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한가로운 벚꽃
벚꽃이 피었습니다. 계신 곳에도 벚꽃이 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집은 서울 끝자락에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벌판이던 곳입니다. 길이 깔리고 건물이 섰습니다. 길 따라 벚꽃도 심겼습니다. 길 끝 편의점에서 햇반을 사왔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걸었습니다. "요즘 벚꽃은 테니스 공 같네" 생각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꽃이 핍니다.🌸
두 번째 앨범을 만들고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는 모든 것이 창작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집니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나무를 비웃었습니다. 한두 주 피고자 한 해를 바치는 것은 어리석지 않냐면서요. 이제는 그리 모질게 말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렇게도 생각합니다. 나무의 의미는 꽃 없는 오십 주에 있지 않는가 하고요.
이주의 코너는 🐚전복들 고창일의 『기타팝파』입니다. 창일 씨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딱 두 번 ― 합정역 근처 '동무밥상'에서 한 번, 작년에 했던 공연 '오슐랭 가이드'에서 한 번 ― 만났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뜬금없이 고백을 하자면, 저는 그가 좋은 파파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도 곧 믿게 되실 거예요.
🐮천용성
전복들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
🐚 #1 Balance
2016년 🐚전복들의 첫 싱글 <봄나물>이 나오기 한 달 전 팡이가 태어났고, 5년이 지나 EP 《전복코믹스》의 발매를 앞두고 둘째 담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여러모로 음반을 만드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막연한 대상을 향한 사랑-집착-관심으로 시작해 과정과 과정마다, 하루 또 하루마다 고비와 마주합니다. 언제까지 쓰게 될진 모르겠지만, 밴드맨과 아빠, 누군가의 남편으로 살고 있는 평범하고 재미없을지도 모르는 제 얘기를 조심스레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타팝파』
아, 그는 좋은 발란스’였’습니다. 하나만 있을 때는 그래도 꽤 근사했어요. 직장서 월급도 나오고, 집 사느라 받은 대출도 조금씩 갚고 있고. 직업인과 뮤지션을 병행하는 삶을 큰 고민 없이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업 뮤지션의 꿈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어요. 밴드도 그럭저럭 생산성을 유지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아이와의 관계도 그럭저럭 돈독하고. 길기도 짧기도 했던 5년은 그렇게 금방 지났습니다.
작년 말, 동생이 있음 좋겠다며 노래를 부르던 첫째 팡이의 주문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모습이, 제 방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뒷모습이 그렇게 짠할 줄은 몰랐어요. 꽤 오랜 노력으로 만들어온 일-음악-육아의 ⚖황금발란스를 처음부터 다시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 발란스가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백일쯤까지가 정말 '헬'인데 5년쯤 지나니 까먹었던 게지요. “아, 이걸 왜 우린 또 하고 있나.” 자다 깨서 비몽사몽 🍼우유 타 먹이고 트림시키고, 안아주고 재우고. 세 시간마다 이걸 반복하다가 응가 색깔을 보며 황금똥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에 안도하고. “아, 맞다. 아기 응가 냄새랑 밥 짓는 냄새랑 비슷했지.” 5년 새 까먹고 있던 것들을 고스란히 리마인드 하곤 했습니다.
물론 소소한 재미들도 많습니다. 👶갓난아기 특유의 고주파 섞인 웃음소리 들어보신 분 계세요? 저는 이게 몰핀보다 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복들 노래를 듣는 걸 멈출 수 없다면, 맨날 맨날 시시각각 🐚전복들 생각이 난다면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제가 아기 웃음소리에서 천연 몰핀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저는 연구소에서 R&D 기획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전복들 노래에 몰래 타고 있다고요. (응. 반쯤 미친 거 맞음) 그렇게 미소몰핀 한 방 맞고 또 좀비처럼 버텨냅니다. 저야 퇴근 후와 주말만이지만 아내는 하루 종일이니 오죽하겠어요. 서로가 미소몰핀이 되어 버티다 보니 100일을 훌쩍 넘겼네요. 그렇게 새로운 발란스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살아요.
근데 신기하게도 첫째 출산 때와는 다르게 스트레스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차피 발버둥 쳐봤자 조땐 건 원래부터 조땐 거기 때문이지요. 하나 더 늘었다고 망할 게 안 망하는 것도 아니고. 늘 그랬듯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뭘 걱정했었는지조차 까먹게 되는 게 저라는 놈이니까요. ‘왜 이렇게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사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은 멍했다가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은 내가 너무도 간절히 사랑하는 것들이어서 어느 하나 놓을 수가 없어”. 계획한다고 선택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계획 없는 삶의 시작은 첫째 출산 때부터였습니다. 첫째는 말 그대로 ‘허니문 베이비’였습니다. 신혼여행지인 ‘루앙프라방’을 매우 빠르게 읽어보면 “루팡”. 그래서 팡이라고 태명을 지었었습니다. 어이없지만 이쁘게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둘째는 실명을 “고담”으로 짓겠다 했다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등짝스매싱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라도 둘째는 고담으로 부르려 합니다. (첫째=루팡(팡), 둘째=고담(담))
* 『기타팝파』 2화에서는 둘째 담이의 출생 전후부터 현재까지 약 100일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 출산과 육아와 관련해 궁금하신 것들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화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복들 고창일
특보
😙후하, 유튜버 재벌 되나?!?!
2020년 가을, 싱글 [Fall]을 발매하며 단숨에 인디동네의 라이징스타로 떠오른(관용어구) 😙후하가 돌아오는 5월 새로운 EP [Spring]을 발매할 계획임을 밝혔다.
EP 발매와 관련 눈에 띄는 것은 😙후하의 작업과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개설 소식. 의문의 다큐멘터리맨 🦸🏻♂️장종호와 함께 찍은 비디오들을 [Spring]이 발매되는 5월 중순까지 매주 수요일 후하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브이로그 런칭을 맞아 😙후하의 리더 🧑🏻성진영은 "😙후하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게 된 것은 모두 국민들의 관심 덕분이다. 앞으로도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는 😙후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4/17(토) 카페언플러그드 (with 복다진)
[공연] 4/30(금) 아이다호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3/19(금) ~ 4/9(금) EP 《전복코믹스》 발매 후원 텀블벅 (링크)
🐤전유동 @jeonyoodong
[음원] 4/14(수) 디지털 싱글 〈디플로도쿠스〉 발매
[공연] 4/18(일) 카페언플러그드 (with 예람)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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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스와니
지난 번 글도 너무 좋았었는데.. 이번 호 읽으면서 뭐랄까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좋은 글들이네요 ㅎ 요즘같이 상업적인 글이 넘쳐나는 책들이 가득한 속에서 때묻지 않은 순정같은 것이 묻어나는 그런 글귀들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네요 사심없이 글을 대한지가 언제이던지... 무튼 오래 오래 출간해주세요 직장에서 나른한 오후시간 춘곤증의 비타민같네요 ..나무의 의미는 꽃없는 오십주에 있지않은가..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닿네요 점심시간에 차마시면서 창밖에 벚꽃나무에 취하고 있었거든요 ㅎㅎ .. 담이 아빠의 이쁜글도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천연몰핀' 담이가 이쁘게 이쁘게..봄꽃저럼 이쁘고 건강하게 자라가는 모습 다음화에 기대하겠습니다♥
대구자전거동호회
다음화에서는 담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연을 담고 있.... ;;;; 장르를 스릴러나 재난물로 가려 했는데 부디 재미없어도 무탈한 날이 이어지면 좋겠네요. (스포같긴 한데 다행이 건강은 잘회복했습니다) 대구는 벚꽃이 지나간 자리로 봄빛 연두색 나뭇잎들이 “마 이게 봄 아니가”를 샤우팅하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의 풍광처럼 소소한 즐거움이 되셨다면 참 다행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와일드 스와니
그랬구나~~어린아기 담이가 아팠었다니..너무 맘이 아프셨겠어요..재미없는 일상으로 채워지는게 우리의 일상이니 그리 재미없어도 됩니당,,일상이 소중한 평범한 삶이라면 이또한 아름답지 않겠는지요 ㅎㅎ 애정어린 답글까지 주시니 너무 행복합니다. 봄의 충만한 생명감이 넘쳐나는 일상되시기를 ..다음호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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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joara
전복들 음원을 홀린 듯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음반을 구매하게 된 건 팡담이 천연몰핀 때문이었던것이었던 것..❗💡 담이를 업고 팡이에게 홍차왕자를 불러주시던 모습에서 좋은 팝파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드랬죠😊 앞으로의 육아일기가 더욱 기다려집니다 조때지 않은 기타팝파의 밸런스를 위하여 치얼스~!!🍻
대구자전거동호회
정작 애들은 제노랠 별로 안좋아하는것 같아요 ㅋㅋ 낮술먹고싶습니다.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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