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스피치 코치 김형입니다.
요즘 부쩍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졌어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의 고민 역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만한 고민입니다. 바로 말할 때 툭툭 튀어나오는 ‘음…’, ‘아…’ 같은 군말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군말을 내뱉고 당황스러웠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일단 고민의 내용부터 같이 확인해 보겠습니다.
“김형 님, 저는 평소에 대화할 때도 ‘음~’, ‘어~’ 같은 말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특히 전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인데 이러한 말 습관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감 없어 보이고, 내용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이걸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뽀또또 님
뽀또또 님,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구독자님들! 먼저 박수 한 번 보내드릴게요. 자신의 말 습관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자체가 가장 중요한 변화의 첫걸음이거든요. 오늘 저와 함께 군말의 진짜 정체를 파헤쳐 보고, 똑똑하게 활용하는 법까지 알아가 보시죠.
1. 군말, 그 정체를 파헤쳐 봅시다.
우리가 '군말'이라고 한 이 단어들. 사실 정확한 이름들이 있답니다. 흔히 '감탄사' 또는 '간투사'라고 많이 불리기도 하지만(영어로는 'interjections') 이는 해당 단어의 품사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좀 넓은 범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학에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이러한 성격의 단어를 구분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1) 뇌의 숨 고르기, ‘채움말(filled pause)’
먼저 “음…”, “어…” 등과 같이 말을 할 때 문장에서 비는 시간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단어들인데요, 이는 ‘filled pause’라고 일컫습니다. 한국어로 된 연구에서는 주로 ‘(공백)채움말’ 또는 ‘채워진 쉼’ 정도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지요.
이러한 단어들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거나,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 뇌에 시간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일종의 ‘로딩 신호’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또 내 발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채움말은 나의 뇌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를 나타낸답니다.
(2) 더 나은 소통을 위한 고민의 흔적, ‘담화 표지(discourse marker)’
제 수강생 중에는 문장 내에서 ‘약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시는 분이 계시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문장 내에서 ‘솔직히’, ‘아시다시피’, ‘뭔가’와 같은 단어들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쓰시는 분들 주변에서 많이 보시죠? 이러한 어휘들은 대화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고, 뒤에 올 말에 관한 나의 태도를 살짝 드러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죠. 언어학에서는 이러한 단어를 일컬어 ‘담화 표지(談話標識)’라고 합니다.
담화 표지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두 가지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먼저 나이가 젊을 수록 그리고 여성의 경우에 이 담화 표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나이가 들면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해요. 또 하나는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 높은 사람일 수록 담화 표지의 사용량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성실한 사람들은 생각을 표현하거나 재구성하려는 욕구를 담화 표지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해요. 즉, 상대방에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혹시 더 정확한 표현이 없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담화 표지가 나타난다는 거죠.
2. 군말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세 가지 방법
그렇다면 우리가 쓰는 군말의 실체와 그 원인을 알았다면, 이제는 우리의 말을 더 세련되게 바꿔볼 시간입니다. 이러한 군말은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선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Christenfeld, Creager(1996)에 따르면, 사람들은 술에 취할 수록 “음…”, “어…”와 같은 군말을 오히려 덜 사용했다고 합니다. 알코올의 영향으로 자신의 말을 일일이 검열하거나 듣는 사람을 신경 쓰는 데에 에너지를 덜 쓰게 됐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서 군말이 그저 말이 막힐 때 자동적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적인 말하기 전략이라는 것이란 걸 알 수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군말이 들어설 자리를 없애 보는 연습을 해 보시면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방법 1: 문장에서 비어있는 시간을 ‘침묵’으로 채워 보세요.
군말 중 채움말을 대체할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방법은 바로 ‘침묵(Pause)’입니다. “음…”이 나오려는 순간, 그 대신 딱 1초만 말을 멈추고 숨을 골라 보세요.
말하고 있는 나에게 1초가 무척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듣는 사람에겐 오히려 ‘신중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침묵은 어색한 공백이 아니라, 내 말에 힘을 싣는 가장 세련된 무기라는 점을 체감해 보세요.
방법 2: ‘메트로놈 훈련법’을 통해 리듬감으로 군말 잡아 보세요.
혹시 내 뇌의 생각 속도가 내 입이 말하는 속도보다 빨라서 “음…”, “어…”가 튀어 나온다면 메트로놈을 활용해 보세요. 실제로 Clark, Fox Tree(2002)에서도 메트로놈으로 말의 박자를 조절할 때, 채움말이 훨씬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어요. 외부의 규칙적인 신호에 집중하느라, 군말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어진 거죠.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서 메트로놈을 60~80bpm 정도로 느리게 설정하고 똑딱똑딱하는 박자에 맞춰 말을 해 보시는 겁니다. 이와 같은 훈련은 내게 편안한 말의 속도와 리듬감을 찾아 줘, 서두르다 군말을 내뱉는 습관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방법 3: 머릿속에 불필요한 고민을 줄이고 ‘생각의 청사진’을 그려 보세요.
이유를 막론하고 담화 표지가 자주 나온다는 건, 머릿속 생각이 많고 그것들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건축가가 청사진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없듯, 우리도 말하기 전에 생각의 청사진을 그리는 연습이 필요해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결론부터 말하는 ‘두괄식 구조’입니다. 하고 싶은 말의 핵심(Point)을 먼저 던지고, 그 이유(Reason)와 사례(Example)를 뒤따르게 하는 거죠. 이 구조만 머릿속에 그려두면, 뇌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까’ 헤매지 않고, 군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3. 마무리하며
오늘의 핵심, 기억나시나요? 채움말이나 담화 표지와 같은 군말은 어쩔 수 없는 습관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훈련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의도된 침묵’과 ‘리듬’, ‘생각의 청사진’이라는 방법으로 이를 잘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요.
이번 한 주 동안, “음…”이 나오려는 순간 잠시 1초만 멈춰 보세요. 그리고 중요한 말을 하기 전엔 ‘결론부터 말해야지’라고 딱 한 번만 다짐해 보세요. 이러한 실천에서 생기는 작은 변화가 놀라운 자신감을 선물해 줄 거예요.
다음 주에는 오늘 살짝 맛만 봤던 ‘생각의 청사진’, 즉 어떤 상황에서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4가지 실전 말하기 프레임워크를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참고 문헌
- 김다영, 전희숙. (2013). 말더듬 성인의 채워진 쉼 특성. 언어치료연구, 22(1), 169-190.
- Clark, H. H., & Fox Tree, J. E. (2002). Using uh and um in spontaneous speaking. Cognition, 84(1), 73–111.
- Laserna, C. M., Seih, Y.-T., & Pennebaker, J. W. (2014). Um... Who like says you know: Filler word use as a function of age, gender, and personality.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3(3), 328–338.
- Schiffrin, D. (1987). Discourse Markers. Cambridge University Press.
- The New Yorker. (2014, July 20). The conscientiousness of kidspeak. The New Yorker.
- Wood, D. (2010). Formulaic Language and Second Language Speech Fluency: Background, Evidence, and Classroom Applications. Continuum International Publishing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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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발자
> ‘침묵(Pause)’입니다. “음…”이 나오려는 순간, 그 대신 딱 1초만 말을 멈추고 숨을 골라 보세요. 이 문장을 읽고 대화 중에 침묵이 어색함으로 이어지는게 싫어서 그랬던 몇몇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내 말에 힘을 싣는 가장 세련된 무기'라는 용기를 얻어서 한번 연습해보겠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어느 타이밍에 질문을 해야할지 종종 말을 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타이밍을 잘잡는 노하우도 있을까요...?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술발자 님 ! 말씀드린 것처럼 어색함을 이겨내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데, 그걸 무기로 잘 갈고 닦아 나가시는 연습을 하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 주셨는데요, 말씀하신 타이밍을 잘 잡는 방법은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동물적인 감각이 보다 더 필요한 영역이긴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한 가지만 먼저 팁을 드리자면, 상대방의 문장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생각이 마무리되는 지점을 파악하시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종결 어미가 나타나 문장이 맺어지는 언어적인 신호도 있지만, 목소리 톤 조절이나 시선이 떨어지는 등의 비언어적인 신호도 있죠. 사실 이 주제는 중요하면서도 또, 드릴 말씀이 많아서 간단히 댓글로 답변드리기 아쉽네요 ! 그래서 술발자 님의 질문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답변은 빠른 시일 내에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의 주제로 다뤄 보겠습니다. 소중한 질문으로 다음 뉴스레터 주제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술발자 님의 성장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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