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김형입니다. 2026년 새해 첫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오늘 뉴스레터는 새해에 새 마음을 갖게 하는 내용으로 가지고 와 봤습니다.
인스타그램 '저장됨' 폴더를 열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DM 주시면 자료 보내드려요."라는 말에 일단 받아둔 자료들, 유튜브 '나중에 볼 동영상' 목록, 언젠가 읽으려고 캡처해 둔 아티클들.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엔 분명 뿌듯했는데, 정작 다시 열어본 건 손에 꼽습니다. 심지어 공연을 봐도 여행을 가도 찰나의 귀한 순간을 눈이 아닌 핸드폰으로 담아두지만, 정작 그걸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죠.
이러한 현상은 더욱 더 심화되고 있는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툴이 쏟아지고, "이거 모르면 도태된다"는 콘텐츠가 피드를 채웁니다. 따라가야 할 것 같아서 따라가는데, 따라갈수록 오히려 중심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죠. 뭔가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정작 내 실력은 제자리인 것 같은 이 느낌.
혹시 구독자님도 그러신가요?

정보를 '저장'하면 왜 기분이 좋을까?
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수집가의 오류(The Collector's Fallacy)'라고 하는 것인데요,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는 행위를 실제 학습과 혼동하는 인지적 함정입니다. 책을 사고, 영상을 저장하고, 자료를 스크랩하는 순간, 우리 뇌는 마치 그 지식을 이미 습득한 것처럼 착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시 시대에 '새로운 정보'는 곧 생존 확률을 높이는 자원이었습니다. 열매가 열리는 새로운 장소, 맹수가 나타나는 시간대 같은 정보 말이죠. 그래서 우리 뇌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했습니다.
문제는 이 오래된 뇌가 스마트폰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 오래된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키스 험프리스(Keith Humphreys, 스탠퍼드 의대 교수)
무한 스크롤, 알림, 추천 알고리즘. 이것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빈도와 강도로 도파민을 쏟아냅니다. 뇌는 이 과도한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를 스스로 낮춰버립니다. 그 결과, 더 강한 자극이 아니면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키스 험프리스 교수는 이를 '부적응적 학습(Maladaptive Learning)'이라 부릅니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처음엔 쾌락을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보를 소비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뒤처지는 것 같은 금단 증상을 피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인풋 중독(Input Addiction)'입니다.
혹시 나도 인풋 중독?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인풋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해했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한 영역, 스피치
인풋 중독이 가장 치명적인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스피치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루이스 데슬로리에(Louis Deslauriers) 교수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유창한 명강의를 듣게 하고(수동적 학습), 다른 쪽은 토론과 실습에 참여하게 했습니다(능동적 학습).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구분 | 수동적 학습 (명강의 청취) | 능동적 학습 (토론/실습) |
|---|---|---|
| '배웠다'는 느낌 | 높음 | 낮음 |
| 실제 성취도 | 낮음 | 높음 |
학생들은 명강의를 들었을 때 "더 많이 배웠다고 느꼈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능동적 학습 그룹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편안하게 강의를 듣는 것은 '배웠다는 느낌'만 줄 뿐, 실제 실력 향상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능력의 착각(Illusion of Competence)'입니다. 전문가의 유창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우리 뇌의 거울 뉴런은 마치 그 능력이 내 것인 것처럼 대리 만족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건 강사의 실력을 구경한 것이지, 내 실력이 된 게 아닙니다.

스피치가 특히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피치는 '공부'가 아니라 '훈련'의 영역입니다. 발성 이론을 백 번 이해해도,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1분을 말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해한 것'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뇌 회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수업에서 원고를 낭독할 때 끊어 읽는 법을 알려드리고, 그를 적용해 '소리내어서' 읽어 보라고 강조합니다. 대부분 익숙치 않아서 눈으로만 읽거나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기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마치 간을 안 보고 요리를 내놓는 것과 같습니다. 내 머릿속에서는 양질의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만의 착각인 것이죠. 즉,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알고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상황에 적용해 보고 나아가 나만의 노하우를 만드는 것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스피치를 배울 때 명쾌하게 질문에 답을 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목소리를 바꾸고 싶은데 '듣고 따라하고 연습하라'는 추상적인 말만 돌아올 뿐, 원리를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지고, 내 몸에 실험하듯 적용해 봤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 '부족했던 정보'가 오히려 저를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스피치 실력을 만드는, '의도적 연습'의 네 가지 원칙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제시한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원칙을 스피치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1/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 (Defined, Specific Goals)
'스피치를 잘하자'는 목표는 무의미합니다. '오프닝 30초 동안 청중 3명과 눈을 맞추고, 첫 문장을 두괄식으로 던지며, '음, 어'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와 같이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는 연습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2/ 집중 (Focus)
연습하는 동안 전적으로 그 행위에 몰입해야 합니다. 유튜브를 틀어 놓고 중얼거리는 것은 의도적 연습이 아닙니다.

3/ 즉각적인 피드백 (Feedback)
자신의 수행이 목표에 부합했는지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스피치에서는 녹음이나 녹화 후 모니터링, 코치의 지적, 청중의 반응 등이 피드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이 없는 연습은 나쁜 습관을 고착화시킵니다.

4/ 컴포트 존 벗어나기 (Get out of Comfort Zone)
현재 능력보다 살짝 높은 난도의 과제에 도전해야 합니다. 《무한도전》에서 김태호 PD가 멤버들에게 살짝 도전이 될 만한 과제를 주었던 것처럼 내 스스로에게 항상 하던 주제나 편한 사람들 앞에서만 말하는 상황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계속 노출시켜 줘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적 연습의 궁극적 목표는 고도로 발달된 '심적 표상'을 뇌에 구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운전을 처음하게 되면 길을 잘 몰라서 헤매기도 하고 심지어 네비게이션이 있어도 길을 잘 못 보잖아요? 근데 운전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길에 관한 이해가 쌓이고 네비게이션의 안내가 없어도 내가 더 나은 경로를 찾아내기도 하죠.
스피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동안 자신의 목소리, 태도, 논리 구조, 그리고 청중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정할 수 있는 내면의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보통 사람들은 발표 중 청중이 하품을 하면 당황하여 말이 빨라지거나 머리가 하얘지죠. 하지만 심적 표상이 잘 갖춰진 연사는 '아, 지금 내용이 지루하구나. 목소리 톤을 높이거나 질문을 던져서 주의를 환기시켜야겠다'라고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행동을 수정합니다.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은 이론 공부가 아닌, 수천 번의 수정과 피드백 과정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마치며
일본의 고전 소설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습니다.
봄꽃이 더욱 소중한 것은, 그토록 짧은 시간만 피어 있기 때문이다.
무라사키 시키부, 「겐지 이야기」
어쩌면 지금의 정보들은 너무 쉽게 내 손에 닿기 때문에 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 진지하게 마주하지 않고, 무한히 쌓아둘 수 있으니 정작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죠.
올 한 해는 저장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을 잠시 멈추고, 지식에 직접 손을 뻗어 '내 것'으로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서툴지만 용감한 시도들이 쌓여, 2026년 말에는 '올해 정말 내 목소리를 찾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 자료
- Lembke, A. (2021). Dopamine Nation: Finding Balance in the Age of Indulgence. Dutton.
- Deslauriers, L. et al. (2019). Measuring actual learning versus feeling of learning in response to being actively engaged in the classroom. PNAS, 116(39), 19251-19257.
- Ericsson, K.A. et al. (1993).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 Psychological Review, 100(3), 363-406.
- 계보경, 김혜숙. (2013). 블룸의 디지털 텍사노미 - Bloom's Digital Taxonomy (RM 2013-6). 한국교육학술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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