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오후에는 백신을 맞았다. 주사를 맞은 부위가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드는 거 외에는 나쁘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가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피곤한 느낌이 들어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백신을 맞기 전 날에는 더워서 잠에서 깼다. 그래서 에어컨을 켰다.
백신을 맞고 잔 날에는 추워서 잠에서 깼다. 서랍장에 넣어둔 수면바지를 꺼냈다.
새벽부터 오한에 몸을 떨었다. 한 여름 밤의 오한이라니. 결국 다음날 출근도 못하고 집에서 쉬면서 꼭 해야하는 업무를 처리했다. 아픔이 조금씩 성가실 때마다 미리 사놓은 타이레놀을 물 한 컵과 함께 입에 털었다. (다행히 밤이 가까워질수록 컨디션은 점차 회복하기 시작하더라.)
불만이 많은 직원보다 조용히 있던 직원이 먼저 퇴사를 하듯, 아무 신호가 없을 때 오히려 가장 나빴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백신을 맞고나서 아프기 전에도 '에이 뭐야. 아프다더니 괜찮네'라며 크게 방심했다.
새벽에 추워서 잠에서 깨고 약을 먹고 옷을 입어도 쉽게 잠이 들지 않자 '괜히 남들보다 먼저 맞았나...'라는 후회가 머릿 속을 스쳤다.
좋을 때는 분위기에 취하고 좋지 않을 때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잘된 것도 내 탓인 거 같고, 안 된 것도 내 탓이라는 생각.
어떤 결정을 했는데 그로 인해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면 우린 결정 자체를 자책한다. 마치 백신을 맞아서 지금 느끼는 오한이 고통스러워 백신을 왜 맞는다고 했지?라고 후회하는 것처럼.
요즘은 백신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삶에 후회가 많다. 어쩌면 어두컴컴한 터널을 건너고 있는 슬럼프 같은 현재 상황과도 맞닿아있으리라.
지나고 나면 언제나 선명하지만 당시에는 흐릿할 뿐이다. 흐릿할 때 그 구간을 무사히 지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믿어줄 수 밖에. 흐릿한 지금의 나를 자책하는 대신 앞으로 더 선명해질 나를 응원해주자.
그리고 어쩌면 상황을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때로는 내가 먼저 좋은 상황을 발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언제라도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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