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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AI 시대의 박사과정생, 축복인가 저주인가

박사과정이 길러야 할 능력을, AI가 대신 해주고 있다면 — 그 학위는 무엇을 증명하는 걸까요?

2026.03.30 |
from.
Kwangseob

들어가며

구독자님, 지난주 학계에서 꽤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머신러닝 학회 ICML[1]​ 2026이 497편의 논문을 일괄 거부(desk reject)했어요. 이유가 특이해요. 논문 자체의 품질 문제가 아니라, 해당 논문의 저자가 다른 사람의 논문을 심사(peer review)할 때 AI를 몰래 쓴 것이 적발됐기 때문이에요.

"AI를 쓰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동의해 놓고, 쓴 거예요.

이 사건이 흥미로운 건, 적발 방법 때문이에요. ICML 조직위는 심사용 논문 PDF에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심어뒀어요. 이 워터마크에는 AI에게만 읽히는 지시가 숨겨져 있었고, AI가 그 지시를 따라 리뷰에 특정 문구를 삽입하면 — 적발되는 구조였어요. 17만 개의 문구 사전에서 논문마다 두 개씩 무작위로 뽑았으니, 우연히 겹칠 확률은 100억분의 1 이하예요. 이 방식은 사실 예전에 제가 만든 방식 입니다. 받아드려져 기쁘기도 하면서도 씁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런데 저는 이 사건에서 적발 기법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어요. AI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자들조차 자신이 동의한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AI에 의존하는 현실 — 이건 개인의 윤리 문제일까요, 아니면 더 구조적인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각주

  1. [1] ICM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 세계 최대 규모의 머신러닝 학회 중 하나로, NeurIPS, ICLR과 함께 AI 분야 '3대 학회'로 꼽혀요. 2026년에는 7월에 서울에서 열려요. 전체 제출 논문이 2만 편을 넘길 정도로 규모가 커서, 동료심사 시스템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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