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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는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갤럽 2.3만 명 조사, 능력이 아니라 태도였어요

2026.07.14 |
from.
안광섭

들어가며

구독자님 얼마 전, 갤럽이 미국 직장인 23,7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헤드라인은 자극적이었어요. "AI를 안 쓰는 테크 직원, 해고 위험 3배." 블룸버그부터 보스턴 글로브까지 일제히 이 숫자를 받아 썼고요.

그런데 저는 이 숫자를 읽으면서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올랐어요. 정말 AI를 안 써서 잘린 걸까요, 아니면 AI를 안 쓰는 사람에게 원래 다른 특성이 있었던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갤럽이 실제로 측정한 건 "AI 능력"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였어요.

갤럽이 발견한 숫자

갤럽은 올해 2월, 미국 성인 23,717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확률 기반 무작위 표본이고, 오차범위는 ±0.9%포인트예요. 이 중 660명은 해고 상태였고, 갤럽은 재직자와 해고자 모두에게 AI를 업무에서 얼마나 자주 쓰는지 물었어요.

결과는 꽤 선명했어요. 해고된 직원의 62%가 AI를 연 1회 이하로 사용하는 비사용자였어요. 재직 중인 직원에서는 이 비율이 50%였고요. 반대로 AI를 자주 쓰는 사람, 그러니까 주 수회 이상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재직자가 28%, 해고자가 22%였어요. 갤럽은 나이, 학력, 산업, 해고 시점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이 차이가 유지된다고 밝혔어요.

특히 테크 업종에서 격차가 극단적이었어요. AI를 월 1회 이상 사용하는 테크 직원의 해고 확률은 6%. AI를 그보다 덜 쓰는 테크 직원은 18%. 정확히 3배예요. 비테크 업종에서도 같은 방향의 차이가 나타났지만(3% vs 5%), 테크 업종만큼 극적이지는 않았어요.

이건 더 넓은 맥락 안에서 읽어야 해요. 미국 전체로 보면, 고용주가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답한 직원 비율이 2022년 2분기 8%에서 2026년 1분기 21%로 거의 3배 가까이 올랐어요. 아직 채용 중이라고 답한 비율(34%)이 더 높긴 하지만, 감원 체감 비율이 이렇게 높아진 건 갤럽 추적 이래 처음이에요.

그중에서도 테크 업종 자체가 해고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해고자 중 테크 종사자 비율은 13%인데, 전체 재직자에서 테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했거든요. 테크 직원은 노동시장 전체 평균의 두 배 비율로 해고되고 있는 셈이에요. 완전 원격 근무자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어요. 해고자의 25%가 완전 원격이었는데, 재직자 중 완전 원격 비율은 13%에 불과했고요.

이 숫자들만 놓고 보면 "AI를 안 쓰면 잘린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나온 또 다른 숫자 하나가 이 깔끔한 해석에 제동을 걸어요.

"1%"라는 숫자 뒤에 숨은 것

갤럽은 해고된 직원에게 자유 응답으로 "왜 잘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어요. AI나 자동화를 원인으로 꼽은 비율은 단 1%였어요. 가장 많이 꼽힌 이유는 조직 구조조정(15%), 비용 절감(11%), 경기 침체(11%)였고, 그 다음이 정부 예산 삭감(5%), 사업 폐쇄(5%), 내부 정치(5%) 순이었어요.

1%라는 숫자만 보면, AI는 해고와 거의 관련이 없어 보여요. 그런데 같은 주에 벌어진 일들을 나란히 놓으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요.

잭 도시의 Block은 올해 2월 직원 40%를 감원했어요. 1만 명에서 6,000명 이하로. 도시는 이유를 직접 말했어요. "AI의 급격한 가속화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바로 지난주, Block은 내부 AI 도구 BuilderBot이 프로덕션 코드 변경의 15%를 처리하고 있다고 공개했어요. 하루 20만 건의 작업을 수행하고, 주당 약 1,500개의 풀 리퀘스트[1]​를 자동으로 머지한다고요. Block의 2026년 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54% 상향됐어요. 사람을 줄이고 AI를 늘린 결과가 숫자로 나온 거예요.

Block만이 아니에요. Google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4월에 신규 코드의 약 75%가 AI로 생성된다고 밝혔어요. Spotify의 공동 CEO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룀은 2월에 탑 개발자 일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요. Microsoft의 사티아 나델라 CEO도 회사 코드의 20~30%를 AI가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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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자신도 이 간극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보고서에서 "구조조정, 비용 절감이라는 설명 자체가 AI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거든요. 직원에게는 '구조조정'이라고 통보하지만, 그 구조조정을 촉발한 동인이 AI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예요. 1%라는 숫자가 AI의 간접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연막일 수 있어요.

규모도 작지 않아요. 2026년 1분기에만 글로벌 테크 업종에서 약 78,000~80,000명이 해고됐어요.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이 중 거의 절반이 AI나 자동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돼요. 2025년 같은 기간의 29,845명과 비교하면 2.5배가 넘는 수치예요. 2024년 Q1(57,269명)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고요.

한국은 아직 미국처럼 AI를 직접 명분으로 내세운 대규모 감원 사례가 드물어요. 구글코리아에서 AI 투자 비용 확보를 위해 중간급 직원을 줄이고 있다는 노조 측 증언이 나오긴 했지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 건 아니에요. 대신 한국에서는 다른 형태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요. 2026년 3월 기준 대기업·중견기업의 신입 공고가 전년 동월 대비 45% 감소했어요. 인사담당자 650명 대상 조사에서는 '중고 신입 선호 강화'가 1위 HR 이슈로 꼽혔고요. KDI는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국내 취업자를 약 341만 명, 전체의 12%로 추산하고 있어요. 해고가 아니라 채용 단계에서 필터가 바뀌고 있는 거예요. 감원은 뉴스가 되지만, 채용 기준의 조용한 변화는 잘 보이지 않아요.

AI 사용 빈도가 측정하는 진짜

다시 갤럽 데이터로 돌아올게요. "AI를 쓰면 해고를 피할 수 있다"는 해석은 직관적이지만, 여기에 중요한 함정이 있어요. 갤럽의 데이터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에요.

갤럽도 보고서 말미에 이 점을 인정했어요. AI 사용 빈도의 차이가 스킬 차이를 반영하는 건지, 직무 유형의 차이인지, 아직 측정되지 않은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요. 나이, 학력, 산업을 보정했지만, '호기심', '적응력', '학습 속도' 같은 변수는 설문으로 통제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면 AI를 매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차이가 과연 "도구 숙련도"에 있을까요? 저는 다른 데이터에서 단서를 발견했어요.

갤럽이 올해 4월에 발표한 별도 보고서가 있어요. 이 보고서에서 AI 사용 빈도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개인의 기술 역량이 아니었어요. 매니저가 AI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가였어요. 매니저가 지지하는 조직의 직원은 그렇지 않은 조직 대비 AI를 일상 업무에 쓸 가능성이 7.4배 높았거든요. 그런데 매니저가 AI 사용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한 직원은 3명 중 1명도 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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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뭘 의미할까요? AI 사용 빈도는 개인의 기술 역량보다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이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ManpowerGroup의 2026 글로벌 인재 바로미터[2]​도 같은 방향을 가리켜요.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직원 비율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올라 45%가 됐어요. 그런데 동시에 기술 활용에 대한 자신감은 18% 하락했어요. AI를 쓰긴 쓰는데, 잘 쓰고 있다는 확신은 오히려 줄어든 거예요. 2년 내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직원도 43%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올랐고요.

미국 전체 노동시장에서 AI를 매일 쓰는 사람의 비율은 아직 8~10%에 불과해요.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 계층은 리더급과 화이트칼라 원격 근무자예요. AI를 안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장벽이 뭐냐고 물으면, 38~43%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우려를 꼽아요. "쓸 줄 몰라서"가 아니라 "써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가 진짜 이유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에요.

결국 갤럽이 포착한 건 "AI를 쓸 줄 아느냐"가 아니에요. 새로운 도구가 나왔을 때 일단 "써보는 사람인가", "관망하는 사람인가" 이 태도의 차이예요. 그리고 기업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태도를 해고와 채용의 필터로 쓰기 시작했어요.

흥미로운 건, 이 필터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갤럽이 별도로 진행한 Z세대 조사(1,572명, 14~29세)에서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AI에 대한 회의감은 오히려 높아졌어요. AI 없이 한 작업을 더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69%였거든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해서 자동으로 AI를 수용하는 건 아니에요. 변화 수용력은 나이의 함수가 아니라 태도의 함수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번 갤럽 데이터를 보면서 기시감을 느꼈어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수없이 봐왔던 패턴이 있거든요. 새로운 채널이든 도구든 방법론이든, 도입 초기에는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차이가 곧 성과 차이로 보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건 도구의 차이가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의 차이였다는 게 드러나요.

CRM이 처음 보급됐을 때도 똑같았어요. CRM을 쓰는 영업팀의 성과가 좋았던 건, CRM이 마법을 부려서가 아니었어요. CRM을 기꺼이 채택한 팀이 원래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도구는 기존 역량을 증폭하지, 없는 역량을 만들어주지 않아요.

AI도 같은 구조라고 봐요. 지금 기업들이 "AI를 쓰는 직원"을 선호하는 건, AI 자체의 생산성 향상 때문만이 아니에요. "이 사람은 변화가 왔을 때 움직이는 사람인가?"라는 신호를 읽고 있는 거예요.

다만 여기에 함정도 있어요. 변화 수용력을 해고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 조직이 AI 도입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으면서 직원의 AI 미사용을 해고 명분으로 쓸 위험이 생겨요. AI를 안 쓰는 직원 중 상당수는 "몰라서"가 아니라 "조직이 가이드라인도 도구도 안 줘서" 못 쓰고 있는 거거든요. 매니저 지원이 AI 사용률에 7.4배 차이를 만든다는 데이터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마치며

갤럽의 23,717명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세 가지예요. 첫째, AI를 안 쓰는 사람은 해고에 더 노출되어 있어요. 특히 테크 업종에서요. 둘째, 그런데 이건 "AI를 써서 살아남았다"가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고용 시장의 새로운 통화가 됐다는 신호예요. 셋째, 그 변화 수용의 책임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조직이 어떤 환경을 만들었느냐에 크게 달려 있어요.

다음에 팀 회의에서 "AI 도구 도입"이 안건에 오른다면, 도구의 성능보다 "우리 팀은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해요. 그리고 그 질문은 팀원 개인에게만 향해선 안 돼요. 리더와 매니저가 변화를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해요.


💬 구독자님은 최근 업무에서 AI 도구를 쓰기 시작하셨나요? 쓰고 있다면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아직이라면 무엇이 망설여지는지, 댓글로 이야기 나눠봐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각주

  1. [1] 풀 리퀘스트(Pull Request):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를 팀의 공식 코드베이스에 합치기 전, 동료에게 검토를 요청하는 절차예요. "이 코드 괜찮은지 봐주세요"라고 올리는 것과 비슷해요.
  2. [2] 글로벌 인재 바로미터(Global Talent Barometer): ManpowerGroup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노동시장 조사예요. 근로자의 AI 도입률, 직업 만족도, 기술 자신감 등을 측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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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와 KMBA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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