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보는 데 이거밖에 안 돼?😤

🙋‍♂️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봄이 왔다는 건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는 의미도 있지만, 스포츠 팬들에게는 새 시즌이 시작한다는 상징성이 있죠. 대부분 춘추제로 시즌을 운영하는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따뜻한 봄은 '내 새끼를 보러 갈 수 있다.'라는 부푼 마음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저 역시 좋아하는 축구나 가끔 친구 따라가던 야구를 직관할 때가 있었는데, 서울에서 다른 도시로 이주하고 난 뒤에는 경기장에 방문해서 보는 게 쉽지 않네요. 그리고 때마침 스포츠 중계를 유료 인터넷 서비스나 OTT에서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용해 본 저도 그랬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난리네요. 시즌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지났지만 여전히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돈 내고 보는 데 이따위로 중계할 거야?!!?"

🪔옛날 옛적 스포츠 중계

과거 스포츠 중계는 대부분 TV에서 이뤄졌습니다. 1970, 80년대에는 국내외 경기를 중계하지만, 녹화중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계권을 따서 실시간 방송한다는 개념보다는 국민 복지, 스포츠 문화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해외에 이런 경기도 진행됩니다.' 정도로 방영되는 경우가 많았죠. 

이후 국내에서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지원한 3S 정책 영향으로 여러 구기 종목의 프로리그가 출범하게 됩니다. 1982년 프로야구, 1983년 프로축구와 민속 씨름, 1984년에 실업팀과 대학팀이 참여한 준프로 리그 형식으로 농구대잔치가 시작됩니다. 이 때 공중파를 통한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시작되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역시 스포츠는 방송사에서 당연히 해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스포츠, 특히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는 돈을 주고 사서 보는 PPV(Pay Per View) 방식을 오래전부터 적용하고 있어 '돈이 없으면 TV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죠.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가 출범할 때, BSkyB의 유료 중계 논란 역시 이러한 인식 차이에서 벌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중계와 관련해 발송한 OTT 연구소 과거 보고서들

OTT 시장 들여다보기, 세번째(OTT와 스포츠 유료중계, 유럽 슈퍼리그, EPL 출범과 유료 중계 논란)

월드컵도 돈내고 봐야 하나요?(FIFA와 월드컵 유료 중계 논란)

⚾야구는 티빙?

2024년 3월 21일 티빙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3월 23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4 프로야구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까지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볼 수 있던 KBO 중계를 티빙 사이트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4년 1월, KBO는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과 뉴미디어 중계권 협상을 완료했죠. KBO는 네이버, 다음 그리고 KT와 SK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등과 맺은 지난 5년간 1,1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한참 웃도는 3년간 1,35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인기를 방증하는 금액인데요. 문제는 보편적 시청권으로 인식하며 '공짜로 언제 어디서든 당연하게 볼 수 있던' 야구 중계를 값을 치르고 보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통신사, 포털 사이트 멤버십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기에, 전면 유료화는 반발이 컸습니다.

수도권,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경우, 야구팬들이 버스, 지하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핸드폰을 통해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을 겁니다. 그만큼 야구 중계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시청 접근성이 좋다는 인식이 컸죠.

돈을 내고 보는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경기 중계 수준과 화면 송출 등 중계 전반의 질이 팬들이 원하는 수준에 한참 모자랐습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자막이나 잘못된 정보 송출, 느린 업데이트와 불편한 하이라이트 UI, 선수 기록 지원 미비, 구단 영상 및 2차 가공을 차단, 멀티뷰 사용 불가까지. 팬들 입장에서는 공짜로 보던 시절, 누리던 중계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중계 서비스를 돈 주고 보는 상황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티빙은 아시안컵 중계 때도 서버 과부하로 중계가 중단되는 등 많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티빙은 시범경기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정규리그 경기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5월 1일 경기부터는 유료 중계를 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유료 구독이 요즘 추세니까 이해한다고 해도 수준 이하인 중계를 돈 내고 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많습니다.

⚽축구는 쿠팡?

쿠팡플레이는 2024년 4월 기준,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고 있습니다. 축구와 농구, 테니스와 F1, 격투기 등을 송출하고 있죠. SPOTV가 갖고 있던 축구 중계 지분을 쿠팡플레이는 적절히 가져온 모양새입니다. 말은 많지만 여전히 축구, 특히 유럽 축구는 스포티비라는 인식이 강한 상태죠.

그럼에도 쿠팡플레이는 K리그를 비롯해 2022년부터 이어온 '쿠팡플레이 시리즈(유럽 명문 축구 구단들을 초청해 K리그 구단, 명문 구단 간의 경기를 주선하는 프리 시즌 시리즈)'와 올해 진행한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서울 시리즈(MLB 정규시즌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개막 2연전 경기)'를 주도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와 깊이 있는 해설, 스포츠 종목에 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중계를 이어간다는 인식이 퍼지게 됩니다. 

나름 준수한 평가를 받는 쿠팡과 쿠팡플레이였지만, 4월 12일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인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12일, 쿠팡은 유료 회원인 '와우 멤버십'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하면서 "역대급 혜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와우 멤버십 이용고객들은 로켓배송 무료배송과 무료 반품,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로켓직구 무료 배송과 함께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와우 멤버십 이용자들이 멤버십에 있는 서비스를 다 이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혜택은 많지만,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만 따지면 비싸다'라는 의견이 많죠. 쿠팡플레이만 이용하는 고객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포츠 중계에 있어, K리그나 쿠팡플레이 중계와 관련해 중계에 대한 논란은 크게 없었습니다. 다만,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었죠. 이는 쿠팡플레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2024년 4월 15일 뉴스핌 쿠팡 요금 인상과 쿠팡플레이 관련 기사

😡OTT 독점 중계가 가져오는 문제들

OTT에서 스포츠 중계가 진행될 때, 발생하는 문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보편적 시청권 침해, 돈값 못하는 중계 기술 부족 및 실수, 한정된 중계로 인한 라이트 팬(Light Fan) 이탈을 꼽을 수 있습니다.

Ⅰ. 보편적 시청권 침해 

방송법 법령에 나온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 있는 조항입니다. 보편적 시청권은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를 비롯해 국민적 관심이 큰 여러 체육대회를 TV로 볼 수 있는, 보편적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일종의 공공재라고 표현할 수 있죠. 하지만 OTT가 활성화되고 스포츠에도 영역을 넓혀가면서 이 부분이 침해되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도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기 위한 중계권 협상을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벌였으나, 결렬되면서 올림픽 중계에 발을 뺐습니다. 기존에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비독점 형태로 제공되던 형태와 다른 방향이죠. 지상파 3사는 보편적 시청권 침해 방지와 OTT 시청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쿠팡이 제시한 금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쿠팡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티빙은 자사 유료 방송 채널인 tvN, tvN 스포츠와 티빙에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독점 생중계했습니다. 특히 지난 아시안컵은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의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컵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큰 관심이 일었지만, tvN 스포츠나 티빙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대회 자체를 스포츠 뉴스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습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를 중계하는 SPOTV 역시 독점 중계를 하면서 경기 시청은 물론, 하이라이트 영상까지 제공하지 않으면서 손흥민, 황희찬 선수의 경기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2023년 4월 27일 월드컵 및 아시안컵 독점 중계 관련 쿠팡 보도자료

2021년 6월 26일 한겨례 쿠팡플레이 도쿄올림픽 독점 중계권 협상 결렬 기사

Ⅱ. 중계 기술 부족과 라이트 팬 이탈

중계 기술에는 어떤 것이 포함될까요? 단순히 유명한 해설위원과 캐스터를 데려다가 경기를 잘 해설하는 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경기를 끊김없이 보는 것,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동시 접속자가 많아도 문제없이 접속할 수 있는 것 등 다양한 요소가 있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았을 때 편안하게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불편해지죠. 특히, 내 돈 내고 보는 경기라면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돈 내고 보는 유료 OTT 중계에 문제가 생기는 건 마치 표를 끊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꺼지는 상황과 같죠. 

다른 문제점은 라이트 팬(light fan)이 이탈한다는 점입니다. 스포츠, 영화,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가볍게 즐기는 팬을 라이트 팬이라고 합니다. 스포츠로 따지면 한 종목 전체에 깊이 이해하고 관심갖진 않더라도 특정 선수, 구단을 좋아하면서 스포츠 중계나 경기를 보는 이들을 말하죠. 생각보다 라이트 팬은 중요합니다. 스포츠 전반에 걸쳐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많아야 하죠. 

하지만 OTT를 통한 독점 유료 중계가 활성화되면 이들은 해당 스포츠와 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이트 팬 대부분은 OTT 유료 중계를 구독해서 볼만큼 충성심이 강한 팬층은 아닙니다. 여전히 가장 강력한 매체인 TV에서 방영하는 경기와 멀어지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죠.  

질 좋은 프로그램과 중계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OTT에서 이뤄지는 스포츠 중계가 이를 따라잡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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