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11월 11일 뉴스레터 발송 관련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많이 준비할수록 더 빨라지는 내 말, 어떻게 늦출까

손가락 하나로 말 속도 조절하는 방법

2025.11.27 | 조회 170 |
0
|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의 프로필 이미지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여러분의 말하기 고민, 김형이 직접 듣고 명쾌한 해답을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김형입니다.

요즘 세상이 참 빠르게 돌아갑니다. 영상도 1.5배속으로 보고, 콘텐츠도 1분 안에 승부가 나는 ‘숏폼’이 대세된지 오래죠. 그러다 보니 우리네 말하기 속도도 덩달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전할 때도 속도가 너무 빠르면 풍경을 놓치듯, 말도 너무 빠르면 정작 중요한 ‘진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오늘은 쫓기듯 빨리 말하는 습관 때문에 고민인 분들을 위해, 마음의 속도부터 늦추는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첨부 이미지

 

김형 님, 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때마다 준비한 내용은 산더미 같은데,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픈 욕심에 말을 다다다 쏟아내게 돼요.
차분하고 신뢰감 있게 말하고 싶은데, 이 많은 정보를 다 전하고 싶은 욕심이 그를 방해하네요.
이럴 땐 어쩌면 좋을까요?

마케터, 와니 님

 

말이 빨라지는 여러 가지 원인에 관하여


대부분 성격이 급하신 분들이 말도 빠른 편인데요, 와니 님도 그래 보이시네요(웃음).

일단 빠른 말하기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흔히들 겪는 상황입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더욱더 그렇죠.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면서 단순한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말하기 패턴에서 깊숙이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빠른 속도=유능하다"는 공식이 생겨나면서 속도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생존이나 능력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말이 빨라지는 현상은 단순한 원인이라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이러한 원인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효과적으로 고칠 수 있겠죠?

 

1. 심리적 요인: 불안과 투쟁-도피 반응

첨부 이미지

인간의 뇌는 외부의 위협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감지하면 즉각 '생존 모드'로 바뀝니다. 발표나 면접 혹은 권위 있는 대상과 대화 등에서처럼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 오면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투쟁-도피(Fight or Flight Response)'가 발생합니다. 이는 말하기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돼요.

 

(1) 생존 본능으로서의 가속

원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위협적인 상황은 빨리 벗어나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에게 앞서 언급한 발표나 면접 등의 상황은 충분히 위협적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빨리 말을 마치고 이 상황을 종료하고 싶다'는 충동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로 인해 말의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집니다.

 

(2) 아드레날린과 인지 처리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이는 심박수와 호흡수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뇌의 정보 처리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가속화합니다. 생각의 속도가 (혀, 입술, 턱 등과 같은) 발화 기관의 운동 능력을 뛰어넘게 되면, 단어가 엉키거나 발음이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3) 침묵 공포

우리 뉴스레터에서 단골로 다뤄지는 부분인데,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대화 중에 발생하는 짧은 침묵을 못 견뎌합니다. 침묵이 발생하면 상대방이 지루해 하거나 나아가 나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불안이 작동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뇌가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내도록 명령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호흡할 틈도 없이 문장을 계속 이어 말하게 되고 숨 가쁘게 말을 하는 주 원인이 되는 것이죠.

 

2. 생리적 요인: 호흡 메커니즘의 붕괴

첨부 이미지

우리의 말하기는 호흡을 통해 성대가 진동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흡의 질과 양은 말의 속도, 리듬 등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긴장 상태에 처하게 되면 이 호흡 메커니즘이 무너지게 되어 말하기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1) 흉식 호흡과 얕은 숨

긴장 상태에 들어가면 호흡을 할 때, 횡격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가슴 상부만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숨을 깊이 쉴 수 없고 얕게만 쉬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한 번의 호흡으로 말할 수 있는 발화 길이가 매우 짧아집니다. 그래서 말을 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공기로 준비된 문장을 모두 뱉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과적으로 말의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 것이죠.

 

(2) 호흡-발화 과정의 부조화

정상적인 말하기에서는 문장 끝이나 의미 단위 사이에서 자연스럽기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래야 충분한 동력을 얻어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말이 빠른 사람들은 숨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억지로 말을 이어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호흡 리듬이 깨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더욱 숨을 급히 들이마시게 되어 다음 숨을 몰아쉬게 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3. 신경학적 요인: 말빠름증(Cluttering)의 특성

첨부 이미지

단순히 성격이 급해서 말이 빠른 것과 구별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말빠름증'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유창성 장애의 질종인데,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1) 자기 모니터링 기능 결여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실시간으로 청각적 피드백을 받고 그에 따라 말의 속도를 조절합니다. 하지만 말빠름증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말소리에 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말하고 있는지, 발음이 얼마나 불명확한지 자각하지 못합니다.

 

(2) 발음의 축약

예를 들어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하버지'로 발음하는 것처럼 단어의 중간 음절을 생략하거나 과도하게 압축하여 발음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뇌가 세부적으로 발음을 할 때 혀가 어떻게 움직이고 턱이 어때야 한다 등의 계획을 건너 뛰고, 전체적인 의미 전달에만 급급할 때 주로 발생합니다.

 

(3) 조직화되지 않은 언어 계획

머릿속에서 문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 또는 문장 구조가 엉성하게 구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말을 시작하면 수정과 반복이 잦아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말이 빨라지고 또 말까지 더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말하기 속도의 자가 측정 및 진단 기준


나의 말하기가 '빠르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넘어 객관적인 수치로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이를 개선하는 데에 매우 필요한 과정입니다. 아래에서 언어치료학과 음성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상 범주와 교정이 필요한 범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상적인 말하기 속도 기준

말하기 속도는 주로 '분당 음절 수(SPM, Syllables Per Minute)' 혹은 '분당 단어 수(WPM, Words Per Minute)'로 측정됩니다.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을 고려하면 SPM 기준이 더 적합하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기준을 알려드릴게요.

 

구분말하기 속도(SPM)특징
안정적 연설 속도150 ~ 180 SPM청중이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하기 가장 이상적인 속도. 신뢰감과 권위를 전달함.
일상 대화 (정상)210 ~ 260 SPM한국 성인의 평균적인 대화 속도. 50대는 약 210 SPM, 20-30대는 이보다 빠른 경향을 보임.
빠른 말투 (경계)280 ~ 300 SPM뉴스 앵커의 긴급 보도 수준. 정확한 발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전달력이 떨어지기 시작함.
말빠름증, 속사포320 SPM 이상발음 뭉개짐, 음절 탈락이 빈번하게 발생. 청자가 되묻는 횟수가 급증하며 의사소통 장애로 분류될 수 있음.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자신의 말하기 패턴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혹시 이 항목 중에서 여러분이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속도 조절 훈련이 필요한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1. 청자 반응: 대화 중 상대방이 "네?", "뭐라고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하루에 3회 이상이다.
  2. 호흡 패턴: 긴 문장을 말할 때 숨이 차서 문장 중간에 부자연스럽게 끊거나 헐떡거린다.
  3. 발음 정확도: 마음이 급해지면 'ㄹ', 'ㅅ' 등의 발음이 뭉개지거나 단어의 끝맺음이 흐리다.
  4. 심리 상태: 침묵이 흐르는 1~2초를 견디기 힘들고, 빨리 그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5. 피드백: 주변 사람들에게 "말이 너무 빠르다" 혹은 "천천히 좀 말해라"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6. 녹음 확인: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경박하게 들린다.

 

정밀 측정 방법

스마트폰 앱이나 녹음기를 활용하여 자신의 SPM을 직접 계산해 보는 것도 말하기 속도를 확인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1. 준비: 뉴스 기사나 책의 한 문단(약 300음절 분량)을 준비한다.
  2. 녹음: 평소 말하는 속도로 자연스럽게 낭독하며 녹음한다.
  3. 계산: (전체 음절 수 / 소요 시간(초)) × 60 공식을 사용하여 SPM을 산출한다.
  4. 도구 활용: 'Metronome' 앱이나 'Speech Rate Monitor' 등의 앱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템포를 확인한다.

 

 

말하기 속도를 고치는 핵심 교정법: '페이싱(Pacing)' 기법


말하기 속도를 개선하는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해결책은 바로 외부 신호를 이용한 '페이싱'입니다. 이는 심리적인 다짐이나 막연한 노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외부 자극을 통해서 뇌의 발화 속도를 강제적으로 조정해 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별한 도구 없이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데, 자신의 손가락을 메트로놈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1) 먼저, 엄지와 검지를 맞대거나 검지로 책상(혹은 허벅지)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2) 한 글자씩 말을 할 때마다 한 번씩 손가락을 두드리는데, 예를 들면 "안(탭) 녕(탭) 하(탭) 세(탭) 요(탭)"와 같은 방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 핵심은 손가락을 아주 천천히, 묵직하게 두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느려지면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자연스럽게 천천히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말이 빨라지려고 하면 손가락 탭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바로 자각할 수 있습니다.

(3) 위의 과정이 익숙해지시면 한 글자가 아닌 한 단어를 기준으로 한 번씩 두드려 줍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탭) 비가(탭) 오네요(탭)" 같은 형태로 두드리는 것이죠. 탭을 하는 순간에는 해당 단어의 모음을 충분히 길게 늘여 주거나, 다음 단어로 넘어 가기 전에 확실한 쉼(pause)를 두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마치며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라는 말이 있죠?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한 마음에 쏟아낸 말은 허공으로 흩어지지만, 여유를 갖고 꾹꾹 눌러 담은 말은 상대의 마음속에 깊이 박힙니다.

오늘부터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문장이 끝나는 마침표 자리에서 ‘하나, 둘’ 속으로 세어보고 다음 문장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쉼표 하나가 여러분의 대화를 훨씬 더 우아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줄 겁니다. 여러분의 차분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말 못 할 스피치 고민, 언제든 환영합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릴게요 !

 

 

참고문헌


안종복 외 2명. (2002). 정상 성인 및 아동의 구어속도에 관한 연구. 음성과학, 9(4), 93-103.

김예지 외 5명. (2022). 연령세대에 따른 말 산출의 시간적 특성: 말속도와 쉼을 중심으로. 말소리와 음성과학14(1), 37-47.

이나라 외 3명. (2017). 한국어 발화 속도의 지역, 성별, 세대에 따른 특징 연구. 말소리와 음성과학9(1), 27-39.

Mancuso, C., & Miltenberger, R. G. (2016). Using habit reversal to decrease filled pauses in public speaking. Journal of Applied Behavior Analysis49(1), 188-192.


 

앞으로 매주 목요일 20시에 발행합니다.

감사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여러분의 말하기 고민, 김형이 직접 듣고 명쾌한 해답을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hz@pary.kr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