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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SNS 금지를 시켜보았다. 효과가 있었을까?

호주가 6개월 동안 진행한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 금지 결과를 발표했다.

2026.06.07 |
from.
Kwangseob

들어가며

구독자님, 2025년 12월 10일 호주는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전면 금지했어요. 한 달 뒤 정부는 “약 470만 개 계정을 지웠다, 이건 성공”이라고 발표했고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 가정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아이들의 60~70%가 여전히 계정을 갖고 있다고 나왔어요.

같은 정책인데 정반대의 숫자예요. 누구는 성공이라 하고, 누구는 거의 그대로라고 해요. 어느 쪽이 거짓말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진실이에요. 측정하는 대상이 다를 뿐이거든요. 그리고 그 간극 안에 더 불편한 사실이 숨어 있어요. 이 금지령은 정작 대상이 된 아이들에게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는 정책이라는 거예요.

같은 정책인데, 왜 숫자가 정반대일까요

호주 정부가 말한 470만은 ‘플랫폼이 찾아내 삭제한 계정 수’예요. 메타는 시행 하루 만에 약 55만 개를 지웠다고 했고요. 플랫폼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행동이고, 눈에 띄는 숫자예요.

반면 60~70%라는 숫자는 다른 걸 측정해요. 2026년 3월 호주 온라인안전국(eSafety)의 점검 자료를 보면, 부모 조사에서 아이가 여전히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진 비율이 69.1%, 스냅챗 69.4%, 틱톡 69.3%였어요. 셋 중 하나 정도만 “이제 계정이 없다”고 답했고요.

두 숫자는 싸우는 게 아니에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뿐이에요. 470만은 “플랫폼이 무엇을 했는가”를, 70%는 “아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됐는가”를 재요. 계정을 지워도 아이는 새 계정을 만들거나, 나이를 속이거나, 로그인 없이 둘러보면 그만이거든요. 삭제된 계정 수가 늘어나는 동안, 접속하는 아이의 수는 거의 그대로일 수 있어요.

이게 제가 늘 경계하는 ’허영 지표(vanity metric)’[1]​의 전형이에요. 숫자는 크고 보기 좋지만, 정작 정책이 바꾸려던 결과와는 연결되지 않는 지표요.

왜 정부는 470만을 앞세웠을까요? 그게 가장 깔끔하게 ‘행동했다’는 인상을 주는 숫자거든요. 알바니지 총리는 이걸 ‘호주의 자부심’이라고까지 표현했어요. 반면 70%는 정책의 빈틈을 드러내는 숫자라, 같은 무대에 잘 오르지 않아요. 발표대에 어떤 숫자가 오르고 어떤 숫자가 빠지는지를 보면, 그 정책이 무엇을 자신 있어 하고 무엇을 감추고 싶어 하는지가 보여요.

참고로 이 흐름은 호주만의 일이 아니에요. 프랑스 하원은 2026년 1월 15세 미만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덴마크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8개 주가 미성년자 대상 규제를 도입했고요. 호주는 위반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의 벌금을 매길 수 있어요. 전 세계가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에요. 처음엔 규제에 반대하던 영국 총리마저 최근 금지 검토로 돌아섰을 만큼, 분위기는 한쪽으로 쏠려 있어요.

애초에 검증된 적 없는 정책이에요

그렇다면 이 금지가 정말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좋게 만들까요? 놀랍게도, 우리는 그 답을 몰라요.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의 모니카 네프 린드(Monika Neff Lind) 연구팀이 2026년 5월 발표한 논문이 이걸 정면으로 짚었어요. 연구팀은 ‘소셜미디어를 끊거나 줄이면 정신건강이 나아지는가’를 실험한 무작위 대조 실험(RCT)[2]을 일부 모았어요. 기존 메타분석 두 편에 담긴 36편에, 2025년 12월 추가 검색으로 찾은 4편을 더해 총 40편이었고요.

여기서 눈여겨볼 사실 세 가지가 나와요.

첫째, 40편 중 평균 연령이 18세 미만인 연구는 단 한 편도 없었어요. 16세 미만 참가자는 아예 없었고, 가장 어린 참가자가 16세였어요. 다시 말해, 금지령의 대상인 바로 그 아이들을 두고 진행한 실험은 존재하지 않아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과학자들이 권고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 대상을 실험한 과학은 비어 있는 거예요.

참고로 연구팀이 추려낸 973편 가운데 기준을 충족한 실험이 이 40편이었어요. 그중 18세 미만 참가자가 한 명이라도 있던 연구는 8편뿐인데, 그마저도 전부 대학교의 실험 참가자 풀에서 모집한 사실상 대학생이었어요. 우리가 정말 알고 싶은 중·고등학생의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는 셈이에요.

둘째, 실험 기간이 너무 짧았어요. 제한 기간은 하루부터 3개월까지 다양했지만, 절반이 1주일 이하였고 평균은 16.3일이었어요. 게다가 40편 중 19편은 완전히 끊은 게 아니라 사용 시간을 일부 줄이는 방식이었고요. 몇 년에 걸친 전면 금지의 효과를 이 짧은 실험들에서 끌어내긴 어려워요.

셋째, 효과 자체가 약했어요. 두 메타분석에서 평균 효과는 0과 구분되지 않거나, 있어도 아주 작았어요(효과크기[3]​ g≈0.17). 40편 중 8편은 효과가 없었고, 8편은 오히려 웰빙이 나빠졌어요. 합치면 40%가 ‘효과 없음 또는 역효과’였던 셈이에요.

더 흥미로운 건 이거예요. 이 실험들은 대부분 참가자가 “나는 지금 소셜미디어를 끊는 실험에 참여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끊으면 좋아진다”는 기대가 깔린 상태라 결과가 긍정 쪽으로 기울기 쉬운 설계였죠[4]​ 그런데도 효과가 이 정도로 작았어요. 그리고 두 메타분석 모두, 나이가 많을수록 제한의 효과가 더 컸다고 보고했어요. 십대에게 더 잘 들을 거라는 기대와는 방향이 반대인 거예요.

사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통념부터 과학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에요. 미국 국립학술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연관성은 작고 일관되지 않으며, 현실은 더 복잡하다”고 결론지었어요. 오히려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기분이나 이전의 증상이 이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예측하는, 즉 인과의 방향이 통념과 반대인 경우도 관찰돼요.

여기엔 측정의 함정도 있어요. 기존 연구 상당수는 같은 설문 하나로 ‘소셜미디어 사용량’과 ‘우울감’을 동시에 물었어요. 그러면 둘 사이에 상관이 나와도, 그게 진짜 관계인지 아니면 설문에 답하는 습관 때문인지 가리기 어려워요. 또 소득처럼 둘 다에 영향을 주는 제3의 요인을 빼놓으면, 엉뚱한 인과를 그리게 되고요. 연구자들이 상관관계가 아니라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연구팀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지금 검증되지 않은 처방을 전국의 아이들에게 동시에 투여하고 있는 셈이에요. 약으로 치면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전국에 배포한 것과 비슷해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해로울 수도 있는데 말이죠.

물론 반대 결과도 있어요. 데이비스와 골드필드의 2025년 연구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17~25세 청년의 경우 사용을 줄였을 때 우울·불안·FOMO가 줄었다고 보고했어요. 특정 조건의 청년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이건 ‘전 국민 대상 전면 금지’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예요.

빼앗으면, 풍선의 다른 쪽이 부풀어요

금지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에요.

호주의 법은 계정 보유를 막지만, 로그인 없이 콘텐츠를 둘러보는 것까지 막진 못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콘텐츠 접근은 유지한 채, 계정에 딸려 있던 보호 장치만 잃어요. 콘텐츠 필터, 부모 관리 기능 같은 것들요. 나이를 속인 가짜 성인 계정을 만들면, 알고리즘은 그 아이를 어른으로 대하기 시작하고요.

연령 확인 기술도 문제예요. 호주는 정부 신분증, 셀카 사진·영상, 은행 로그인 중에서 고르게 하는데요. 자동 나이 판별 기술은 호주 정부의 시험에서도 어린 얼굴과 유색인종에서 오류율이 더 높게 나왔어요. 보호하려는 기술이 특정 집단에 더 자주 틀리는 구조예요. 신분증이 없거나, 신분증과 현재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도 더 큰 부담이 돌아가고요. 결국 가장 취약한 아이들이 가장 자주 오인되는 역설이 생겨요.

여기에 청소년의 발달 특성이 겹쳐요. 십대는 자율성과 ‘존중받는다는 느낌’에 특히 민감한 시기예요.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리누르는 규칙은 종종 반발을 부르고, 규칙을 어기고 숨기는 행동을 늘리며, 어른과의 신뢰를 깎아요. 금지가 갈등을 줄이기는커녕 키울 수 있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학교나 청소년 단체 상당수가 공지와 행사 안내를 소셜미디어로 해요. 아이들을 플랫폼에서 내보내면서, 정작 필요한 정보까지 닿지 않게 되는 모순이 생기는 거죠.

또 다른 부작용도 있어요. 큰 플랫폼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관리가 더 느슨한 공간으로 옮겨갈 수 있어요.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사라진 대신, 통제도 보호도 약한 구석으로 흩어지는 거예요. 금지가 표현의 자유나 아동의 권리와 충돌한다는 소송도 곳곳에서 예고돼 있고요. 정책 하나에 막대한 행정 비용과 법적 분쟁이 뒤따를 가능성이 커요.

이걸 흔히 풍선에 비유하곤 해요. 한쪽을 누르면 공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쪽이 부풀어요. 계정을 누르면 익명 접속과 가짜 계정이 부풀어 오르는 거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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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M 전략을 세우면서 가장 많이 본 실패가 있어요. 문제를 충분히 정의하기 전에 솔루션부터 출시하고, ‘출시했다는 사실’ 자체를 성과로 발표하는 경우예요. 470만이라는 숫자가 딱 그래요. 인상적이지만, 정책이 약속한 결과인 아이들의 정신건강과는 아직 아무 관계가 없어요.

제가 데이터를 다루며 늘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 “이 숫자는 무엇을 측정한 거죠?” 470만은 ‘플랫폼의 행동’을, 70%는 ‘아이들의 현실’을 재요. 성과를 발표할 땐 보통 더 큰 숫자를 고르게 되고요. 그래서 저는 발표된 지표보다, 발표하지 않은 지표를 먼저 찾아봐요.

흥미롭게도 논문 저자들조차 자신의 이해관계를 솔직히 공개했어요. 한 명은 디지털 건강 회사의 지분을, 다른 저자들은 헤드스페이스나 유튜브 자문위원 같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죠. 이런 정직한 공개가 오히려 주장의 신뢰를 높여요. 결론을 정해두고 증거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한계부터 드러내는 태도니까요.

제가 컨설팅에서 성공 지표를 정의할 때 가장 먼저 합의하는 것도 이거예요. “무엇을 보면 우리가 실패했다고 인정할 것인가.” 실패의 기준이 없는 성공 발표는, 사실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은 발표나 마찬가지거든요.

기술을 빼앗는 게 늘 틀린 건 아니에요. 다만 빼앗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측정해 성공을 판단할지”를 먼저 정해야 해요. 그게 없으면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처방을 아이들에게 먼저 실험하는 셈이 돼요. 빼앗기보다 더 낫게 만드는 쪽이 더 어렵지만, 대개 그쪽이 진짜 해법이에요.

마치며

오늘 이야기를 세 줄로 정리해 볼게요. 첫째, 호주의 ‘470만’과 ’70%’는 둘 다 사실이며, 서로 다른 걸 측정한 결과예요. 둘째, 청소년 금지령은 정작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검증된 적이 없는 정책이에요. 셋째, 빼앗기는 종종 풍선의 다른 쪽을 부풀려요.

다음에 어떤 정책이나 제품의 ‘성공’ 발표를 보시면, 한 가지만 먼저 물어보시길 권해요. “이 숫자는 대체 무엇을 측정한 걸까?” 그 질문 하나가 발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꽤 정확히 비춰주거든요. 금지의 효과가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논문의 4장(평가 방법 제안 부분)부터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 혹시 ‘성공’이라고 발표된 지표가 막상 현실과 어긋났던 경험, 일이나 일상에서 겪어보신 적 있나요? 어떤 숫자였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 eSafety Commissioner, "Social Media Minimum Age: March 2026 Compliance Update", 호주 정부, 2026. : 70%대 잔존율 숫자의 출처예요.
  •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Social Media and Adolescent Health", 2024. : “관계는 작고 복잡하다”는 미국 학술원의 결론이에요. 이 논쟁의 출발점이라 함께 보면 좋아요.
  • Jonathan Haidt, "The Anxious Generation", 2024. :금지를 지지하는 쪽의 대표 논거예요. 반대편 시각도 알아야 균형이 잡혀요. 국내에는 <불안 세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어요.

 

각주

  1. [1] 허영 지표(vanity metric): 크고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이루려는 목표와는 잘 연결되지 않는 지표예요. 조회 수는 많은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2. [2] 무작위 대조 실험(RCT):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집단(처치/비교)으로 나눠 효과를 비교하는 방법이에요. 원인과 결과를 가려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꼽혀요.
  3. [3] 효과크기(g) :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값이에요. 보통 0.2면 작음, 0.5면 중간으로 봐요. 0.17이면 작은 축에 속해요.
  4. [4]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 참가자가 실험의 의도를 눈치채고 기대에 맞춰 행동이 바뀌는 현상이에요. 결과를 부풀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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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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