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지난주 블룸버그가 흥미로운 기사를 냈어요.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트레일러 파크에서 아이패드 하나로 자란 19살 소년이 지금 월 5억 원을 벌고 있다는 내용이에요. 그가 만든 건 최첨단 3D 게임이 아니에요. 숙제와 중국집 아르바이트 사이에 만든 '낚시 게임'이에요. (진짜 낚시;fishing에요!)
같은 시기, 수천 명의 직원과 수억 달러를 쏟아붓는 EA와 유비소프트는 역사적 위기를 맞고 있어요. 소니가 4억 달러(약 5,200억 원)를 투자한 게임은 출시 14일 만에 사라졌고요. 도대체 게임 산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10대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경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EA는 축구 게임인 피파시리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게임 제작사고 유비소프트는 유니티라는 제작도구와 어쌔신크리드라는 게임으로 잟 알려진 게임 제작사에요.
로블록스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먼저 규모부터 짚어볼게요. 로블록스의 2025년 4분기 일일 활성 사용자는 1억 4,400만 명이에요. 이건 일본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숫자예요. 연매출은 약 50억 달러(약 6.5조 원)에 달하고,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급된 금액만 15억 달러(약 2조 원)를 넘어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이 돈을 버는 사람들의 프로필이에요. 블룸버그가 인터뷰한 로블록스 밀리어네어들의 공통점은 이래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가 최종 학력이에요.
앞서 말한 19살 네이트 콜리(Nate Colley)는 'Fisch'라는 낚시 게임으로 월 40만 달러를 벌어요. 레고와 월마트가 게임 속 낚싯대에 광고를 해요. 20살 크롤로(Chrollo)는 연 수입이 8자릿수, 그러니까 1,000만 달러 이상이에요. 맥라렌을 몰고 다녀요. 26살 조나단 코트니(Jonathan Courtney)는 아바타 아이템을 만들어 월 10만 달러를 벌고요. 아디다스가 스폰서예요.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있어요. 16살 개발자가 3일 만에 만든 'Grow a Garden'이라는 농장 게임이에요. 씨앗을 심고, 기르고, 수확해서 파는 단순한 게임인데요. 이 게임이 2025년 여름 동시 접속자 2,230만 명을 기록했어요. 포트나이트의 역대 최고 기록(1,530만 명)을 가볍게 넘긴 거예요. 2025년 5월 한 달 매출만 1,200만 달러(약 156억 원)에 달했어요.
거인들이 쓰러지고 있어요

이 10대들이 성공하는 동안, 게임 산업의 거인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EA는 2025년 9월, 550억 달러(약 71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사모펀드 매각을 발표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실버레이크, 재러드 쿠슈너의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인수자예요. 연매출 75억 달러가 3년째 정체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에요. 20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건, 공개 시장의 압박 없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신호예요.
소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콩코드(Concord)'는 개발비 4억 달러, 개발 기간 8년을 쏟고도 출시 14일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어요. 판매량은 추정 25,000장.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한 달 뒤 폐쇄됐어요. 게임 역사상 가장 비싼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어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서구 게임업계에서는 GDC 설문 기준 개발자 3명 중 1명이 해고를 경험했어요. 이건 일시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예요.
핵심 문제는 이래요. AAA 게임의 개발비는 2억 달러를 훌쩍 넘어, 마케팅까지 합치면 5억 달러 이상이 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게임 가격은 60~70달러에서 크게 오르지 않았어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실패했을 때 회복할 방법이 없는 구조가 된 거예요.
플랫폼이 퍼블리셔를 대체하고 있어요
로블록스의 구조를 보면, 이건 게임 회사가 아니에요.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는 플랫폼이에요. 전통적인 게임 산업의 가치 사슬은 이랬어요: 대형 퍼블리셔가 수억 달러를 투자해서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유통하고, 히트하길 기도해요. 한 번 실패하면 회사가 흔들려요.
로블록스는 이걸 완전히 뒤집었어요. 개발 도구(로블록스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하고, 호스팅·유통·결제·고객지원까지 다 해줘요. 크리에이터는 초기 비용 0원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어요. 대신 로블록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요.
이 모델의 핵심은 리스크의 분산이에요. 로블록스 위에는 5,000만 개 이상의 게임이 있어요. 이 중에서 알고리즘이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히트작을 찾아줘요. 히트작 발굴 비용이 사실상 0이에요. 콘코드처럼 4억 달러를 걸고 도박을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유튜브가 방송국을 대체한 구조, 앱스토어가 소프트웨어 유통을 바꾼 구조와 동일해요. "수억 달러를 투자해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모델"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만들고 커뮤니티가 선택하는 모델"에 밀리기 시작한 거예요.
게임 산업 애널리스트 매튜 볼(Matthew Ball)의 분석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2024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게임 시장 소비자 지출 성장의 40%를 차지했어요. 단일 플랫폼이 전체 성장의 거의 절반을 흡수한 셈이에요.
하지만 이건 장밋빛 이야기만은 아니에요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할 지점이 있어요.
첫째, 수수료 구조가 가혹해요. 로블록스는 매출의 약 70%를 가져가요. 스팀(Steam)의 30%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에요. 크리에이터가 Robux(로벅스, 로블록스 내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환전할 때 실질 수취율은 더 낮아져요. 로블록스 측은 개발 도구·호스팅·유통을 모두 무료 제공하므로 초기 비용이 0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성공한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에요.
둘째, 극심한 승자독식 구조예요. 상위 1,000명의 크리에이터가 평균 130만 달러를 벌었지만, 이 1,000명이 전체 크리에이터 지급액의 87%를 가져갔어요. 5,000만 개의 게임 중 의미 있는 수익을 올리는 건 극소수예요. "누구나 로블록스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유튜브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만큼이나 생존자 편향[1]이 강해요.
셋째, 아동 보호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요. 로블록스 사용자의 35%가 13세 미만이에요. 브라질 노동검찰청은 미성년 개발자의 수익 구조를 조사하고 있고, 터키(2024년)와 러시아(2025년) 등에서는 아동 안전 문제로 접속 차단 조치가 있었어요. 로블록스는 2024년 이후 얼굴 인식 기반 연령 확인, 채팅 제한, 개인정보 보호 도구 등을 도입했지만, 비판은 여전해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이 현상을 '콘텐츠 산업의 비용 구조 역전'이라는 관점에서 봐요.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비용 구조와 가치 창출 구조가 분리될 때"예요. AAA 게임 산업이 정확히 그 상태에 있어요. 개발비는 2억 달러를 넘어 5억 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가 그만큼 비례해서 올라갔을까요? 솔직히 의문이에요.
반면 로블록스의 10대 개발자들은 정반대 접근을 해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들고, 유저의 반응을 보고, 빠르게 고치고, 커뮤니티를 키우는" 방식이에요. Grow a Garden의 개발자는 3일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이후 유저 피드백을 보며 매주 업데이트했어요. 이건 제가 실무에서 말하는 '린(Lean) GTM'과 구조가 같아요.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건, 이것이 AAA 게임의 "종말"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GTA 시리즈나 엘든 링 같은 대작은 여전히 문화적 임팩트를 가져요. 다만 "모든 게임이 AAA여야 한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는 거예요. 마치 모든 영상 콘텐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일 필요 없이, 유튜브 쇼츠로도 수백만 명이 즐길 수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데이터 전문가로서 하나 더 짚자면, 로블록스 밀리어네어 이야기는 생존자 편향을 걷어내고 봐야 해요. 상위 1,000명이 전체 지급액의 87%를 가져가는 구조에서, "10대가 월 5억 번다"는 헤드라인은 블룸버그가 6명을 인터뷰한 결과이지, 350만 명 이상의 활성 개발자 전체의 현실은 아니에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게임 산업의 가치 사슬이 재편되고 있어요. "많이 투자해서 완벽하게 만드는 모델"이 "적게 투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모델"에 구조적으로 밀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전환의 중심에 우리가 잘 모르는 10대들의 거대한 경제가 형성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 경제는 플랫폼 의존적이에요. 로블록스의 정책 하나가 바뀌면 수익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요. 네이트 콜리 본인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투자 수익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 게 이를 반영해요.
자녀가 로블록스를 하고 있다면,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 생태계예요. 코딩 교육 차원의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우리 아이도 밀리어네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계기로 삼는 게 더 현실적이에요.
개인적으로 바이브코딩이나 AI시대에 이 주제를 다뤄보는 이유는 모두가 바이브코딩으로 게임, 앱을 만들어서 소위 말하는 대박을 노리는 이야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환기 하고 싶어서 전달해 보았습니다.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Cecilia D'Anastasio, "Roblox Is Minting Teen Millionaires", Bloomberg, 2026.03.06. : 오늘 뉴스레터의 출발점이 된 6명의 로블록스 밀리어네어 인터뷰 기사예요.
- Roblox Corp, Form 10-K Annual Report, SEC Filing, 2026.02.11. : DAU 1.44억, 크리에이터 수익 15억 달러 등 핵심 재무 데이터의 원천이에요.
- "Grow a Garden", Wikipedia. : 16살 개발자의 농장 게임이 어떻게 역사상 최고 동시접속 기록을 세웠는지 타임라인을 정리해뒀어요.
- "Concord (video game)", Wikipedia. : 4억 달러 개발비, 14일 서비스 종료까지의 전 과정이 정리되어 있어요.
배경 지식
- "EA Announces Agreement to be Acquired by PIF, Silver Lake, and Affinity Partners for $55 Billion", Electronic Arts IR, 2025.09.29. : EA 비상장 매각의 공식 발표 원문이에요. 게임 산업 구조 변화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 "Roblox Creator Earnings 2025: Top Developers Average $1.3 Million as Platform Grows", GamesHub, 2026.02. : 크리에이터 수익 구조와 연령대 변화를 잘 정리한 분석 기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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