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님, 3월에 "뇌파로 로봇을 훈련시킨다고?"라는 뉴스레터를 보내드렸어요. 사람의 뇌파를 추출해서 로봇에게 먹이는 기술. 즉, 뇌를 빌려주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이번 주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은 정확히 반대 방향이에요. 뇌에 전극을 심어서, 말을 잃은 사람에게 목소리를 되돌려준 기록이에요.
Casey Harrell, 47세, ALS[1] 환자, 기후 활동가. 이 사람이 뇌에 칩을 심은 채 3년 동안 쌓아올린 숫자가 있어요. 3,800시간 독립 사용, 200만 단어, 분당 56단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숫자들이 증명한 건 정확도가 아니라 독립성이에요. 그리고 이 전환이 BCI[2] 기술 전체의 지형을 바꾸고 있어요.
말을 잃은 남자의 3,800시간
Casey Harrell의 이야기는 202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요. UC Davis의 신경외과 의사 David Brandman이 그의 왼쪽 전중심이랑[3]에 4개의 마이크로전극 어레이를 이식했어요. 전극 수는 총 256개. 이 전극들이 하는 일은 단순해요. Harrell이 말하려고 '시도'할 때 뇌의 운동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는 거예요.
핵심은 여기에요. ALS로 입 근육이 마비되어 실제로 소리를 낼 수 없지만, 뇌는 여전히 말하기 명령을 보내고 있어요. 전극이 이 명령을 잡아내고, 머신러닝 소프트웨어가 그 패턴을 음소 단위로 해독해서 텍스트로 변환하는 구조예요. 변환된 텍스트는 Harrell의 ALS 발병 이전 목소리를 복제한 음성 합성기를 통해 소리로 나와요. 딸은 아버지의 '실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 장치 덕분에 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걸 들을 수 있어요.
각주
- [1] 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운동 신경을 점진적으로 파괴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에요. 팔다리 마비에서 시작해 말하기, 삼키기, 호흡까지 영향을 미쳐요. 루게릭병이라고도 불러요.
- [2] BCI (Brain-Computer Interfa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뇌의 전기 신호를 읽어서 컴퓨터에 명령을 전달하는 기술이에요. 3월 뉴스레터에서 로봇 훈련용으로 소개했던 그 기술의 다른 방향이에요.
- [3] 전중심이랑 (Precentral Gyrus): 대뇌 피질에서 수의적 운동 명령을 보내는 영역이에요. 말하기를 담당하는 운동 피질이 여기에 있어서, 음성 BCI는 주로 이 부위의 신호를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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