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에 두 사람, 4월에 네 사람, 그리고 5월에는 여덟 사람. Libro Puentes가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자라고 있다.
5월 16일 토요일 저녁, 우리는 평소와 다른 시간대에 모였다. 낮의 커피 대신 밤의 와인과 함께. 테이블 위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놓여 있었고, 그 주위로 여덟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4월 모임의 두 배.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모임이 누군가에게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다.
🤝 안부와 환영 사이에서
모임은 늘 그렇듯 돌아가며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살아가고, 때로는 지쳐가면서도 다시 이 테이블로 돌아온 사람들. "잘 지냈어요?"라는 평범한 인사가 이 모임에서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우리들이, 책이라는 이유로 다시 모였다는 것 자체가 안부이자 응답이니까.
이번에 처음 참석한 분들도 있었다. 책을 미처 다 읽지 못했지만, 좋은 책과 좋은 사람들의 모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테이블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독서 모임에서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은 사실 "책을 다 못 읽었는데 가도 되나?"라는 마음의 문턱이다. 하지만 Libro Puentes에서는 그 문턱이 없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대화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일이다.
📚 《멋진 신세계》, 90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 앞에 서다
모임 주최자인 정 총무의 발표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대한 소감과 함께, 최근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시대를 관통하는 콘텐츠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 물꼬가 트이자, 돌아가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1932년에 쓰인 디스토피아 소설이 2026년 현재, 더 이상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데 많은 참가자들이 공감했다. AI의 급격한 발전, 유전공학의 진보, 소비와 쾌락 중심의 사회 구조. 헉슬리가 상상력으로 그려낸 세계가 기술의 힘으로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테이블 위의 대화는 뜨거워졌다.
🎹 세 가지 시선이 열어준 깊이
이번 모임에서 특별했던 것은, 참가자들의 다양한 배경이 하나의 책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힘이 되었다는 점이다.
피아니스트 신애 선생님은 예술가의 관점에서 AI 시대를 바라보았다.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과, 그것을 읽고 해석하고 전달하는 사람. 예술에서 이 두 역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영역이었다. 그렇다면 AI가 작곡하고, AI가 연주하는 시대가 온다면, 예술의 본질은 어디에 남는 것일까. 창조와 해석, 그 사이의 인간적 감성은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일까. 신애 선생님의 질문은 《멋진 신세계》의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라는 설정과 맞닿으며, 모든 참가자의 생각을 한층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유엔 기구에서 근무하는 젊은 참가자들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화두를 던졌다. AI가 가져올 환경 문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냉각수 사용량, 탄소 배출.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지구에 미치는 부담은 어떻게 될 것인가. 헉슬리가 상상하지 못했을 이 현실적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자,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의 아이러니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병철님은 소설의 핵심 장치인 포드주의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헉슬리가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종교처럼 숭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것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었다. 효율과 표준화가 인간의 개성과 자유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의 알고리즘 기반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병철님의 통찰에 테이블 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고,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이어졌다.
🌎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이번 모임에서 또 하나 특별했던 것은, 멕시코 출신 크리스티앙과 페루 출신 마리아가 함께했다는 점이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가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의 생각을 통역하고 전달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라틴아메리카의 시선에서 바라본 《멋진 신세계》는 또 달랐다. 국적이 다르고, 모국어가 다르고,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텍스트를 놓고 생각을 나누는 순간, Libro Puentes라는 이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책이라는 다리(Puentes)는 세대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과 언어의 경계까지 넘어서고 있었다.
📖 다음 여정: 까뮈의 《이방인》

6월 선정 도서로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이 결정되었다. 이 선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파나마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이방인이기도 한 우리들. 까뮈의 뫼르소가 느낀 부조리와 소외의 감정이, 해외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겹쳐질지. 그리고 멕시코에서 온 크리스티앙, 페루에서 온 마리아에게 "이방인"이라는 단어는 또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다음 모임의 대화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 감사의 마음

모임을 마무리하며, 참석한 분들이 하나같이 전한 말이 있었다. 파나마 한인회에 대한 감사였다. 이렇게 뜻깊은 모임을 후원해주시는 한인회 덕분에, 우리는 부담 없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커뮤니티를 위한 투자가 이런 형태로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열매가 세대와 국적을 넘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있다는 것을 한인회에서도 느끼셨으면 좋겠다.
🌉 작은 물결이 만드는 큰 흐름
3월, 카스코 비에호에서 게이샤 커피 한 잔과 함께 두 사람이 시작한 Libro Puentes. 4월에 네 사람, 5월에 여덟 사람.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가 뒤섞이고, 피아니스트의 시선과 유엔 직원의 시선과 포드주의에 대한 통찰이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만난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모임의 모습이다. 책을 통해 다리를 놓고, 그 다리 위에서 세대를 넘고, 국경을 넘고, 언어를 넘어 서로를 만나는 시간. 파나마라는 땅 위에서, 각자 다른 곳에서 시작한 여정이 하나의 테이블로 모이는 순간.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함께해주세요.
6월에는 까뮈의 《이방인》을 들고, 우리 모두의 "이방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당신의 자리가 이 테이블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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