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Costa del Este. 파나마시티에서 가장 현대적인 이 거리는, 한 달 전 우리가 모였던 카스코 비에호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500년 된 돌길 대신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빌딩들, 식민지 시대의 카페 대신 세련된 브런치 레스토랑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눈 대화의 깊이는 오히려 더 진했다.
3월에 두 사람으로 시작한 Libro Puentes가, 이번에는 네 명이 함께했다. 숫자로 보면 작은 변화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각자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고, 토요일 오전에 이곳까지 찾아온 네 사람. 그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시작이었다.

📚 세 권의 책, 네 개의 시선
이번 모임의 주인공은 3월에 선정한 세 권의 책이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편견을 깨뜨리는 이성의 렌즈, 세대 차이를 이해하는 현실의 렌즈, 경험을 나누는 지혜의 렌즈. 세 개의 렌즈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가 가져온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나이도 다르고, 파나마에서의 경험도 다르고, 삶의 온도도 다른 네 사람이 모이니 하나의 텍스트가 네 개의 이야기로 피어났다. 그것이 바로 독서 모임의 힘이 아닐까.
💬 네 사람의 이야기

병철님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선택했다. 칼 필레머가 1,000명의 어르신에게서 발견한 인생의 교훈들 중, 그가 가장 깊이 공감한 것은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챕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한다는 연구 결과. 병철님은 평소에도 후회 없는 삶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책을 통해 그 다짐이 단순한 결심이 아니라, 수많은 인생 선배들이 검증한 지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그의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서님은 이번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며 Libro Puentes의 성장을 함께해주고 있다. 그녀는 다음 모임에서는 더욱 재미있고 개인적으로 선정한 책을 읽어와 생각을 나누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임이 단순히 "정해진 책을 읽고 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서 세계를 확장하고 그것을 공유하겠다는 의지. 독서 모임이 의무가 아닌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었다.
세진님은 이번 모임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소감과 함께, 다음 달 읽을 책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추천했다. 1932년에 쓰인 디스토피아 소설을 지금 다시 읽고 있는데, 최근 AI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이 소설이 완전히 새롭게 읽힌다는 것이다. 90년 전 헉슬리가 상상한 미래와 2026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겹쳐지는 순간들, 그 섬뜩함과 경이로움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세진님의 제안에 테이블 위의 공기가 한순간 달라졌다. "미래를 향한 대화"라는 이번 달 테마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
훌리오님의 소감은 짧지만 강렬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서 매우 즐거웠다는 것. 그리고 다음에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말. 세대를 넘어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 대화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이 된다는 것. 훌리오님의 이 한 마디가 Libro Puentes가 추구하는 "세대 간 통합"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
🌉 세대를 잇는 다리, 그 위에서
돌이켜보면, 오늘 모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네 사람이 각자의 렌즈로 같은 책을 다르게 읽어냈다는 사실이었다. 병철님은 인생의 교훈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확인했고, 연서님은 독서의 즐거움을 재발견했고, 세진님은 과거의 소설에서 미래의 질문을 찾았고, 훌리오님은 세대를 넘는 대화의 가치를 체감했다.
이것이 Libro Puentes의 힘이다. 책이라는 다리 위에서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경험, 서로 다른 시선이 만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파나마라는 땅 위에서, 한인이라는 뿌리를 공유하며, 책이라는 언어로 대화하는 시간.
🍷 다음 여정: 《멋진 신세계》 그리고 5월의 저녁

세진님의 추천으로 다음 모임의 도서가 정해졌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1932년에 쓰인 이 소설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5월 모임은 조금 특별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낮이 아닌 저녁, 그리고 커피가 아닌 와인과 함께한다. "진짜 파나마를 느끼며"라는 테마답게, 파나마의 밤 풍경 속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며 헉슬리의 디스토피아와 우리의 현실을 겹쳐보는 시간. 책과 와인, 이 두 가지가 만들어낼 대화의 깊이가 사뭇 기대된다. 낮의 커피가 이성적인 토론을 이끌어냈다면, 밤의 와인은 조금 더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게 해줄지도 모른다.
3월, 카스코 비에호에서 두 사람으로 시작한 이 모임이 4월에는 네 사람이 되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한 달간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품고 다시 이 테이블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그 꾸준함이 모여 하나의 흐름이 되고, 그 흐름이 파나마 한인 커뮤니티에 작지만 의미 있는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해주세요. 게이샤 커피로 시작된 이 여정이, 이제는 와인 한 잔과 함께 《멋진 신세계》를 향해 나아갑니다. 🌉🍷📚
📖 5월 선정 도서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 Brave New World is a dystopian novel by English author Aldous Huxley, written in 1931, and published in 1932
📅 5월 모임

- 시간: 저녁 (책과 와인이 함께하는 시간)
- 장소: 미정 (추후 공지)
- 테마: “진짜 파나마를 느끼며”
📱 참가 문의: WhatsApp 61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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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ankim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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