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5 | 우아한 비련의 주인공 ○○○

전유동의 동식물 탐구기 『새사람』#2

2021.04.27 | 조회 1.31K |
7
|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책 버리기

책을 버렸습니다. 백 권은 족히 됐을 거예요. 이케아 5단 책장 하나 만큼을 버렸으니까. 절판 돼서 더 이상 구하기 힘든 ― 대학도서관에서도 잘 없는 ― 책도 많았습니다. 중고 서점에 팔아보려 했지만 대부분 낡고 인기 없는 책이라 받아 주질 않더라고요. 살 때는 웃돈을 얹어 샀는데 말이죠. 

안 읽은 책도 꽤 많았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산 책, 대학원 다니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 하고 산 책, 친구가 꼭 읽으라고 해서 산 책. 언젠가는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꽤 오랫동안 안고 살았습니다. 심지어 몇 번의 이사를 같이 했죠. 모두 읽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낑낑 날랐어요.

갑자기 욕심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선언한 것이죠.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담배를 자르고 감량을 결심한 사람이 음식을 버리듯, 내가 앞으로 되고 싶은 상태를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선취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항상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요. 미련이 많지 않은 사람. 길이 더 없다면 사뿐 날아가는 사람.

이주의 코너는 🐤전유동의 『새사람』입니다. 유동 씨가 돌아와서 행복합니다. 어느새 한 순배 돌았다는 뜻이니까요. 5호도 못 내고 폐간 할 거라 생각진 않았지만, 5호를 낼 거란 생각도 한 적이 없거든요.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저는 앞으로, 왕자를 기다리던 여우처럼, 유동 씨 차례를 기다리면서 설레할지도 모르겠네요. 

🐮천용성


전유동의 동식물 탐구기 『새사람』

🐤#2 우아한 비련의 주인공

매번 비슷한 배역을 맡는 새들이 있다. 연륜 있고 지혜로운 노인 역에 올빼미. 불행의 전령 역에 까마귀. 비련의 주인공으로 자주 캐스팅 되는 친구도 있다. 바로 고니. 흔히 백조로 알고 있는 새다. 오늘은 고니 중에서도 혹고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흑이 아니라 혹. 검은 혹이 있는 고니.

할아버지 댁 뒤엔 작은 냇물이 흘렀다. 이른 아침 냇가를 서성이던 아이는 수면 위 안개 사이를 유유히 거니는 고니 한 마리를 보았다. 앙증맞은 눈이 내린 추운 겨울이었다. 우아한 자태에 감격한 아이는 집으로 내달렸다. 혼자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어른들은 관심이 없었다. 고니도, 아이의 호들갑도. 다시 돌아간 냇가에 고니는 없었다. 나의 꿈 같은 기억. 고니의 고독을 훼방 놓은 것 같아 미안하다.

혹고니과 회색기러기 무리 그리고 비둘기
혹고니과 회색기러기 무리 그리고 비둘기

혹고니의 검은 혹은 너무나 우아해 혹이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다. 새하얀 몸과 검은 혹, 주황 부리의 조합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다. 유영을 하는 혹고니의 살짝 올라간 날개깃, 그 오묘한 각도는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다. 혹고니는 골골대는 고양이처럼, 때론 작은 드릴처럼 운다.* 유독 큰 날갯짓 소리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크기로.** 혹고니의 울음소리는 왜 작은 걸까? 문득 동화를 쓰고 싶다.

내가 쓴 동화는 이렇다. 말을 못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 공주를 사랑하는 왕자는 마왕을 찾아간다. “공주에게 건 저주를 풀어주십시오. 제가 대신 저주를 받겠습니다.” 배알이 꼴린 마왕은 역제안을 한다. “공주의 저주를 풀어주겠다. 대신 너에게는 말을 못하는 저주에 더해 다른 저주 하나를 더 내리겠다.” 고민하던 왕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왕의 제안을 승낙한다. 왕자는 새가 되어 공주와 만났지만,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다. 부리에 있는 검은 혹은 말 못하는 저주의 표식이다.

혹고니와 미운 오리 새끼들
혹고니와 미운 오리 새끼들

죽음을 앞둔 고니의 울음소리는 유독 아름답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잘 모른다.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고니의 마지막 울음을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슈베르트는 서른 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애 마지막 여름에 만든 열네 곡은 《백조의 노래》가 되었다. 음악 활동을 끝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떤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를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일단은 〈따오기(36Y)〉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때가 되면 나도 고니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슈베르트급 뮤지션 전유동.

* 새소리를 모아 놓은 사이트. 학명 Cygnus Olor로 검색하면 혹고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혹고니의 영문명은 Mute Swan이다. 음소거를 뜻하는 그 Mute가 맞다.

🐤전유동


[이주의 추천곡] Schubert : Swan Song D.957 - IV. Serenade

🔥특보🔥

🐚전복들 고창일, 도루하는 주자 잡아

대구의 기타팝 밴드 🐚전복들의 리더이자 대구의 인디씬을 다루는 웹진 빅나인고고클럽의 편집장 고창일이 도루하는 주자를 잡아 일대 파문을 몰고 오고있다. 고창일이 속한 사회인 야구팀이 지난 4월 24일 토요일 오전 치른 경기 중 고창일(포지션 : 포수)이 도루하는 주자(아마 4번 타자, 1루 -> 2루 도루)를 잡은 것.

사회인 야구 10년차 야구전문가 고창일에 따르면 "도루하는 주자를 잡는 것은 홈런을 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고창일은 야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주변인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 우울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기가 열린 당일 고창일은 오소리웍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저 오늘 도루 잡았아요 ㅠㅠㅠㅠ 자랑하고시픈데 자랑할데가 음다"라는 안타까운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오소리웍스는 매해 4월 24일을 국경일이자 민족의 대명절인 고창일 도루하는 주자 잡은 날, 줄여서 '도루절'로 지정, 고창일의 숭고한 도루잡기 정신을 기리고 쉴 수 있는 사람은 알아서 쉬는 날로 지정하는 등 야구인 인권 진흥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밝혔다.

🍔단편선 대기자


🔥특보🔥

😙후하 캠프캡, 불티🔥나게 팔려,,, 한때 대소동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개설한 EP <Spring> 제작비 펀딩이 100인 이상의 후원자를 확보하며 목표금액 대비 200퍼센트를 돌파하는 등, 2020년의 라이징 스타에 이어 인디씬의 대세로 굳어지는 듯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잇는(주: 본지의 편집방침상 상당한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디팝 트리오 😙후하가 [Spring] EP와의 커플링 아이템으로 제작한 캠프캡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뭐 인디 굿즈 보나마나 대충 만들었겠지'라는 대중의 싸늘한 시선이 😙후하 성진영의 착용샷 한 방으로 역전되고 있는 것.

성진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이 사진은 순식간에 국내외 음악 및 패션 관련 커뮤니티로 확산되었으며 특히 100매 한정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Where can I get that cap?(당췌 어디서 저 모자를 구할 수 있습니까?" "I want to go to Korea because I want to get HooHaa-Cap.(나는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후하의 캠프캡을 사고 싶기 때문에.)"라는 문구를 피켓에 쓰고 1인 시위를 하는 외국인들마저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한때 이 캠프캡이 동대문 모처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며 입도선매(立稻先賣)하려는 도소매상이 몰리며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주: 본지의 편집방침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다수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후하의 성진영은 이날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후하의 첫 번째 캠프캡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100매 한정을 제작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이후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 굿즈를 제작, 전국민의 의복 수준 향상에 기여하겠다. 과분한 관심에도 우린 아직 작은 인디밴드에 불과하다. 텀블벅을 통한 선판매가 끝난 뒤에는 소규모 공연을 통해서만 판매할 방침이다. 자만하지 않는 😙후하가 되겠다."고 밝혔다.

🍔단편선 뉴욕 주재 특파원


📺오소리뉴스📺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5/2(일) EP 《전복코믹스》 발매

[공연] 5/8(토) 카페언플러그드 전유동 X 전복들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5/8(토) 카페언플러그드 전유동 X 전복들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후하 @hoohaa.seoul

[음반] 4/15(목) ~ 4/28(수) EP 《Spring》 발매 후원 텀블벅 (링크)

[음반] 5/12(수) EP 《Spring》 발매


🌟별책부록🌟

오일링Oiling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 🌟별책부록🌟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마다 음악가들의 demo, 라이브 부틀렉, 그 외 여러 재미있는 것들을 제공합니다. 이번 호에서 드리는 선물은 오는 6월 24일 발매될 🐮천용성의 두 번째 정규앨범 《수몰》에 실릴 '보리차'의 demo 버젼. 침대맡에 걸터앉아 숨죽이고 부르는 듯한 demo와는 완전히 다를 '보리차'의 앨범 버젼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직 비밀로 가득한 《수몰》의 전모, 5월부터 차근차근 공개됩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oundcloud.com/osoriworks-production/chun-yongsung-barley-tea2020-demo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오일링Oiling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7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numjoara

    0
    over 3 years 전

    책 어디에 버리셨나요 줍줍하러가실 파티원 모집(1/n) 아 뭔가 혹고니 울음소리에 슈베르트가 곁들어져 갬성이 막 몽울몽울 꽃피우려하고있는데 도루절로 갬성 도루묵... 내 갬성 돌려내요.......

    ㄴ 답글 (2)
  • 성하진

    0
    over 3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 냉이

    1
    over 3 years 전

    새사람🐤 너무 유익한게 몇일전에 엄마랑 환경스페셜을 보다가 멋쟁이새가 나와서 저도 모르게 "어! 멋쟁이새!!!" 라고 외쳤더니 엄마가 어떻게 알았냐구ㅋㅋ 그냥 알았다고 하니까 거짓말 말라고 너 그런데 관심 없는거 다 안다고ㅋㅋㅋㅋㅋㅋㅋ 빨리 말하라 하시길래 요새 빠진 인디가수가 새덕후🐤라고 이실직고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 덕질하면서 동화도 읽고 클래식도 듣고 야동(야구동영상이요..)도 보고 요즘 유행 패션도 알게되네요 이거 정말 유익한데 많은 분들이 보시길 추천합니다

    ㄴ 답글 (2)
© 2024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