고, '처음부터 잘했으면 내가 발레리나 했지😋'하는 뻔뻔함으로 조금씩 시도했어요.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할 것이 두려워요. 하지만 많이 틀려보고 고친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더라고요. 발레도 발레고, 명상을 꾸준히 하면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도, 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건 아니라는 것을, 내 영혼은 여전히 소중하게 빛날 것임을 어렴풋이 알게 됐으니까요.
그러고 나니 서서히
'틀리는 나'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남들 다 오른쪽으로 갈 때 혼자 왼쪽으로 가면서도 하하 웃으며 부끄러움 따위 휙 털어버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발레는 취미일 뿐이고,
더 중요한 일이나 생업에서 망신을 당한다면 웃지 못할 수도 있죠. (울겠죠, 아마...🥲) 하지만 틀려도 된다는 것, 틀려도 내 존재 자체에 구멍이 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잖아요. 망신의 맷집이 생겼으니 덜 아플 거고, 더 빨리 회복될 수 있겠죠.
어때요, 구독자님? 저하고 같이 웃으며 틀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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