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물건을 싸게 사는 취미가 있었다.

2021.06.01 | 조회 1.1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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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필요 없는 물건을 싸게 사는 취미가 있었다. 여기서 필요 없음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앞으로도 쓰지 않을 물건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미 충분한 양을 가지고 있는데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물건의 양을 늘리는 것이었다.

앞으로 쓰지 않을 물건은 '돈 아깝게 왜 산거지'하고 후회하면 그만이었다. 정작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던 건 필요 없는데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데려오는 물건들이었다. 

'당장 필요도 없는 걸 왜 또 샀지? 근데 어차피 언젠가 쓸텐데 뭐'

왜 또 샀지?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언젠가 쓸텐데 뭐.라고 합리화하는 생각 때문에 싼 값에 나를 유혹하고 있는 물건들은 집에 도착하고야 만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늘리는 행동. 비단 생필품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글을 쓸 때도, 자료를 만들 때도 미완성인 현재 상황으로 끝날까 두려운 나머지 필요한 재료를 모으고 또 모은다. 타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완성된 것처럼 보여도 그것을 애써 못 본척하고 조금이라도 더 채워야 온전히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아직 남아 있는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을 때 우리는 값싼 선택으로 허기를 채운다. 그것은 머지 않아 쓸모 있는 생필품이었고 많으면 많을 수록 활용하기 좋은 재료들이었다.

정작 그때 필요한 건 부족함을 채워줄 새로운 선택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이만하면 됐어'라고 끝낼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 용기 한 방울이 모자라 자꾸 다른 곳에서 허기를 채우려고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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