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TV에서 여름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컨텐츠가 있죠. 바로 ‘흉가 체험’입니다.
때로는 수련회에 가서 ‘담력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그런 곳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라떼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요즘은 그런 담력 훈련도 다 없어졌겠지요?
그런데 그 모든 집이 정말 다 흉가일까요?
아니, 흉가였을까요?
지난 레터에서 사람과 집은 서로를 지켜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어요. 집을 쓸고 닦는 일들이 모두 다 집과 나누는 ‘대화’라는 생각 말이지요.
사실 정말 그렇습니다. 경상북도에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안동에는 몇백 년이 된 고택들이 아직도 남아있는데요.
그 고택에서 한옥 스테이를 할 수 있습니다.
깨끗하게 쓸고 닦은 한옥은 몇백 년이나 지났어도, 폐가도 흉가도 아니지요. 사람이 머무는 ‘집’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단 1년이라도, 돌보지 않은 집은 어떻게 될까요? 농촌을 둘러보면, 주인을 잃고 허물어져 가는 집들이 많습니다.
그런 집들은 곰팡이가 슬고, 거미가 줄을 치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종내에는 서까래가 무너져 폐가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그 모든 콘텐츠에서 다루는 ‘흉가’들이 단지 주인을 잃은 외로운 빈집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빈집’ 앞에 ‘외로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니 더욱 쓸쓸하기 그지없네요.
사람이 떠난 집이 빠르게 무너지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습기 및 곰팡이: 사람의 생활 활동(난방, 환기)이 없으면, 외부의 습기가 집안으로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이 습기는 결국 벽지와 목재를 부식시킵니다.
2. 자연적 부식: 외부에 노출된 지붕과 외벽은 비바람, 햇빛, 눈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부식됩니다. 사람이 있었다면 관리됐을 부분들이, 방치되면 부식 속도가 빨라지지요.
3. 해충과 동물: 먹이를 찾아다니는 쥐, 바퀴벌레, 개미 등 해충들이 집으로 들어와 서식지를 만들고, 건물의 구조물이나 가구를 갉아 오염시킵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 더 낭만적인 상상을 해봅니다. 집도 외로움을 타는 게 아닐까 하고요.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집은, 끝내 살아갈 이유를 잃은 건 아닐까요? 집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과 살기 위해서잖아요. 사람이 없는 집에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요?
콘크리트와 벽돌로 만든 단단한 구조물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손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게 바로 집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해요. 얼마 전에 기사를 읽었는데, 단돈 월세 1만 원에 집을 빌려주는 ‘만원 주택’이라는 기사가 있었어요.
아마 그 빈집들도, 새 주인을 만나 행복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다음 편지에서는 ‘집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다시 또 금요일에 만나요.
애나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
제임스
“‘흉가’라는 말보다 ‘외로운 빈집’이라는 표현이 훨씬 마음에 와닿습니다. 결국 집은 사람이 살아야 집이 되는 것 같아요. 글을 읽으니 오래된 한옥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어지네요. – 제이가”
Offbeat
그렇죠? 외로운 빈집들이 자꾸만 늘어나니 만원 주택 같은 것들도 생겨나는 것일지 모르겠네요. 오래된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거예요. 한옥의 시간을 함께 하는 거니까요. From 애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