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 시내, 7월 18일 토요일 저녁. 여섯 명의 사람이 모여 앉아 오래된 친구 같은 책 한 권을 다시 펼쳤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본 이야기지만, 이번에 다시 읽은 감상은 사뭇 달랐다.
잊고 있었던 결말, 그리고 달라진 감정
참가자들 대부분이 어린 왕자를 "오랜만에" 다시 펼쳤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건 장미와 여우, 사막과 별 정도였는데, 막상 마지막 장을 넘기니 잊고 있던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 — 그 장면 앞에서 여럿이 "이렇게 끝나는 거였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렸을 때 읽었을 때는 그저 "별로 돌아갔구나" 정도로 넘겼던 그 장면이, 지금은 묵직하게 가슴을 눌렀다. 나이가 들고, 떠나온 것들이 생기고, 누군가를 보내본 경험이 쌓인 뒤에야 비로소 그 결말이 품고 있던 무게가 느껴진 것이다.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며 만나는 인물들 — 권위에 집착하는 왕, 숫자에 매몰된 사업가, 허영에 사로잡힌 남자 — 을 다시 보니, 참가자들은 웃으면서도 씁쓸해했다. "저 별이 지금 내 별 아닌가?" 하는 자조 섞인 고백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이 어느 별의 주민이 되어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래서 명작은 명작인 모양이다. 같은 텍스트인데 읽는 사람의 나이, 상황, 지금 서 있는 땅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가지 언어, 한 권의 책, 사춘기의 기억

이번 모임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한 참가자가 실제 소장본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세 가지 언어 판본을. 책을 꺼내 놓으며 이야기했다. "사춘기 때 샀던 책이에요."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에는 그 시절의 추억이 함께 묻어 있었다. 어떤 서점에서 샀는지, 왜 그때 이 책이 좋았는지, 그 당시의 자신이 무엇을 고민했는지까지. 책이라는 물건은 이렇게 시간을 품고 있다가, 다시 펼치는 순간 과거의 자기 자신을 불러온다.
세 가지 언어로 된 같은 문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도 Libro Puentes다운 풍경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여우의 말이 한국어로, 영어로, 스페인어로 어떻게 다르게 울리는지를 함께 읽어보는 순간, 언어의 차이가 오히려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책을 읽는 환경이 습관을 만든다
한국에 휴가를 다녀온 한 참가자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책을 읽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하지만 이 모임이 있어서 휴가 중에 도서관을 찾게 되었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책 읽기에 얼마나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를 새삼 느꼈다고 했다. 특히 비행기 안에서의 독서 경험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도, 메시지도, 업무 알림도 없는 하늘 위에서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소중했다고.
이 이야기에 Mia가 자신의 경험을 얹었다. 미국에서는 지하철처럼 인터넷이 잘 닿지 않는 공간에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들고 읽는 모습을 자주 봤다는 것. 결국 핵심은 환경이었다. 스마트폰 알림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책을 펼치는 건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자신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아두는 것, 그것이 독서 습관의 시작일 수 있다는 데에 참가자들이 공감했다.
브라질에서 온 새 얼굴, 그리고 새로운 추천
7월 모임에는 반가운 새 얼굴이 있었다. 브라질에서 자란 대학생 두 명이 처음으로 Libro Puentes에 참석한 것이다. 3월에 두 명으로 시작한 이 작은 모임이 점점 세대도, 국적도, 언어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 모두 모임이 즐거웠다며, 기회가 되면 다음에도 꼭 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서 다음 도서 추천이 나왔다. 브라질 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두 권 — 조제 마우로 지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가난한 소년 제제가 상상 속 친구인 라임 오렌지나무와 대화하며 세상의 아픔을 견뎌내는 이야기이고, 《연금술사》는 스페인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자신만의 '개인적 전설'을 찾아 이집트까지 여행하는 이야기다. 두 권 모두 Libro Puentes의 정체성 — 경계를 넘는 여행, 세대를 잇는 대화, 낯선 곳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 — 과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3월 카스코 비에호의 게이샤 커피 두 잔으로 시작한 Libro Puentes가 이제 여섯 명, 그리고 네 개 이상의 국적이 함께하는 테이블이 되었다. 매달 한 권의 책이 다리가 되어 세대와 문화와 언어 사이를 연결하고 있다. 어린 왕자의 여우가 말했듯,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는 매달 조금씩 서로를 길들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8월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시길 바랍니다.
📅 다음 모임: 8월 22일 토요일
📖 도서 후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연금술사》
📱 참가 문의: WhatsApp 61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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