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춤’이라는 취미를 업 삼은 사람이 있습니다. 연극학과 진학 후, 댄스 강사 4년차부터 ‘춤선생’으로서 온라인에서 이름을 알렸고, 미국 여행을 갔다 우연히 명문대학 UC 버클리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강남에 댄스학원 분점까지 있는 ‘댄스조아’의 원장이 되었어요.
고작 200만원으로 시작한 댄스 학원으로 어떻게 강남까지 확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녀는 왜 여행으로 간 미국에서 강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댄스조아 정은희 대표님의 여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 Highlights
“사람들 덕에 무언가를 시도할 때 함께할 수 있다는 힘이 굉장히 커졌다는 거, 그게 제일 큰 거 같아요.”
“단순히 ‘큰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생각보다는 도전에 대한 큰 용기를 얻고, 깨달았죠. ‘생각만 했던 걸 도전을 하니까 해볼 수 있구나’라고 느꼈고요.”
“사람이 바뀌어가는 걸 보니까 제가 주는 영향이 누군가에겐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게 춤선생으로서 가장 성취를 크게 느꼈던 순간인 것 같아요.”
“모든 게 제가 춤을 가르치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던 순간이니까, 정말 너무 행복했죠. 이게 제가 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해요. 단순히 저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제가 느끼는 에너지를 베풀고 싶었거든요.”
“춤을 더 체계화시키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그 한 명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을 조명해줄 수 있는 그런 공간, 교육원을 만들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오늘의 질문
Q. 처음엔 댄스 강사로서 일하시다가 본인의 학원을 개업하셨죠. 운영자로서 어떤 삶의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22살 때부터 댄스 강사를 시작했고, 26살 때 댄스조아라는 이름을 만들어서 온라인 상에서 클럽을 창단했어요. 학원이라는 곳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니까 본격적으로 개원을 하기 전에 수강생을 먼저 모아야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리고 점점 클럽의 규모를 키워서 사람을 모아 학원을 열었죠. 저는 200만원을 가지고 한 건물의 지하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물건도 주워서 쓰곤 했었는데, 조금씩 키워나간 거에요. 지하에서 지상으로, 그 다음 강남으로 분점을 차렸어요.
외부적인 환경은 점점 탄탄해져가는 와중에도 가치관 만큼은 늘 똑같아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 (...) 사람과 사람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한 말이죠. 사람들 덕에 무언가를 시도할 때 함께할 수 있다는 힘이 굉장히 커졌다는 거, 그게 제일 큰 거 같아요.
Q. UC 버클리에서 댄스 강연을 하셨잖아요. 어떻게 그런 기회를 얻으셨는지, 그 기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해요.
사실은 기회를 '얻은' 게 아니라 기회를 '만든' 거에요.
오랜만에 미국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미국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받으려고 하다가 ’내가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거기 있는 분들이 저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영문으로 된 PPT랑 영상 자료를 만들어서 돌리게 되었어요. 기대와는 다르게 답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반 포기 상태로 그냥 출발하자 했는데 딱 공항가는 길에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클래스를 열게 된 거에요. 이 경험으로 단순히 ‘큰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생각보다는 도전에 대한 큰 용기를 얻고, 깨달았죠. ‘생각만 했던 걸 도전을 하니까 해볼 수 있구나’라고 느꼈고요.
Q. 본래 취미였던 것이 직업이 되었어요. 어떠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렸을 때 그냥 신나서 내가 춤을 추고 싶을 때 추는 것과, 직업이 되었을 때와의 확실한 차이는 '책임감'이에요. 어떻게 춤선생이 됐냐는 얘기를 많이 물어보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취미가 특기가 되고, 특기가 직업이 된 케이스에요. (...) 취미였을 땐 모든 게 재미있었고 음악이 나오면 항상 춤추고 싶고 신났는데, 지금은 음악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뭘 해야될 것 같고, 새로운 안무가 나오면 이 안무를 촬영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죠. 약간의 압박감과 책임감이 들어가니까 예전처럼 온전히 춤을 즐기기는 어려운데, 책임감이 배가 된 만큼 그 후에 남는 성취감도 배가 되었어요.
Q. 성취감이 컸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요?
제가 느낀 성취감이라 하면 춤 선생님으로서와, 공연을 하면서 이렇게 두 종류인 것 같아요.
춤 선생님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 중학생 친구가 상담을 받으러 왔어요. 자폐증을 가진 아이였어요. 춤이 치료 목적으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서 댄스 학원에 방문했다고 해요. 그 친구가 저한테 춤을 1년 정도 배웠는데, 성격을 포함해서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호전이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사람이 바뀌어가는 걸 보니까 제가 주는 영향이 누군가에겐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게 춤선생으로서 가장 성취를 크게 느꼈던 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적으로 봤을 때는 저한테 배우러 오신 분들 중에 극심한 장애를 가지거나 마음이 불편한 분들이 모인 단체가 있었어요. 30분 정도 계시는 단체인데 각기 사정이 있으셔서 마음이 아픈 분들이셨어요. 같이 연습을 진행하면서 그 분들이 본인들처럼, 혹은 본인들보다 더 힘든 분들을 찾아가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어요. 공연을 지속하다보니 이 분들의 이야기로 공연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극장에서 개개인의 히스토리를 담은 공연을 했어요. 그때는 너무 뿌듯해서 전원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제가 춤을 가르치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던 순간이니까, 정말 너무 행복했죠. 이게 제가 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해요. 단순히 저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제가 느끼는 에너지를 베풀고 싶었거든요.
Q. 유튜브에 70대 수강생분과 함께 등장하신 것이 인상깊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요?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의 수강생분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고 배우면서 세계관이 많이 열린 것 같아요. 말씀하신 수강생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 분은 정확하게 48년생이시고 건강 문제로 하시던 일을 모두 포기하신 분이었어요. 어떤 게 건강을 즐겁게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시다가 유튜브를 보시고 저를 찾아오셨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춤을 알려주는 건 저인데 오히려 제가 배운 게 더 많은 거에요. (...) 일화 중 하나가, 전국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려면 자격증도 만들고 협회를 만드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셔플댄스협회를 만든 것도 그 분께서 권유를 해주셨기 때문이에요. (...)
Q. 직업을 제외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한 가지 일을 선택해서 오랜 기간 쭉 함께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또 하고 싶은 일들을 만들어가고 진행중인 사람. 또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멘트라고 생각하는 건 “생각대로 이뤄지는 중”이에요. 굉장히 좋아하는 멘트이면서 또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더 해보고 싶으신 일이 있으신가요!
춤 하나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최대한 제 능력을 뻗어보고 싶은데, 나중에는 아카데미가 아니라 나이를 더 먹어서도 춤을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100세, 12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춤은 10-20대만 춘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은데 춤은 아까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신, 정서, 신체적인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나이를 먹을 수록 춤이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춤을 더 체계화시키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그 한 명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을 조명해줄 수 있는 그런 공간, 교육원을 만들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해 볼 만한 점을 정리해 보았어요.
1.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시도해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자.
온라인 댄스클럽 창단, UC 버클리에서의 강연은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존재하는 새로운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였을 때 발견한 기회였을 겁니다. 기회가 생긴 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건 너무 늦을 수 있다는 것을, 고로 미리 준비를 해놔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2. 좋아하는 것을 업 삼고 싶다면, 내가 운영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정은희 대표님은 “사람이 전부다”라는 생각으로 댄스 학원을 사람들이 온전히 교류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사랑하는 것을 업 삼고 싶다면, 어떻게 그것이 일이 되어도 사랑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수없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내 업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를 소중히 여기자.
취미를 업 삼으면, 상상하던 것과 현실이 많이 다를 수 있다고도 하죠. 이 때는, 내 일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 번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누가, 언제, 어디서 좋은 영향을 주고 떠날 지 모르니까요.
참고 자료
1. 뉴스레터 관련 제안을 받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어떻게 보셨는지 의견을 남겨주시면, 다음 뉴스레터에 반영해 볼게요.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cnhbciBjO_YluZ7zNU15weahnGkM-DmyqyQI2uYWHuWjLfg/viewform
2. 6월 기고 프로젝트의 주제는 ‘바람’입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마음속에 피워낸 여러분의 바램을 아래 링크로 들려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kvaO7Gnv9ukYgFmBC_BLbjRPEc3bOr0fdwAPakt3pZr9XdQ/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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