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목요일 저녁 7시, UVA Wine Bar. 퇴근 후의 지친 몸을 이끌고 다섯 명이 모였다. 3월에 두 사람으로 시작한 Libro Puentes가 어느덧 여섯 번째 달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달의 책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파나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선택이 있었을까.
와인을 주문하고, 한 달간의 안부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잘 지냈는지, 어떤 한 달이었는지. 이 가벼운 인사가 Libro Puentes에서는 언제나 모임의 문을 여는 따뜻한 열쇠가 된다. 이번 모임에는 반가운 새 얼굴이 있었다. 파나마에 온 지 2년 된 로미. 아직 이곳에서의 삶이 새롭고 낯선 시기, 그런 로미가 이 모임을 찾아와준 것이 반가웠다. 어쩌면 "이방인"이라는 주제가 가장 생생하게 와닿을 사람이 바로 로미였을지도 모른다.
📖 읽는다는 것의 의미, 그 첫 번째 대화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흥미로운 화두가 먼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독서와 동영상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왜 독서 모임을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과도 맞닿아 있는 주제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다. 글자를 따라가며 스스로 집중하고, 장면을 상상하고, 멈춰서 생각하고, 다시 읽는다. 반면 동영상은 생각 없이, 집중 없이 흘러가는 느낌이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마호가 여기에 맞장구를 치며 오디오북 이야기를 꺼냈다. 오디오북도 좋은 매체이지만, 역시 직접 글을 읽을 때와는 집중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마트폰의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자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한 사람들이 이 테이블에 모여 있다는 것이,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뫼르소를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

대화는 자연스럽게 까뮈의 뫼르소에게로 향했다. 마호는 뫼르소의 수동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순히 무감각한 인물이 아니라, 무엇이든 행동하기를,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하기를 바랐다는 것. 사회가 정한 틀에 맞추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다르니까. 뫼르소에게서 자유를 본 것인지, 아니면 포기를 본 것인지. 그 경계에서 대화가 깊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열띤 토론 속에서 우리는 그만 소설의 결말을 이야기해버린 것이다.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로미가 "중요한 반전을 밝히면 어떡해요!" 하고 외치자, 테이블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웃음이 뒤섞인 그 순간이, 어쩌면 오늘 모임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장면이었다. 독서 모임의 고전적 실수. 하지만 그 덕분에 분위기는 한층 더 풀어졌고, 로미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었다.
🌊 파나마에서의 외로움, 그리고 공감

와인이 두어 잔 들어가자, 대화는 소설을 넘어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까뮈가 그린 뫼르소의 소외감은, 파나마에서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외로움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파나마에서 살지만, 때로는 외롭다. 바쁜 일상 속에서 깊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을 때, 한국의 가족과 시차 때문에 통화 한 번 하기 어려울 때, 현지 문화 속에서 미묘하게 "바깥 사람"으로 느껴질 때. 이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다섯 명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나마에 2년인 로미도, 10년인 나도, 그 감정의 결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대화는 더 현실적인 주제로도 이어졌다. 파나마는 많은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나라다. 그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특히 일자리를 둘러싼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민자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경쟁과 불안, 그리고 "이방인"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것들. 까뮈가 1940년대 알제리를 배경으로 그린 이야기가, 2026년 파나마의 현실과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 다음 여정: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Libro Puentes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7월에 함께 읽을 책을 정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이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3월부터 6월까지 우리는 《팩트풀니스》, 《불안 세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멋진 신세계》, 그리고 《이방인》까지 묵직한 책들을 이어왔다. 이제는 조금 다른 결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방인》에서 우리는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의 외로움을 이야기했다. 《어린 왕자》는 그 외로움에 대한 따뜻한 응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작은 별을 떠나 여러 행성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 어디를 가든 이방인이지만, 호기심과 진심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려 하는 그의 태도는 뫼르소와는 정반대다.
"넌 아직 나에게 다른 십만 명의 소년과 다를 바 없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여우의 이 대사를 읽으며 생각했다. Libro Puentes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 아닌가. 매달 모임을 통해 서로를 "길들여가는" 과정. 이방인이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또한 《어린 왕자》는 한국어로 "어린 왕자", 영어로 "The Little Prince", 스페인어로 "El Principito"로 거의 모든 참가자가 한 번쯤은 접해본 작품이다. 각자 다른 언어로, 다른 나이에, 다른 나라에서 읽었던 기억을 나누는 것 자체가 풍성한 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읽었을 때,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짧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던지는 질문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 로미처럼 새로 합류하는 분들도 쉽게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스포 걱정 없이.
🌉 작은 별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
3월, 카스코 비에호에서 게이샤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 Libro Puentes. 6월, UVA Wine Bar에서 까뮈와 와인으로 여기까지 왔다. 두 사람에서 시작해 매달 새로운 얼굴이 더해지는 이 테이블에, 다음 달에는 또 누가 앉게 될까.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작은 별을 떠나온 어린 왕자 같은 존재다. 한국이라는 별, 멕시코라는 별, 페루라는 별을 떠나 파나마라는 행성에 도착한 사람들. 6월에 우리는 까뮈를 통해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인정했다. 7월에는 생텍쥐페리를 통해 그 외로움 너머에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이야기해볼 차례다.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함께해주세요. 당신이 떠나온 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에는 스포도 없고, 분량도 가볍고, 와인은 여전히 있을 테니까. 🌹🌉📚
📖 7월 선정 도서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The Little Prince / El Principito)
📅 7월 모임
- 일시: 2026년 7월 18일 토요일
- 장소: 추후 공지
📱 참가 문의: WhatsApp 6104-1004
이번 모임을 위해서 특별 후원해주신 김용영 전임 회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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