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0초 건너뛰기, 사람들은 왜 영상을 빨리 감기로 볼까?

안녕하세요! 저는 2년차 콘텐츠 마케터에요. 영상제작을 담당하다 보니까 사람들의 영상 소비 패턴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고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평소에 유튜브 볼 때도 10초 건너뛰기나 빨리 감기로 보잖아요. 그마저도 보다가 흥미가 없으면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기 일쑤고요. 언제부턴가 이런 Z세대 특성이 어떤 이유로 나타난 건지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구요.

영상을 빨리감기로 보는 Z세대의 특성에 대해 알려줄 메뉴, 추천해 주시겠어요?

그렇다면, 이 메뉴가 입맛에 딱!

대학 강의와 뉴스, <오징어게임>같은 드라마까지 모두 건너뛰기, 빨리 감기로 보는 Z세대 트렌드를 다뤄줄,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추천해요!

구독자님도 유튜브나 OTT서비스 영상을 시청할 때 1.5배속으로 빨리 감거나, 지루한 장면이 나온다 싶으면 10초 건너뛰기 버튼을 눌렀던 경험 있으시죠?👀 그건 비단 구독자님만의 시청 습관이 아닌, 시대 상황이 바뀌고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Z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랍니다. 그러면 어떤 요인들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봐요!😉

Z세대는 뉴스나 보도자료같은 정보성 콘텐츠뿐만 아니라, 영상의 배경이나 침묵 속에서도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까지 빨리 감기로 시청해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요?

빨리 감기를 하게 만드는 외적 요인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OTT서비스에만 해도 수천개의 영상 콘텐츠가 올라와 있기 때문에,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제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닌,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요. 영상 콘텐츠를 보는 목적이 소비라면 10초를 건너뛰든 빨리 감기로 보든 중요하지 않죠. 그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영상을 아예 보지 않는 선택지는 없을까요?

"없어요. 살짝 시간 내서 봐두면 누군가가 이야기했을 때 나도 봤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내용을 빠르게 알고싶어하는 걸까요? 그거야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 있고, 결말까지 알았다는 만족감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는 다들 여러 번 보죠.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본다는 취지로 빨리 감기, 건너뛰기를 애용하는 것과 같은 작품을 반복시청하는 행위가 모순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작품 감상과 소비 사이에는 명확한 선이 존재하거든요.

"무턱대고 빨리 감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을 접하자마자 바로 선별하는 거죠. 천천히 소화하면서 흘러가는대로 보고싶은지, 결말을 조금 더 빨리 보고 싶은지요.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기생충>(2019) 같은 작품은 온전히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이슈가 된 작품을 따라 만든 것 같은 영상은 정보 수집 모드로 봅니다.
'왜 유행이지?' 하면서요. 작품으로 보기보다는 '여기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하고 접근한다는 편이 더 가깝겠네요."

빨리 감기를 하게 만드는 내적 요인

바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에 따라가야 하니 빨리 감기로 본다는 게 1020 세대의 의견이에요. SNS에 수시로 접속하는 습관이 생기며, 대화에 끼는 것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중요해진 탓이죠. 단체 메신저방도 한두개가 아니에요. 5개 그룹이 있으면 5개, 10개 그룹이 있으면 10개의 작품이 매일같이 채팅방에 오르내리죠. ✉️

수십년 전에도 보지 않으면 학교나 직장에서 이야기에 못 끼는 작품들은 있었어요. 하지만 그 때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 교실뿐이었고, 지금은 메신저가 어디까지고 따라오죠. 노래방에서 진심으로 부르고 싶은 곡이 아닌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인기곡을 선곡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그런 의미에서도 그들은 작품의 감상자가 아닌,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술이 탁월한 소비자죠.

Z세대의 스포일러 소비

Z세대에게 이제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는 사절이에요. ✋ 이제는 갖고 싶은 선물을 미리 상대에게 물어보죠. 받기는 했는데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아 쓰지 못하는 비극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을 찍어서 올리려면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에 힘을 줘야 하고, 어느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할지에 따라 입을 옷도 달라져요. 미리 알리면 모두의 만족도가 상승하죠! Z세대는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요. 😡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Z세대는 멀리 돌아가는 길이나 나쁜 가성비를 두려워해요. 첫 번째로, 예전보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친절해졌기 때문이에요. Z세대 부모들의 육아 트렌드는 엄격함보다는 상냥함이에요.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엄격하게 지도하거나 체벌하지 않죠. 또, Z세대는 SNS로 또래와 자신을 쉽게 비교해요. 휴대폰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이기만 하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은 물론 비슷한 나이에 무언가를 성취했거나 주목받는 인물의 소식을 언제든 접할 수 있죠. 그건 늘 옆을 보고 있다는 거에요. 👀 나 자신이 조금이라도 늦는다고 느껴지면, 또래들에게 뒤쳐졌다거나 실패했다고 여기기 쉬운 세상이죠.

뿐만 아니라 요즘 대학생은 어느 때보다 시간과 돈이 없어요. 수도권에서는 월 2만엔 (약 18만원) 정도로 식비, 수도비, 광열비, 통신비, 피복비, 교제비, 오락비 등을 충당해야 하는데, 당연히 취미에 돈을 쓸 수가 없죠.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취미가 ‘영상 시청’이 될 수 있어요. 한 여대생은 평일 오전 5시부터 아침 9~10시쯤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 수업을 들어요. 8시에 귀가해 식사를 한 후 곧장 취침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회식은 가지 않아요. 과제는 수업 중간에 해치우죠. 그 와중에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단톡방에서의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를 빠르게 체크해야 하는데, 빨리 감기를 하지 않으면 소화가 불가능하죠. 😮‍💨

앞으로의 영상 콘텐츠 시청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날 보이는 유동적인 소비를 ‘리퀴드 소비’라고 하죠. 빨리감기, 건너뛰기가 습관화된 사람들을 리퀴드 소비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1️⃣ 콘텐츠의 ‘단명’으로 이어지는 소비자의 행동

타이밍이 맞아 화제가 된 콘텐츠를 그 타이밍에 시청하지 않으면 이야기에 끼기가 힘들기 때문에, 서둘러 시청하죠. 관심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긴 장면은 빨리감기, 건너뛰기를 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소비돼요.

2️⃣ 콘텐츠 소유가 아닌 ‘구독’

영상 구독 서비스는 소유가 아닌, 일정기간 시청할 권리를 사는 거에요. 결과적으로 작품에 대한 애착이 점차 옅어지고, 만든 이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지겠죠.

“정말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원고는 무료 잡지에 실으면 안 돼. 저렴한 가격이라도 제대로 값을 치르도록 해야지. 사람은 공짜로 손에 넣은 건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까.”

이런 점을 고려해 많은 소비자가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게 됐고, ‘순간을 즐기기 위한 소비’가 두드러지게 됐어요. 이런 소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단 시간, 최소의 노력으로 콘텐츠를 손에 넣고, 싫어지면 바로 탈출할 수 있어야 하죠. 영상 구독 서비스와 디지털 기기가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거에요. 사람들의 욕구가 기술을 진화시키고, 기술 진화가 다시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변화시켰죠. 그 과정에서 생긴 빨리 감기 시청, 건너뛰기 습관은 ‘가급적 적은 자원으로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거의 절대적 정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췄어요. 결국 빨리감기는 시대적 필연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