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퇴직연금 500조원 시대.
거대해진 퇴직연금의 규모에도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모든 가입자들이 같은 성과를 거두지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퇴직연금 수익률을 보면 상위 10%의 평균 수익률은 19.5%에 달한 반면, 하위 10%는 0.5%에 그쳤습니다. 무려 39배에 가까운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그 원인은 ‘어디에 투자했느냐’였습니다.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4%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 투자해 19.5%의 평균 수익률을 올렸고, 하위 10% 가입자들은 적립금의 74%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배분해 평균 수익률이 0.5%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퇴직연금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지고. 나아가 은퇴 후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관심과 투자 전문성 부족으로 퇴직연금이 적극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디폴트옵션 역시 기대만큼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퇴직연금의 운용을 가입자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두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퇴직연금의 운용 구조와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금형 퇴직연금’입니다. 하지만, 아직 기금형 퇴직연금이라는 제도 자체가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지금도 퇴직연금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것인지, 내 퇴직연금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레터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변화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무엇인지부터 왜 도입하려는 것인지, 실제로 도입된다면 내 퇴직연금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이와 함께 퇴직연금의 운용과 가입자 선택권, 사외적립 의무화 등 앞으로 달라질 제도와 환경까지 짚어보겠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계약형’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사가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면 해당 사업자를 통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DC형 가입자의 경우 사업장에서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예: 삼성증권, 하나은행 등)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서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구조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이러한 계약형과 다른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회사나 근로자가 특정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을 운용했다면, 기금형에서는 여러 가입자의 퇴직연금 자산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별도의 운영체계와 전문적인 운용인력을 통해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기금형이 도입된다고 해서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을 병행해 운영하면서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본 방향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 이유

기금형 퇴직연금이 논의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되는 자산인 만큼 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가입자에게는 직접 운용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퇴직연금 자산 상당 부분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금형은 이러한 문제를 전문적인 운용체계를 통해 보완하려는 것입니다.
여러 가입자의 자산을 하나로 모으면 전문적인 투자 인력을 활용하기 쉬워지고, 다양한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운용 규모가 커지는 만큼 운용비용을 낮추거나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에 가입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금형은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그 구조를 바꾸는 것이지, 특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예시 및 지금까지의 기금형 실행 방향

사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가 아닙니다. 바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 씨앗’입니다.
푸른씨앗은 앞으로 도입될 기금형 퇴직연금과 세부적인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근로자의 퇴직연금 자산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큰 틀은 같습니다. 2022년 9월 도입된 국내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호주의 MySuper 등 기금형 퇴직연금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입될 기금형 퇴직연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방향은 올해 2월 노사정 태스크포스에서의 합의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사정은 기존 계약형과 병행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고,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방향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20년 만에 노사정이 퇴직연금의 구조적 개선 방향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금형을 활성화하는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운영기관과 지배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제 제도의 모습은 앞으로 공개될 구체안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금형 퇴직연금의 가장 큰 의미는 퇴직연금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지만 투자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부족해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가입자에게는 전문적인 운용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하지만 운용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고 해서 가입자가 퇴직연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든 결국 자신의 은퇴 시점과 필요한 생활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수령 시기 등을 고려해 노후자산 전체를 설계하는 것은 가입자의 몫입니다.
또한 기금형이 도입된다고 해서 현재 가입하고 있는 퇴직연금이 일괄적으로 기금형으로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기금형과 기존 계약형을 병행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실제 도입 여부와 방식은 사업장의 제도 선택과 관련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 계약형을 유지하는 DC형 가입자라면 자신의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 운용이 어렵다면 전문적인 투자자문을 활용해 자신의 투자목적과 위험성향에 맞는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퇴직연금 관리는 기금형과 계약형 중 어느 제도가 더 좋은지를 단순히 비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은퇴 시점과 투자 성향, 운용 역량 등을 고려해 내 퇴직연금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직연금의 선택지가 다양해질수록 이러한 판단의 중요성도 커질 것입니다.
이외에 퇴직연금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나?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기금형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2026년 9월부터는 DC형과 IRP에서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을 직접 매수할 수 있게 됩니다. 퇴직연금 내 ETF 활용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퇴직연금이라고 하면 예금이나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먼저 떠올렸지만, 이제는 ETF와 국채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장기적인 자산배분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노사정 태스크포스에서는 퇴직급여 체불을 예방하고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 즉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향에 합의했습니다. 다만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향입니다.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 시점에 퇴직금을 지급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급여가 어디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퇴직급여의 사외적립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퇴직연금이 더욱 보편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 퇴직연금이 어디에 적립되어 있는지, 어떻게 운용되는지, 그리고 은퇴 후에는 이 돈을 어떻게 꺼내 쓸 것인지까지 가입자 스스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커지는 것입니다. 특히 DC형에서는 가입자의 운용 결과가 퇴직자산의 규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운용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리고 은퇴 이후에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아놓은 연금을 어떻게 인출할 것인가입니다.
은퇴 후 월 생활비가 얼마인지, 국민연금은 언제부터 받을 것인지,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어떤 순서로 꺼내 쓸 것인지, 배당과 이자 같은 다른 현금흐름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점점 더 ‘회사가 알아서 마련해주는 퇴직금’에서 ‘내가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노후자산’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도 변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앞으로의 퇴직연금은 제도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자신의 연금을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금형이 도입되면 전문적인 운용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고, 기존 계약형을 유지한다면 직접 운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전문적인 자문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보다 내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금 준비는 자산을 모으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 배당과 이자 등 내가 가진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자산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앞으로의 연금 준비는 ‘얼마를 모을 것인가’에서 ‘모은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떻게 꺼내 쓸 것인가’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은 이러한 변화의 한 부분입니다.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에 충분한지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연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해보세요.
인모스트 은퇴학교에서는 퇴직연금과 연금의 기본 구조부터 투자자산의 활용, 은퇴 이후 인출 전략까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직접 고민해보는 과정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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