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 온 여러분의 스피치 코치, 김형입니다.
아마 제 뉴스레터를 보고 계신 많은 분들이 있을 법한 경험입니다. 나의 제품(혹은 서비스)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데, 막상 가격을 말하려고 하면 목에서 말이 잘 안 나오는 경험. 한 번 쯤 해 보지 않으셨나요?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한 번쯤 겪을 만한 상황인데, 특히 '내 제품(서비스)이 없다고 해서 큰일나는 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떻게 상대에게 어필을 해야 할지 말문이 턱 막히죠.
(사실 저도 이러한 고민을 많이 해 왔습니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은 10년차 베테랑 피부과 의사이십니다. 먼저 고민하고 계신 내용을 함께 살펴 보시죠.

김형 님, 안녕하세요. 저는 10년차 피부과 의사입니다. 저는 환자 분들께 말을 할 때 좀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스스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자기 검열이 강한 탓인 것 같더라고요.
사실 피부과는 생명과 직결되지 않을 뿐더러 가격대가 높다 보니 환자 분들께서 가격에 부담을 좀 느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긍정적인 반응이 없으면 위축되고 제 전문성까지 흔들리는 느낌입니다. 특히 정직성을 생명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아마도', '장담할 수 없지만' 등의 애매한 표현을 많이 쓰기 되는 것 같고, 좀 소극적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환자 분께 좀 더 신뢰감을 주고,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비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피부과 전문의, 이*희 님
'예방 초점' 모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일단 구독자님이 갖고 계신 고민의 진짜 원인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것은 구독자님의 실력 부족이 아니라 어찌 보면 자기 검열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 '예방 초점(Prevention Focus)'이라는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조절 초점 이론: 두 가지 사고 방식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두 가지 동기 체계를 조절 초점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이 두 초점은 성격적 특성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활성화될 수도 있습니다.
| 구분 | 향상 초점 (Promotion Focus) | 예방 초점 (Prevention Focus) |
|---|---|---|
| 목표 | 성취, 발전, 이상(ideals) | 안전, 안정, 의무(oughts) |
| 관심사 | 획득(gains) vs. 비획득(non-gains) | 손실(losses) vs. 비손실(non-losses) |
| 초점 | 긍정적인 결과 달성 (90%) | 부정적인 결과 방지 (10%) |
| 선호 전략 | 적극적, 열정적 (Eager) | 신중함, 조심스러움 (Vigilant) |
| 성공 시 감정 | 기쁨, 환희 (Cheerful) | 평온, 안도 (Calm) |
| 실패 시 감정 | 슬픔, 낙담 (Dejected) | 불안, 긴장 (Agitated) |
| 가격 제시 시 | "이 시술로 얻을 가치는 뭘까?" | "혹시 환자가 거절하면 어떡하지?" |
| 말하기 패턴 | "제 경험상...", "데이터에 따르면..." | "아마도...",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
이처럼 구독자님은 전형적인 예방 초점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1.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의무/책임 프레임)
- '선택적 시술'은 필수가 아니니까 → "혹시 환자한테 필요 없는 걸 권하는 건 아닐까?"
- 결과: 가격 말할 때 죄책감이 들고 위축됨
2.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손실 회피 프레임)
- "비싸네요"라는 말 → "내 전문성을 부정당하는 거야"
- 결과: 거절당할까봐 먼저 가격을 낮추거나 애매하게 말함
3. "10%의 불확실성이 두려워" (위험 최소화 프레임)
- 90% 성공 사례는 무시하고 → "혹시 이 환자한테 안 맞으면 어떻게 하지?"
- 결과: "아마도...", "케이스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애매모호한 말(hedging)을 남발함
이게 바로 예방 초점의 함정입니다. 구독자님은 지금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에너지를 100%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구독자님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돈을 내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향상 초점'으로 전환하면 일어나는 변화
| 예방 초점(전) | 향상 초점(후) | |
| 생각 | "혹시 이 환자한테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10% 확률의 나쁜 상황을 걱정) | "이 시술로 환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뭘까?" (90% 확률의 긍정적 기회에 초점) |
| 행동 | 위축된 목소리, "아마도... 상황에 따라..." | 확신 있는 목소리, "제 경험상... 연구에 따르면..." |
| 결과 | 환자가 불확실성을 느끼고 신뢰하지 않음 | 환자가 긍정적 가능성을 보고 신뢰함 |
여기서의 핵심은 거짓이나 과장이 아닌 있는 내 서비스(제품)에 관한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잘 어필하라는 것입니다. 가령 예를 들면, 10년 경력, 500건의 진료 경험, 5% 이하의 부작용 사례 등 내가 가진 객관적 사실을 잘 파악하여 그를 어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이고 성장이며 가치이기 때문이죠.
예방 초점을 향상 초점으로 바꾸는 세 가지 단계
이제 구독자님의 사고방식을 바꿔 봅시다. 성격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활성화되는 초점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1단계: '나'의 초점을 진단하세요

다음 질문에 답해 보세요: "가격을 말하기 직전, '나'의 머릿속은?"
- "혹시 환자가 거절하면 어떡하지?" "실수하지 않으려면..."
- "이 시술로 환자가 얻을 가치는 뭐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줄 수 있을까?"
만약 첫 번째에 체크했다면, 아직 예방 초점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2단계: 프레임을 물리적으로 바꾸세요 (90% 선언문 작성)

지금 당장 종이에 써 보세요: [내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이득/가치]
- "나는 이 시술을 500건 이상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 "장기 만족도는 85% 이상이다."
- "재발률은 15% 미만이다."
- "내 프로토콜은 [구체적 연구/데이터]에 기반한다."
이게 객관적 사실입니다. 이제 이걸 가격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으세요.
- 예방 초점 대화 (손실 회피): "아마도... 케이스에 따라 다르지만... 혹시 맞지 않을 수도 있고..."
- 향상 초점 대화 (이득 추구): "제가 지난 10년간 500건 이상 이 시술을 진행했는데요, 85% 이상의 환자분들이 장기적으로 만족하셨어요. 선생님 케이스에서 이 프로토콜이 효과적인 이유는 [X, Y, Z]입니다."
3단계: 향상 초점 근육을 키우세요 (실전 연습)

향상 초점은 연습으로 강화할 수 있어요.
연습 1: 매일 아침 "90% 확인" 루틴
- 진료 시작 전 3분, '나'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세요.
- "오늘도 나는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지?"
연습 2: 반박 시뮬레이션 (기회로 전환)
환자: "너무 비싸요!"
- 예방 초점 반응: "아... 그럼 할인을..." (죄책감)
- 향상 초점 반응: "네, 비용이 부담스러우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 가격에 포함된 가치를 투명하게 설명드릴게요..." (기회)
연습 3: "되는 것" 로그 작성
- 매주 금요일, 이번 주에 성공한 케이스 3개를 노트에 적으세요.
- "안 된 것" 말고 "된 것"에 초점을 맞추는 습관을 갖으세요.
마무리하며
지금 구독자님께 필요한 건 실력 향상이 아닙니다. 사고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일단 오늘 전해드린 사항을 바탕으로 아래의 내용을 실천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오늘부터 실천할 세 가지
✓ 오늘 바로:
- "90% 선언문" 작성 - 내 성공 데이터와 환자가 얻을 가치 적기
- 거울 앞에서 "이 프로토콜의 만족도는 85%입니다" 10번 연습
✓ 이번 주 안에:
- 향상 초점 대화 스크립트 작성 - "환자가 얻을 가치"로 시작하는 문장
- 동료와 롤플레이 - "비싸요" 공격을 기회로 전환하는 연습
✓ 이번 달 안에:
- "되는 것" 로그 - 매주 성공 케이스 3개 기록
- 향상 초점 방식으로 가격 제시 후 전환율 측정
지금까지 '실수하지 말아야 해'에 에너지를 100% 쏟았다면, 이제 상대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로 초점을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구독자님께는 전문성(경력, 실력 등)을 뒷받침할 데이터가 충분합니다.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죠. 안 되는 10%가 아닌 되는 90%에 에너지를 쏟아 보세요. 그러는 순간, 구독자님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확신으로 차오를 겁니다.
환자는 구독자님의 불안이 아닌 구독자님이 만들어낼 가치에 투자하는 거니까요.
다음 주 뉴스레터에서는 향상 초점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을 해 보면 좋을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참고문헌
Higgins, E. T. (2012). Beyond Pleasure and Pain: How Motivation Works. Oxford University Press.
Fischhoff, B. (2012). Communicating Uncertainty: Fulfilling the Duty to Inform. Issues in Science and Technology, XXVII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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